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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Jan 20. 2020

한국인이 '젓가락'을 꼭 써야 하는 이유

젓가락 댄싱을 보았다.


젓가락 4세트를 네 명이서 춤을 추듯 가지고 노는 영상을 보며 젓가락을 쓰는 민족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특히 나무젓가락을 쓰는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만 쇠젓가락을 쓴다니 그것 또한 특이한 일이다. 쇠젓가락은 음식을 강하게 또는 작은 단위로 자를 수도 있고 내구성도 강하고 재사용이 가능하니 나무 재질보다 월등히 우월하다고 본다. 포크 사용에 비해 젓가락 사용은 30개의 관절과 50여 개의 근육이 움직인다고 하니 과연 아시안의 수학적인 머리 좋음이 젓가락 사용에서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그랗고 기다란 쇠젓가락은 나무에 비해 단단하고 재사용되어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어릴 때를 기억해보면,


그 시절엔 사과 같은 과일을 집을 때 쓰는 아주 작은 사이즈의 간단한 과일용 포크를 썼고 집에서 먹는 한식 요리에는 아이들에게 조차도 포크 사용을 금기시했고(지금 사이즈의 대형 포크가 대중화되지 않을 때이다) 양식 레스토랑에서나 커다란 포크와 둥글고 깊게 파인 수프용 스푼을 나이프와 함께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어른들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동시에 들지 말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무의식적으로 누군가와 식사를 할 때 상대방이 그런 행동 즉 동시에 두 개를 들고 먹거나 요란하게 젓가락으로 그릇을 긁거나 소리 내는 행동을 보면 왠지 그 사람의 인성까지도 논하게 된다. 그런 걸 보면 젓가락의 사용이 생각보다 많은 부분 사람의 습관이 말하는 폼새 다르듯 예의 바르게 사용해야 하는 메너라는 생각이 든다.



포크가 일상화된 미국인들의 젓가락 사용은 일식집이다.


일식은 미국 사람들에게 비싸고 하이 클래스 사람들이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일식집에 가서 젓가락으로 회를 능숙하게 집어먹는 사람들을 보면 회 좀 먹어본 사람인 걸? 이라며 자기들끼리도 고급져 보이는 행위라 여긴다. 와인을 따를  일반적인 술잔처럼 들고 따르지 않고 바닥에 놓은 상태에서 따라야 맞는 것을 아는 예의가 유럽이나 이국적인 교양 것처럼 젓가락을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이 교양 있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우리 아이들에게 젓가락 사용을 처음으로 가르쳐야 할 때 솔직히 포크가 젓가락에 비해 얼마나 간편한 일인가 싶었다. 젓가락을 사용할 때보다 포크 사용 때 손을 움직이는 운동량은 반에 반도 미치지 않아 반찬에서 입으로 넣는 행위가 포크의 단순한 사용에 비해 젓가락 사용의 복잡함을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누구나 하는 배움의 과정이고 나만 해야 하는 어려움이 아니기에 비교될 일이 없었지만 여기에선 우리끼리만 배워야 하고 우리끼리만 사용해야 하는 음식예절이기에 아이들이 싫다고 하거나 필요 이상 시간을 요하는 일이라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문화교류가 주는 섞임의 문화는 일반인들의 사교가 크게 작용


큰아이는 한국에서 어설프게 사용하다 미국에 온터라 그때의 어설픔이 현재까지 진행되어 미국 친구들에게는 젓가락 사용 전도자로 내가 보기엔 30%씩은 모자란 어설픈 모양새로 아슬아슬하게 가르치지만 그들끼리는 아주 자랑스럽게 음식을 집고 신기해하며 젓가락질한다. 젓가락을 사용해야 하는 떡볶이며 라면은 물론  고기는 역시 삼겹살에 소주를 먹어야 제격이라는 듯 엄지를 치켜세우며 저들끼리 낄낄대며 먹는 소란스러운 모습에서 각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며 세계 속의 문화교류가 주는 섞임의 문화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아닌 일반인들의 사교가 더 크게 작용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둘째 아이는 미국에 와서 사용법을 익혔기에 처음부터 칭찬해가며 가리켰더니 제 언니보다 정통을 따르며 바르고 안정적인 자세로 음식을 능숙하게 집는다. 셋째는 역시 남자인가 보다. 여자 남자를 굳이  편 가르고 싶지 않은데 참으로 이상한 게 크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여자에 비해 모든 면이 느리다. 그 배움의 속도가 고등학교를 가면 월등히 가속도가 붙어 빨라진다고는 하는데 젓가락 사용이 영 서투르다. 보는 내가 답답해서 얼른  포크를 쥐어주곤 하는데 미국 아이처럼 젓가락으로 음식을 매번 떨어트리는 수준이니 그 답답함이 나의 인내를 이겨 어느새 아이의 숟가락 위에 나의 빠른 행동으로 반찬이 올려져 있곤 하다.



