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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Apr 29. 2020

75회 -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음악, 읽어드립니다!

아래의 곡은 1972년에 지정된 유럽연합 공식 찬가입니다. 이 곡을 다들 한 번씩은 들어보셨을 거라 믿어요. 바로 베토벤의 아홉 번째 교향곡 ‘합창교향곡’의 4악장의 메인 테마입니다. 


https://youtu.be/iGHnrIn6Ssw

유럽 연합 공식 찬가


이 작품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교향곡이 아닐까요? 루드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이 1824년에 완성한 이 교향곡은 베토벤이 청각을 상실한 후에 작곡됐기 때문에,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위대함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실제로도 이 곡은 교향악의 역사를 바꾼 곡으로 평가받고 있고요. 초연에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이후에는 연주하기에 너무 어려워서 한동안 묻혀있었다고 해요. 


그렇다면 이 곡에 대한 당대 작곡가들의 평가는 어땠을까요? 베토벤보다 조금 어리고 당대에 손꼽히는 음악가였던 루이스 슈포어(1784-1859)는요.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나는 전혀 이 작품에 감흥을 느낄 수가 없었다. 특히 4악장은 기괴하고, 실러의 시를 그렇게 통속적으로 사용할 줄이야. 베토벤이 천재인 건 알겠지만, 그의 미적 감각이 의심스럽다.”


또 우리가 잘 아는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쥬제페 베르디(1813-1901)도 이렇게 적었습니다. 


‘앞의 3개의 악장은 황홀하지만, 마지막 4악장이 매우 좋지 않게 세팅되어 있다 하지만 베토벤의 권위에 힘입어서 모두들 이렇게 외칠 것이다. “그건 그렇게 해야 돼!”'


 지금은 최고의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당대의 내로라하는 작곡가들에게 이런 평가를 받았다니, 재미있지 않나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베토벤의 이 마지막 교향곡은요, 제대로 연주하긴 어렵고. 당시에는 너무 혁신적인 스타일이었어요. 70분에 달하는 길이도 당시 평균보다 훨씬 길었죠. 그래서 인기가 없었는데요. 이 ‘합창교향곡’을 부활시킨 사람이 있었어요. 바로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 입니다. 


1871년에 촬영된 바그너의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1843년에 드레스덴의 궁정악장 자리를 얻어 드레스덴에 정착한 바그너는 이 작품을 도전하고자 했어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너무 어렵다며 반발을 했지만, 잘 진정시키며 결국 이 작품을 성공적으로 연주합니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에 새로운 빛을 가져다준 셈이죠. 하기사 바그너 자신이 작곡한 그 어려운 대작들에 비하면 합창 교향곡은 되려 연주하기 수월한 편일 수도 있겠어요. 예전에 바그너의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연습하다가 토할 뻔한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하하하하


바그너는 베토벤의 이 마지막 교향곡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합창 교향곡은 음악의 구원이며 미래의 예술에 대한 인류의 복음이다”


바그너가 드레스덴에서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언제 연주했는지는 사료마다 모두 다르게 언급되어 있어요. 레이몬드 홀덴이 쓴 ‘교향곡의 아이콘: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연주하는 바그너의 여정’에서는 1864년이라고 언급되어 있고, 플로리안 폰 하인체가 쓴 ‘음악과 문학’에는 1849년으로 적혀있답니다. 1846년 부활절 직전에 연주됐다는 이야기도 인터넷에 있지만 레퍼런스가 불분명하네요. 바그너가 1843년에 드레스덴에서 궁정 악장 자리를 얻고, 1849년에 혁명에 가담한 이유로 11년간의 망명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경위로 봤을 때, 1846년이나 1849년이 더 설득력 있는 듯합니다. (잘 아시는 분의 보충 설명 기다립니다^^)


그리고 훗날 바그너의 장인어른이 되는 프란츠 리스트(리스트의 딸인 코지마가 바그너와 재혼하게 됨)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피아노로 편곡했는데요, 9번 교향곡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 베토벤 페스티벌에서 리스트 버전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가 예정되어 있었는데요. 코로나 때문에 아쉽게도 취소됐어요. 수많은 악기가 조화를 이루는 교향곡을 피아노라는 악기 하나로 표현해 내다니, 상상이 되시나요? 사실, 리스트는 베토벤의 교향곡뿐만이 아니라, 많은 오페라도 피아노로 편곡했어요. 편곡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럼 리스트가 편곡한 합창교향곡 4악장 부분을 잠깐 감상해보실까요? 


https://youtu.be/A-ByzVTt8wc

바쁜 분들은 3:00부터 들어보세요. 

https://youtu.be/enYIKMjwJq8

노.고.독.고 짤과 함께 영상으로 즐겨보세요~ 

이 유명한 멜로디는 이미 베토벤의 초기 작품에서 그 흔적이 살짝 보여요. 합창 교향곡이 나오기 29년 전인 1795년에 베토벤이 작곡한 가곡 ‘Seufzer eines Ungeliebten und Gegenliebe 응답 없는 짝사랑하는 이의 탄식’에서 우리는 이 유명한 멜로디의 원시 버전을 느낄 수가 있어요.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https://youtu.be/OD4-dpO_8kc

4:00 부분부터 먼저 들어보세요. 우리가 아는 그 멜로디가 살짝 들리시나요?


