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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Jul 02. 2019

여름에 들으면 더 좋은 오페렛타 이야기 (1)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이 글은 성악 전문 팟캐스트 "노래에 살고 독일에 살고" 32회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청취하기] http://www.podbbang.com/ch/1769003?e=23072909


늘 시작만 창대하고 끝이 미약한 필자지만, 그래도 작년 11월부터 시작한 성악 전문 팟캐스트 “에 살고 독일에 살고”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청취자들을 만나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제 부족한 진행을 감내하면서 기꺼이 들어주시는 청취자님들 덕에 팟캐스트도 나날이 성장하고 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간  노. 고. 독. 고를 하면서 방송으로 쓰는 원고를 활자화해서 브런치에 올리면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요. 더위가 한풀 꺾인 어느 여름날, 드디어 실행에 옮깁니다.  


요즘은 저녁 10시까지도 하늘이 훤해요. 독일의 아름다운 여름, 긴긴 낮이 좋기만 합니다. 저는 태양 바라기거든요. 이 여름날에 어울리는 오페렛타 이야기로 이 매거진을 시작하려고 해요. 


오페렛타가 뭘까요? 오페라랑 뭐가 다를까요? 


대체로 오페렛타는 오페라보다 길이가 짧고요, 내용도 더 가벼운 편이에요. 당연히 음악은 더 흥겹겠죠? 흥겨우면 우리는 뭐하죠? 바로 춤을 추죠! 그렇습니다. 오페렛타 안에는 춤도 많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오페라와 오페렛타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대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인데요. 오페라에서는 아리아나 중창 사이에 레치타티보라는 게 있죠? “너 밥 먹었니” “얘는 왜 안 오는 거야” “이제 그만, 충분하다고” 이런 대사를 오페라에서는 노래로 합니다. 그런데, 오페렛타에서는 그냥 대사로 처리하죠. 왜 오페라는 레치타티보라는 게 있을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해서 대사와 레치타티보의 차이를 언급할까 잠시 망설였지만, 그걸 풀어놓으면 너무 옆길로 많이 샐 것 같아서 오늘 에피소드에서는 오페렛타에 집중하도록 할게요. 


오늘은 오페렛타가 특별히 번성했던 한 도시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하는데요. 바로 그 도시는 비엔나입니다. 비엔나를 한 번 가보신 분이라면, 이 도시가 과거에 얼마나 부유했고, 또 당시 유럽에서 첨단을 달리는 도시였구나… 라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오페렛타가 비엔나에서 성행하던 당시, 오스트리아는요, 지금처럼 작지 않았고요.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이라고 해서, 지금의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를 비롯해서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등등 이런 나라들을 다 합친 어마어마한 제국이었어요. 그런데 1차 세계대전에 패배한 이후 제국은 다 찢어졌고요. 그래도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는 옛날에 잘 나가던 시절까지는 아니어도, 지금까지도 전통을 뽐내고 있지요. 

지금도 화려한 비엔나의 밤거리

이 비엔나에서 19세기 중후반에 오페렛타 열풍이 엄청나고요. 이때 대표적인 오페렛타 작곡가가 바로 여러분도 잘 아시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입니다. 이미 ‘왈츠의 왕’이라는 별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특히 이 곡은 여러분들 귀에 무척이나 익숙할 거예요.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하면 딱 떠오르는 곡, 바로 아래에 링크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입니다. 

https://youtu.be/iOD2tvNuzig

1825년에 태어난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동시대 음악가인 브람스와도 친했다고 해요. 브람스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작품을 극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계속 요한 슈트라우스 2세라고… 부르니까 이름이 너무 길고 거추장스럽네요. 게다가 2세는 또 뭘까요. 요한은 이름이고 슈트라우스는 성인데요. 문제는 아빠도 이름이 요한이라는 거예요. 성이야 당연히 슈트라우스고요. 심지어는 아빠 요한 슈트라우스도 비엔나에서 꽤 자리 잡은 음악가였어요. 제 생각에, 당대 사람들은 아빠와 아들을 좀 혼동했을 것 같아요.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는 이미 젊은 나이에 곡을 발표해서 큰 성공을 거뒀는데요, 그중에는 이미 저명한 아빠 요한 슈트라우스 작품인 줄 착각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지 않았을까요?