젓가락질은 팔과 손목 그리고 다섯 손가락 전체를 미세하게 작동시켜,


손가락 사이에 그것도 두 개의 동그랗고 기다란  막대기를 따로따로 움직이며 미끄러운 반찬을 집어야 하는 집중력이 필요한 고난이도에 해당하는 몸이 훈련되어야 하는 운동이자 어렵게 반복되어야 하는 공부이다. 저글링 같은 두세 개의 공을 따로 움직이는 것만도 양손의 움직임이 어려운데 손과 눈이 동시에 집중되어 두 개의 막대기를 손가락의 엄지, 중지, 그리고 검지를 움직여 위쪽으로는 벌리는 동시에 아래쪽으로는 오므리는 브이 모양을 유지하고 그 각도만을 크고 작게 조절해야 하는데 자칫하면 엑스자 모양으로 되어 반대로 집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거나 십일 자 모양으로 나란히 붙어버려 집다가 음식이 미끄러져 떨어져 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니 단단히 잡기 위해 점점 아래로 짧게 잡게 되는데 아래로 잡을수록 잡는 폭이 좁아지니 보기에도 좋지 않지만 국수처럼 긴 음식을 먹기에도 불편하고 큰 음식을 잡기에도 폭이 좁아 포기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가시를 발라먹는 일이 많은 일본음식에는 좋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본 젓가락은 한국에 비해 짧고 끝이 뾰족하다. 반대로 기름기가 많거나 커다란 쟁반에 담긴 음식이 많아 멀리 집어야 하는 대륙 기질의 중국음식을 먹기 위한 젓가락은 길고 크며 끝이 둥그렇게 생겨야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딱 그 중간으로 음식의 문화에 따라 젓가락의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예전 음악이지만 젓가락질을 잘해야 밥을 먹냐는 가사의 노래도 있었다.


얼마나 젓가락 사용에 대한 어른들의 지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그런 노래가 있을까 싶지만 성인이 되어도 젓가락질이 서투르면 가정교육까지 의심받았을 정도의 예절 문제로 번질 수도 있었다. 오죽하면 왼손잡이인데도 젓가락질만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오른손으로 사용하길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무시하지 못했다.


젓가락질은 아주 사소한 개인의 무의식적인 행동이지만 매일 적어도 두 차례 밥을 먹는 시간 내내 쉴 새 없이 사용하는 반복행위이다 보니 우리가 어릴 때 배운 연필 사용습관이 평생 필체로 바뀌지 않는 것처럼 평생 그 사람의 행동양식으로 고착되어 사람의 인성이나 됨됨이까지 논란  여지가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요즘이야 컴퓨터 시대이고 연필을 손에 잡고 종이에 써서 남들에게 보여줄 일이 없는 시대니 졸필이어도 상관없다지만 젓가락질은 우리가 주스나 물만 먹고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고는 평생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과 공존하며 살아가야  평생의 수단이니 그냥 가벼이 넘길일은 아니다. 처음부터 바른 자세로 사용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는 게 좋을 듯하다.



음식을 먹는 도구로써의 젓가락과 포크 아니면 손을 직접 사용하는 것은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이다.


늘상 쓰는 행위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행여 포크가 주는 안전하고 쉽게 배울 수 있는 도구로만의 인식으로 젓가락을 후손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고 점차 쉽게   있는 포크가 대체되어 머리 아프게 젓가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식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앞이 까마득해진다. 그러다 손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가 되면 안 될 테니 말이다.


실내에서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생활하며 얻은 청결함과 건강한 실내공기를 유지한다는 것만으로도 결코 따라올 수 없는 문화의 다름이 있다. 젓가락질의 음식예절은 손을 움직여 지속적인 두뇌의 운동으로 두뇌의 해박함을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게 만든 우리 아시안만의 문화이다. 조금 귀찮다고 또는 조금 다르다고 이 땅에서나 한국땅에서 우리 다음 세대에게 습관적인 관습을 버리게 하지 말고 인내를 가지고 노력하여 대물림하여 지금처럼 아시안 특히 한국의 독특하고도 독창적인 창의성을 앞세워 유일하게 젓가락을 사용하듯, 요즘은 독특함이 대세이듯, 세계를 이끄는 차세대가 되길 바래본다.


지금도 아들에게 젓가락에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고무줄을 끼워 줘보기도 하고 아기 연습용 플라스틱 젓가락을 사서 사용하게 하고 있다. 아직 서툴지만 성인이 되면 반드시 예절 바른 모습으로 미국 아이에게 가르쳐주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렇게.. 이렇게... 좋아! 그렇게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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