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놀라게 된 시점.
고등학교 당시의 친구들을 만났다.
만나기 위했던 것도, 만나기 위한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니였다.
시험기간, 전화기를 보는 내게 찍힌 전화번호는 초등학교 시절 ‘태권도 도장’을 같이 다니고, 고등학교를 함께 보낸 친구의 전화번호였다.
대학에 와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연락이 뜸해졌다. 대학에 가면 고등학교 친구들이 더 그립고, 대학친구들은 그저, 형식적인 친구들이라는 말과는 다르게 나는 대학에 와서도 친한 친구들을 만났다. 오히려 고등학교 친구들 보다도 훨씬 더, 그 당시의 기억들 보다 지금의 기억이 훨씬 즐겁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반가웠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겨우 4년전의 기억이다. 나는 아직 어리고,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반갑고, 또한 즐거웠다.
‘무슨 일이야, 잘지내?’ 나의 질문에 친구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딘데, 왜 안와?’ 친구는 선문답을 하듯,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하였다.
무슨 말을 하냐는 나의 다그침에 친구는 ‘a,a 아버지 돌아가셨잖아’ 라는 말을 하였다. a,a는 고등학교 시절 3년 동안 나와 함께 한 친구다. 가장 친했던 친구다. 늘 함께 있었고, 늘 같이 이야기 하였다. 대학을 다른 지역으로 가면서 서로 연락이 끊겼고, 지금 그 친구는 군대를 감으로써 서로 완전이 연락이 두절 되었다.
순간 나는 벙찐 기분을 느꼈다. 이는 친구와 연락을 하지 못했음에도 아니고, 그 친구가 나에게 말하지 않았음에 섭섭했음도 아니다. 그 순간 나는 ‘아 내일 시험이지 어쩌지?’라는 생각을 했다.
나의 이기심에 나도 놀랐다. 내가 어느 순간 너무도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이 되었다. 전에는 당장에 달려갔을 텐데, 당장 그 친구의 걱정부터 했을 나의 모습이였다. ‘철 든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미래를 준비하는 것, 우선 가까운 주변 사람을 챙기는 것. 많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철 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에 살아야 하는 가?라는 의문이 든다. 이제 그런 것보다는 미래를 준비해야지, 그런 것 보다는 다른 게 더 중요할 거야 라는 생각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무슨 일이 있어도 기쁠 때, 슬플 때 함께 있어 주는 친구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한다. 물질주의 적인 것에 사로 잡혀버린 오늘날, 우리들은 정말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은 이제 위에서부터 아래로 점점 내려가고 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착한 학생이라는 말은 너무나도 익숙하다. 성적이 좋으면, 학교생활이 좋았을 거 같고, 모범생일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다니면 성공한 인생일 것 같은 생각은 이런 생각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우리 부모님도 ‘아직은 친구보다 공부에 신경 쓸 때가 아닐까?’란 말을 하신 적이 있다.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할 수 없다. 부모님은 ‘내’ 걱정에, 나의 미래에 대한 걱정에, 오래 살아 오신분들이기에 내 인생을 좀더 오래 보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것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나 자신에게 놀라버린, 친구를 위한 마음보다, 이기적인 마음이 먼저 들어버린 이것이 더욱 옳은 것일까? 생각해 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