아들 슈트라우스

그런데요, 아들 슈트라우스가 지금은 오페렛타 작곡가의 대명사처럼 됐지만, 사실 그가 오페렛타 작곡에 뛰어든 것은 40대 중반에 들어선 이후였어요. 빈의 1차 오페렛타 대 유행 시기가 19세기 중반부터 후반까지 있었는데요. 바로 요한 슈트라우스 2 세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예요. 그런데도 40대 중반에야 오페렛타 작곡을 시작했다니…. 생각보다 많이 늦죠?^^ 그전까지는 동생 요제프, 에두아르트 와 함께 악단을 조직해서 온갖 내로라하는 무도회에 불려 다니는 바쁜 몸이었답니다. 여러분들, 이렇게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즘은 유명한 디제이들이 온갖 클럽에 불려 다니잖아요. 슈트라우스 형제들도 형 요한이 작곡한 신나는 춤곡으로 무장해서 당시 최고의 무도회를 석권하고 다녔다고 하네요. 이때 작곡했던 어마어마한 춤곡들은 오페렛타에 많이 재활용됐다는 것은 우리 모른 척하기로 해요. 


오페렛타 작곡가로서 처음부터 대박을 친 건 아니었지요. 그런데 그의 5번째 오페렛타이자, 공식적으로 상연된 걸로는 세 번째 작품이 그야말로,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으로 대박이 나고 있습니다. 바로 오페렛타 “박쥐”죠. 지금도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정말 많은 극장들이 연말에는 “박쥐”를 상연하고 있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할까요? “박쥐”에 나오는 이 유명한 아리아 “Mein Herr Marquis 친애하는 후작님” 아시나요?, 이 아리아를 부르는 배역 이름은 ‘아델레’인데요. 그런데, 슈트라우스의 세 번째 부인 이름도 바로 ‘아델레’였습니다. 

https://youtu.be/kekog9ZzPNs

본격적인 아리아는 2분 20초부터...

31세 연하였지만, 말년의 슈트라우스에게 최고의 반려자였던 것 같아요. 빈의 중앙 묘지에 가면 빈 출신 음악가들의 구역이 있거든요. 거기에 부인과 함께 묻힌 이는 슈트라우스와 아델레가 유일하다고 하네요. 물론 슈트라우스가 오페렛타 “박쥐”를 발표했을 1974년에는 아델레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와 세 번째 결혼을 하게 될 거라고는 아마 꿈에도 몰랐을 거예요. 그때는 아직 첫 번째 부인이자, 당대 유명한 성악가였던 옛티 트렛츠가 살아있었을 때였으니까요. 


혹시 궁금하실까 봐 슈트라우스의 두 번째 부인도 알려드릴게요. 이런 걸 요새 TMI(too much information)이라고 하는데요. 첫 번째 부인인 옛티와 사별한 후 두 번째 부인은 안겔리카 디트리히라는 25살 연하의 배우였어요. 그런데, 이 결혼은 슈트라우스에게는 흑역사 같은 시간이었는데요. 안젤리카는 다른 이와 바람이 나고, 가톨릭은 이혼을 금지했기 때문에, 슈트라우스는 국적까지 바꿔가며 이혼을 해야 했어요. 안젤리카 때문에 속을 썩던 그 시기에는 발표된 작품들도 그다지 각광받지는 못했습니다. 작곡가의 괴로운 현실이 아무래도 작품에 반영이 됐나 봐요. 슈트라우스의 친구 브람스는 자신에게 다가온 시련을 음악으로 승화해내곤 했지만, 신나는 춤곡과 오페렛타가 전문이었던 슈트라우스에게 사생활에서 고난은 바로 음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모양이에요.

