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 중에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울증으로 고생했음을 토로했는데, 그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문체가 경쾌하다. 그 덕에 독자들은 무거운 '철학'이라는 주제를 한결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저널리스트 에릭 와이너이고 아무튼 나는 그의 글솜씨가 몹시 부럽다. 그러던 와중에 그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 대해 쓴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졌다.
"당시 로마인이 생각하는 그리스 철학은 현재 우리 대부분이 생각하는 오페라와 비슷했다. 가치 있고 아름다우며 더 자주 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짜증 날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것. 게다가 그러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이고.... 어찌나 정곡을 정확하게 찌르는지 웃을 수밖에 없다. 하하하
그래도 얼마 전에 나는 희망을 보았다. 지난 10월 23일에 재독 과학자협회가 주관하는 '뮌헨 청소년 과학교실'의 일환으로 Zoom을 통해 오페라에 대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반응이 제법 괜찮았다.
사실, 이른바 교양으로 똘똘 뭉친 에릭 와이너 같은 이도 오페라를 저렇게 묘사하는데, 과연 아이들이 오페라에 흥미를 가질까.. 싶었다. 만약에 신청자가 열 명도 안된다고 하여도 소돔과 고모라에 의인 10명이 있다면 멸하지 말라고 애원하는 아브라함의 마음으로 그 10명을 바라보며 열심히 강의하리라... 하고 미리 마음 굳게 먹었더랬다. 다행히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강의를 찾아주었고 강의 내내 보여준 아이들의 반응과 강의 후 피드백은 나를 날아오르게 만들었다.
(독일) 강의가 너무 재미있고 이해하기 너무 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까지 들은 강의 중에 제일 재미있었어요.
(미국) 오늘 좋은 말씀을 감사합니다. 유튜브 구독, 좋아요 누르고 갈게요. 그리고 추천하신 세 가지 오페라 모두 직접 보고 싶습니다.
(독일) "선생님 유튜브에서 뵙겠습니다 ~ ❤️ 수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독일) "지나 오 선생님께, 저는 지금까지 다섯여섯 개의 강의를 과학교실에서 들었는데요, 이번 강의가 제일 재밌었어요."
(독일) "좋은 오페라 공연 고르는 방법까지 알려주시고 재미있고 유익한 강의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또 뵙고 싶어요!"
(네덜란드) 지나 오 선생님, 좋은 강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독일) 오늘 재밌는 강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페라에 대해서 원래 잘 몰랐는데 강의 듣고 나서 뮤지컬과의 차이점도 알게 되었고 많이 배웠습니다. 쌤이 추천해주신 오페라 다 재밌을 거 같아서 가족들이랑 꼭 보러 가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처음 해보는 Zoom강의였지만 이 정도면 성공적이었지 않나 싶다. 그래서 용기를 얻어 강의 영상을 재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렸다. 청소년을 위한 강의지만 오페라를 전혀 모르는 대상을 시청자로 설정했기에 성인이 보셔도 괜찮을 것 같다.
1년 전인 작년 11월에 그동안 하던 팟캐스트 [노래에 살고 독일에 살고]를 100회로 마무리했다. 그중 마지막 5편은 내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오페라 극장 이야기로 에피소드를 꾸렸다. 여기 나오는 내용은 어쩌면 오페라를 전공한 이들조차 모르는 내용이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음이 반드시 난해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밀라노, 베네치아, 나폴리, 로마.... 이탈리아 여행 가이드가 된 마음으로 최대한 친근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으니 그 마음이 닿기를 소망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