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드 다이아몬드 저 / 강주헌 역 / 김영사
가독성: 나쁘지 않다.
왜 이 책을 선택했는가: 사람 좋아 보이는 이 아저씨의 많은 책 중에 내가 처음 읽었던 책은 '문명의 붕괴'였다. 방황하던 20대 중반에 내 전공과도 상관없는 그 두꺼운 책을 오직 지적 허영심 하나로 구입한 후, 독일까지 짊어지고 왔더랬다. 그런데 의외로 재미있는 게 아닌가. 무기로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그 두꺼운 책을 완독 했을 때의 기쁨이란! 학문적 깊이도 상당하지만, 일단 이 아저씨는 많은 예를 들며 자상하게 이야기해주는 이야기꾼이다. 자칫 악보만 보느라 협소하게 살아갈 뻔한 나에게 한층 더 넓은 시야와 사고를 제공해준 고마운 아저씨다.
독일에 있으면 한국 책이 너무 귀하다. 그래서 이 책은 전자책으로 구입했다. 그래서 얼마나 두꺼운지, 촉감은 어떤지 모른다. (겨우 202 페이지니까 두껍지는 않을 것 같다.) '문명의 붕괴'는 누군가에게 선물했는데, 그 책과 이 책이 책장에 나란히 꽂혀있었다면 왠지 모르게 뿌듯할 뻔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이 몹쓸 지적 허영심이여...
추천 대상:
1. 제레드 다이아몬드를 입문하고 싶은 분
2. 인류학에서 생태학, 조류학 등 엄청나게 방대한 학문이 어떻게 융합되는지 궁금하신 분
3. 중국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을지에 관한 한 석학의 의견이 궁금한 분
인상적인 구절:
.... 가장 중요한 지리적 요인 중 하나는 위도입니다. 대체로 온대지역에 위치한 국가들이 열대지역 국가들보다 부유한 편입니다. 열대지역 국가인 코스타리카는 정직하고 훌륭한 제도를 갖추었지만, 불가리아처럼 그만큼 정직한 제도를 갖추지 못한 유럽 국가들보다 가난합니다. (22쪽)
... 따라서 제도만이 아니라 지리적 조건을 근거로 북이탈리아가 남이탈리아보다 부유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듯합니다 (24쪽) => 나의 반론: 현재 이탈리아가 남/북으로 경제적 격차가 나게 된 것은 19세기에 정치적 노선으로 인해 산업 진흥정책이 실패한 것이 큰 원인임. 남부의 나폴리는 상당히 부유한 도시국가였지만, 19세기 산업화에 소외되는 바람에 경제적, 정치적으로 영향력도 축소됨.
.... 물론 대부분의 미국인은 미국이 지금 위기 상황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경고 신호가 분명히 보입니다...(중략)... 달리 말하면, 미국은 상당히 많은 이점을 긍정적으로 활용해왔습니다.....(중략).... 그런데 요즘 미국이 이런 이점을 낭비하고 있는 듯한 경고 신호가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특히 상호 관련된 네 가지 징조가 미국 민주주의의 쇠락을 부추기고 있는 듯합니다. (106-107쪽)
... 그러나 내 기준틀에는 미국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요인들도 있습니다. 첫째로는 미국의 우월의식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인은 다른 국가로부터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미국은 이웃 국가인 캐나다만이 아니라 유럽 국가들도 교도소 문제와 국민 건강관리와 교육 문제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해결했는지 눈여겨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위기 극복 능력을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두 번째 이유는, 미국은 좌절과 실패를 경험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현재의 이점을 계속 헛되이 낭비할까요? 아니면 메이지 시대의 일본처럼 문제를 직시하고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할까요?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두고 보면 알겠지요. (1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