 

아무튼 세 번째 부인 아델레와 결혼한 후, 안정을 찾은 슈트라우스는 명작을 잇달아 발표합니다. 그중에서 두 작품을 소개하고 싶은데요. 아델레와 결혼한 이듬해에 발표된 “베네치아의 하룻밤 Eine Nacht in Venedig”와 지금도 종종 공연되는 “집시남작 Der Zigeunerbaron”이에요. 

‘베네치아의 하룻밤’은요, 노.고.독.고 가족 분들은 이미 매주 들으셨어요. 저희 오프닝 송 아시죠? "Sei mir gegrüßt du holde Venezia 안녕, 사랑스러운 베네치아"이 노래는 이 오페렛타의 주인공인,  바람둥이 귀도 공작의 아리아예요. 

https://youtu.be/8sqfA0ouwOA

귀도 공작은 돈 조반니 같은 캐릭터예요. 여자 꼬시는데 돈 죠반니 버금갑니다. 베네치아는 카니발로 유명한 도시잖아요. 바로 그 카니발을 틈타, 젊고 아름다운 바바라를 꼬시려고 하는 소동을 다룬 작품이에요. 오늘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은 곡은 이 구이도 공작이 자신의 하인들과 부르는 노래예요.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Ninana, ninana, hier will ich singen.니나나, 니나나, 나 여기서 노래하고 싶네.” 함께 감상하시죠. 

https://youtu.be/AhVSlX94tuQ

지금의 오스트리아가 당시에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으로 웬만한 동유럽은 다 커버했던 대국이었거든요.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이 있다면, 그에 맞먹는 오스만 제국이 있었어요. 지금의 터키를 중심으로 동유럽의 많은 나라가 그 영향권이었죠.  오페렛타 “집시남작 Der Zigeunerbaron”은 헝가리 성을 물려받은 남자 바린카이 Barinkay와 오스만 제국의 마지막 왕자의 딸인데, 제국이 망하는 바람에 집시의 무리에서 자란 자피 Saffi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그럼 이번에는 바린카이와 자피가 결혼을 맹세하는 이중창 “Wer uns getraut”같이 감상하시겠습니다. 

https://youtu.be/ux8efT-AzwI

얼마 전에 영국 그룹 퀸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엄청난 성공을 거뒀잖아요. 그 여세를 몰아서 퀸의 히트곡을 모은 뮤지컬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경우는 종종 있죠? 가수 이문세 님의 곡을 모아 만든 뮤지컬 “광화문 연가”도 있었고요. 그런 것처럼 요한 슈트라우스가 남긴 엄청난 작품들은 그의 사후에 후배 음악가들에 의해 오페렛타로 재탄생하기도 했는데요. 그중에 가장 유명한 작품이 요한 슈트라우스가 죽은 해인 1899년에 발표된 “빈 기질 Wiener Blut”입니다. 당시 빈에서 가장 사랑받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곡들로 만들어진 작품인데요. 이 중에 한 곡 감상하시면서 당시의 빈의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Ich war ein echtes Wiener Blut. 난 정말 정통 빈 출신이었지. “

https://youtu.be/xPivf2S3hZY

이 곡들을 들으시면서 에너지를 좀 받으셨어요? 지금 소개할 곡은요. 아마도 며칠간을 여러분 귓가에 맴돌게 될 마력의 노래가 될 거예요. 제가 실제로 그랬거든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곡들은 워낙 귀에 잘 꽂혀요. 멜로디가 귀에 착 감긴다고 할까요? 그래도 하루 이틀이면 다른 곡을 흥얼거리게 마련인데요. 어쩐 일인지 저는 이 곡을 듣고 나서 며칠 동안 이 곡이 제 귀에 맴돌았답니다. 이 곡은 삽입된 오페렛타는 전설적인 발레리나 파니 엘슬러 Fanny Elssler를 다룬 작품인데요. 앞서 소개한 “빈 기질 Wiener Blut “처럼 슈트라우스 작품을 가지고 재구성한 1934년 작품이에요. “Draussen in Sievering”들려드리면서 오늘 에피소드 마칩니다. 행복하세요, 츄스!

https://youtu.be/scjNtUWZ-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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