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a Jul 02. 2019

여름에 들으면 더 좋은 오페렛타 이야기 (2)

프란츠 레하르

이 글은 성악 전문 팟캐스트 “노래에 살고 독일에 살고” 31회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쓰인 글입니다.

[청취하기] http://www.podbbang.com/ch/1769003?e=23064234 


더운 여름에는 좀 더 가볍고 청량한 걸 찾게 되죠?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럴 때는 오페렛타가 딱이죠. 오늘 소개할 작곡가는요, 20세기 초반에 다시 불어닥친 비엔나의 2차 오페렛타 열풍의 대표 주자입니다. 이름은 프란츠 레하르입니다. 1870년에 태어나서 1948년에 사망했는데요. 사망한 지 70년이 지나서, 올해부터 드디어 저작권이 풀렸습니다. 슬슬 imslp 사이트에 악보가 올라오고 있다는 걸 살짝 전해드립니다. 

www.imslp.org


아무튼 레하르는 지금의 슬로베니아에서 태어났어요. 엄마는 헝가리 사람이었고요. 당시에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이었죠.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고요. 프라하 음악원에서 공부했는데, 드보르작에게 작곡을 배우고 또 인정도 받았다고 합니다. 열심히 살았던 레하르는 서른 살이 넘어서 드디어 당시 음악의 첨단 유행을 달리던 비엔나에 지휘자 자리를 얻어서 입성하게 됩니다. 몇 개의 오페렛타를 작곡하고 공연도 올렸지만, 소소했고요. 그러다 어느 날, 그야말로 대박이 납니다. 1905년, 그의 최고의 히트작이죠! “유쾌한 미망인, 영어로는 Merry Widow, 독일어로는 Die lustige Witwe” 이 작품으로 레하르는 하루아침에 최고로 잘 나가는 오페렛타 작곡가가 됩니다. 

https://youtu.be/vJL7r6Xa7Jk

우리는 많은 예술가들 중에 생전에 빛을 못 보다가 죽고 나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를 많이 알잖아요. 그런데 레하르는 이미 생전에 어마어마한 부를 일궜어요. “유쾌한 미망인” 이후로 수많은 히트작을 씁니다. 지금 소개할 오페렛타 ‘룩셈부르크의 백작’은요. “유쾌한 미망인”이 대성공을 거둔 후 후속작 요구가 빗발치던 참에 레하르가 선보인 작품이고요. 역시나 흥행에 성공합니다. 잠시 줄거리를 설명할게요. 바질 공작은 가수인 안젤레를 몰래 사랑하면서 그녀를 아내로 맞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귀족이 아니니까 결혼을 인정받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가난한 룩셈부르크의 백작 르네에게 제안을 합니다. 안젤레와 결혼하고, 백작부인으로 만들어 준 뒤, 3개월 뒤에 사라져 주면, 막대한 돈을 주겠다고 거래를 제안하죠. 그런데요, 우리 다 알잖아요. 이런 드라마가 다들 그렇듯이, 안젤레와 르네 백작은 진짜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안젤레가 부르는 노래 “Heut’ noch werd’ ich Ehefrau. 오늘 나는 유부녀가 되네.” 하하하 노래 제목을 한국어로 번역하니까 웃기네요. 모르는 이와 결혼을 앞둔 안젤레의 아리아인데요. 사랑 따위는 아무렴 어때, 그런데, 그래도 누군가랑 결혼한다는 건 좀 두근거리는 걸… 이렇게 노래하는 아리아예요. 함께 감상하시죠!

https://youtu.be/SwOp-gvxPE4

오페라 작곡가가 당대 최고의 가수를 만나서 그 가수에 맞춤 작곡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인데요. 여기 레하르의 단짝 테너를 소개할게요. 리하르트 타우버입니다. 제 생각에, 그는 정말 재미있게 한 평생 살다 간 전설적인 테너인데요. 일단 노래도 너무너무 잘했고요. 대중적으로 인기도 높았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요, 수십 편의 영화에 출연할 정도였으니까요. 모차르트 오페라가 장기였고요, 그런데 노래만 잘한 게 아니라, 지휘도 잘했고요, 자신의 영화사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사업 수단도 좋았어요. 음반도 어마어마하게 냅니다. 리하르트 타우버는 레하르의 또 다른 오페렛타 “프리스키타”를 공연하게 되면서 서로 알게 됐는데요. 타우버에게 반한 레하르는 그를 위해서  오페렛타를 6개나 작곡하게 됩니다.  그럼 이번에 감상하실 곡은요, 바로 레하르와 타우버의 인연이 시작된 그 작품 , 오페렛타 “프리스키타”에 나오는 세레나데예요. 실제 리하르트 타우버 목소리로 들려드립니다. “When the moon is shining white” 달이 하얗게 빛날 때. 같이 감상하시죠.

