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플라스'에서 마신 맥주

'두려움'을 걷어낸 행복

by jinanstory

군대를 전역한 뒤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넓은 세상을 보라던 부모님의 생각과, 동생이 마침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 대하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환경이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

해외여행, 많은 대학생들이 꿈꾸는 하나의 로망이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걱정을 한다. 호기심과 두려움이 섞여 인터넷에 ‘해외여행 시 주의할 점’을 몇 번이고 검색해본다. 인터넷에서는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말과, 숙소를 조심하라는 말 등 ‘가보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많은 걱정을 준다. 나도 그런 ‘많은’ 사람들 중 하나였다. 해보지도 않은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감정은 모두가 같지 않을까?

외국에 나가 돌아다녀 본 결과 알게 된 것은 ‘걱정 하되 두려워하지 말라.’이다. 외국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개의 국가는 프랑스와 벨기에이다. 프랑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걱정 할 일이였으며, 벨기에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아서 볼 수 있었던 광경이다.

프랑스 파리의 치안은 유럽에서도 안 좋기로 유명하다. 나는 그 중에서도 치안이 좋지 않다는 구역에 숙소를 정했다. 적은 비용으로 다녀야 하는 여행이기에, 숙소를 유독 싼 공간을 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치안이 안 좋은 곳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는 지하철로 모두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던 탓 이였다.

지하철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넓은 지하철에 혼자 앉아 있으면 나 혼자 ‘동양인’이라는 생각에 주변을 더욱 살피게 된다. 그러다 보면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세심하게 눈에 들어온다.

열차가 다음역에 도착할 즈음에 한 백인아저씨를 보았다. 여행을 온 것인지 큰 캐리어를 두 개나 끌고 다니면서 땀을 뻘뻘 흘리시는 푸근한 인상의 모습이였다. 아저씨의 뒷주머니에는 지갑이 꽂혀져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저거 위험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열차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 옆에 있던 한 백인 청년이 지갑을 꺼내서 열차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문이 닫힐 쯤 되자 지갑을 지하철 안으로 던져 두고 갔다. 정말 눈 깜짝 할 사이라는 말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장면이였다. 벙찐 아저씨와 주변 가족들의 모습은 아직 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높은 범죄율을 자랑하는 ‘파리’의 모습 다웠다.

벨기에의 ‘그랑플라스’는 내가 유럽여행 중 본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였다. 한쪽면이 공사중이라 3면 밖에 볼 수 없었지만, 그 마저도 너무 아름다워 지금도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17세기 당시 건축된 건축물 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랑플라스의 모습을 보고 너무도 아름다워, 다른 곳을 다니다가도 돌아가서 그랑플라스를 쳐다보곤 했다. 그랑플라스의 야경이 낮보다 더욱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나갈까 말까를 한참 고민했었다. 숙소를 외진 곳으로 잡아서 야경을 보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타고 움직였어야 되는데, 파리에서의 기억과 인터넷에서 8시 이후에는 돌아다니지 말라는 말이 생각나 겁이 났었기 때문이다.

벨기에의 브뤼셀은 땅이 좁아서 조금만 이동하면 원하는 관광지를 볼 수 있다. 나라가 작다 보니 조금 이동하면 다른 관광지를 볼 수 있었다. 가까워서 용기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아침의 그랑플라스의 모습을 잊지 못해서 인지, 어두워진 뒤 나와서 움직이는 나의 모습은 유럽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였다.

그랑플라스의 야경, 그리고 카페의 야외테라스에서의 맥주 한 잔. 넓게 펼쳐진 광장에 앉아서 광장을 구경하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맥주를 마시던 그 기억. 내가 유럽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다. 이는 ‘두려워’만 하던 내가 처음으로 ‘다르게’ 행동하여 얻게 된 행복이였다.

유럽여행에서 가장 얻게 된 것은 기억이 아니라 이런 점이 아닐까? 넓은 세상을 보라던 어머니의 말씀에 이런 것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항상 겪어보지 않은 일들을 걱정한다. ‘두려움’은 늘 모르는 것에서 나온다고 한다. 모르기 때문에 무섭고,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조금만 이겨낸다면 얻는 것은, 여태껏 알지 못했던 큰 행복이였다. 여행에서 얻는 것은 좋은 추억들도 있지만 이러한 새로운 느낌들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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