들리시나요? 이렇게 이 멜로디가 이미 베토벤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있었던 것처럼, 합창교향곡의 가사가 된 실러의 ‘환희의 송가’도 베토벤이 평생 음악화하려고 생각하던 시였어요. 하지만 베토벤이 처음부터 이 시를 가지고 교향곡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베토벤은 1822년에 이 교향곡 작곡을 시작해서 1824년 5월 7일에 초연을 했는데요. 4악장에 실러의 시로 합창을 넣을지는 1823년 12월이나 돼서야 결정했다고 해요. 그리고는 이 엄청난 작품이 탄생된 거죠. 


교향곡에 독창과 합창을 도입하는 것은 당시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에서도 흔적이 보이지만, 본격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베토벤의 이 합창 교향곡부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럼 실러의 시에 붙인 4악장을 감상해 보시죠. 

https://youtu.be/ChygZLpJDNE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영상


O Freunde, nicht diese Töne! 

오, 친구들이여! 이 소리가 아니라네!

Sondern laßt uns angenehmere anstimmen, und freudenvollere! 

그러지 말고 우리 좀 더 편안하고 환희에 찬 노래를 부르자고!


Freude, schöner Götterfunken, Tochter aus Elysium 

기쁨이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낙원의 딸들이여

Wir betreten feuertrunken, Himmlische, dein Heiligtum! 

우리 모두 정열에 취해 그대의 하늘 성소로 들어가자!

Deine Zauber binden wieder, Was die Mode streng geteilt; 

너의 마법은 가혹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것을 다시 이어주고,

Alle Menschen werden Brüder, Wo dein sanfter Flügel weilt. 

너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서 모든 인류는 형제가 된다. 


Wem der große Wurf gelungen, Eines Freundes Freund zu sein; 

우정에 우정을 더하는 데 성공한 자여, 

Wer ein holdes Weib errungen, Mische seinen Jubel ein! 

사랑스러운 여인을 얻은 자여, 환호하라!

Ja, wer auch nur eine Seele Sein nennt auf dem Erdenrund! 

그래, 비록 단 하나의 영혼이라도 이 땅에서 부를 수 있다면 함께하고,

Und wer's nie gekonnt, der stehle Weinend sich aus diesem Bund! 

그것조차 할 수 없다면 이 자리에서 울면서 떠나가리라. 


Freude trinken alle Wesen An den Brüsten der Natur;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자연의 가슴에서 환희를 마시고

Alle Guten, alle Bösen Folgen ihrer Rosenspur, 

모든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자신의 장미의 길을 따를 것이며,

Küsse gab sie uns und Reben, Einen Freund, geprüft im Tod; 

우리에게는 입맞춤과 포도나무, 그리고 죽음이 갈라놓을 수 없는 친구를 주었으니

Wollust ward dem Wurm gegeben, Und der Cherub steht vor Gott. 

정욕은 하찮은 인간에게 주어졌으나, 천사 케루빔은 신 앞에 선다.


Froh, froh, wie seine Sonnen, seine Sonnen fliegen

기뻐하라, 마치 태양이 창공을 가로지르듯이

Froh, wie seine Sonnen fliegen Durch des Himmels prächt'gen Plan,

기뻐하라, 마치 태양이 천국의 빛나는 궤도를 따라 활공하듯이 

Laufet, Brüder eure Bahn, Laufet, Brüder eure Bahn,

형제들이여, 그대들이 갈 길을 행진하라. 

Freudig, wie ein Held zum Siegen, wie ein Held zum Siegen.

기쁘게, 마치 영웅이 개선하듯이

Laufet, Brüder eure Bahn, wie ein Held zum Siegen.

형제들이여, 영웅이 개선 행진하는 것처럼 그대들도 행진하라!


Seid umschlungen, Millionen! Diesen Kuß der ganzen Welt!

서로 얼싸안자, 만민이여, 온 세상의 인사를 받으리니!

Brüder! Über'm Sternenzelt Muß ein lieber Vater wohnen.

형제들이여! 별이 가득한 하늘 너머에 사랑하는 아버지께서 계실 것이다


Ihr stürzt nieder, Millionen?

만민들이여, 엎드리겠는가?

Ahnest du den Schöpfer, Welt?

당신은 세상의 창조주를 아는가? 

Such' ihn über'm Sternenzelt!

별이 가득한 천공 너머 그분을 찾아보라!

Über Sternen muß er wohnen.

저 별 너머에 그분은 계실 것이다. 


(유튜브로 75회 전체 에피소드 청취하기)

https://youtu.be/enYIKMjwJq8

유튜브 짤로도 만들어 봤습니다^^ 영상과 같이 감상해보아요~~

(팟빵으로 청취하기)

http://www.podbbang.com/ch/1769003?e=23474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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