https://youtu.be/RZ3ZIdkQfTM

세상 다 가진 것 같았던 레하르를 가만두지 않았던 것은 바로 당시의 상황이었어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점점 나치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었거든요. 나치의 유대인 말살 정책으로 인해, 레하르는 큰 곤경을 겪게 됩니다. 왜냐면 그와 같이 일하는 대본 작가들이나 가수 등 많은 동료가 유대인이었고, 더 큰 문제는 부인 조피가 바로 유대인이었어요. 그런데, 불행 중 다행으로 히틀러가 레하르의 음악을 매우 좋아했대요. 인기가 좋은 그의 음악은 나치 행사에 종종 동원되고는 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음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답니다. 워낙 상황이 급변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레하르 부부는 스위스로 도주하고, 안타깝게도 부인 조피는 거기서 죽고 맙니다. 전쟁이 끝나도 레하르는 빈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트 이쉴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살다가 몇 년 뒤 세상을 떠났답니다. 

작곡가 프란츠 레하르. 부인 조피 사진은 못 찾았어요...ㅠ.ㅠ 찾으신 분 제보 바랍니다.

당시 유럽의 정세 때문이었을까요? 레하르의 오페렛타는 어느새 새드 앤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웃음과 흥겨움, 그리고 해피앤딩이 그동안의 오페렛타의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말이죠. 이제 그의 마지막 작품을 소개할게요. 바로 1934년 작품 “쥬디타”입니다. 이 작품은 오페렛타라고 부르기에는 오히려 오페라 적인 요소가 훨씬 많아요. 이 작품도 레하르가 자신이 애정 하는 테너, 누구죠? 네! 바로 리하르트 타우버를 염두해 놓고 작곡했다고 해요. 

레하르와 타우버 / 사진 출처 - www.imdb.com

스페인이 배경인데요. 쥬디타는 불행한 결혼 생활에서 도망치고 싶은 와중에, 군인 옥타비오를 만나서 사랑의 도주를 합니다. 하지만 옥타비오는 곧 군대의 명령을 받고 떠나야 합니다. 서로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은 서로가 그리워서 너무 힘들어합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생계를 위해 쥬디타는 알카자르 클럽에서 노래하며 춤을 추는데, 거기서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클럽 주인 이브라힘은 쥬디타에게 돈 많은 영국 귀족과 엮어주려고 하는데, 마침 그 장면을 옥타비오가 보게 됩니다. 당연히 뚜껑이 열렸겠죠? 옥타비오는 쥬디타를 비난하며 난동을 부립니다. 결국 체포되었고요. 


세월이 지난 후 군복을 벗은 옥타비오는 여기저기 클럽을 전전하며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클럽에 쥬디타가 어떤 남자와 들어옵니다. 같이 들어온 사람이 권력자였는지, 쥬디타는 꽤나 여유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쥬디타가 옥타비오의 피아노 소리를 듣고 그를 알아봅니다. 그녀는 옥타비오를 보고 다시 마음이 흔들리지만, 옥타비오는 그 모든 것이 지난 일일 뿐입니다. 그의 마음은 이미 차갑게 식었고, 한 때는 그의 전부였던 쥬디타를 보고도 더 이상 아무런 감정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이 작품은 끝나요. 우리가 알고 있는 오페렛타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시니컬한 줄거리죠?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곡을 들으며 이 글을 마칠게요. 쥬디타가 알카자르 클럽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장면이에요. “Meine Lippen sie kuessen so heiss” 내 입술은 뜨겁게 키스한답니다. 아마도 이 곡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데에는 아래 동영상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현존 최고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의 전설적인 영상이죠. 

여러분 뜨거운 여름, 건강하시고요, 행복하세요! 츄스!

https://youtu.be/eGiz_QWCEkU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에 들으면 더 좋은 오페렛타 이야기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