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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May 20. 2020

29회 - 5월의 노래

감사의 달 5월에 전해드리는 음악 선물

http://www.podbbang.com/ch/1769003?e=23041062


어느덧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좋은 음악을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행복해요. 많이들 그러시더라고요. 5월은 감사의 달이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감사의 마음을 듬뿍 담아서 여러분께 5월의 노래를 선물하고 싶어요.  러시아, 프랑스, 독일 그리고 미국 이렇게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된 오월의 노래를 준비했어요. 일단 러시아에서 출발할게요. 


https://youtu.be/qRE8Ey6DYHU

테너 다닐 슈토다가 부르는 레브코의 아리아 "태양은 저물고, 저녁은 다가오네"

노래 너무 좋지 않나요? 림스키 코르사코프라는 러시아 작곡가의  <오월의 밤> 이라는 오페라에 나오는 아리아 "Solynshko nizko, vecher uzh blisko (태양은 저물고, 저녁은 다가오네)"에요. 이 오페라 <오월의 밤>은 안타깝게도 현재는 거의 공연이 안 되는 작품인데요. 우크라이나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요. 이 노래는 주인공 레브코가 사랑하는 여인 한나 창문 앞에서 부르는 세레나데 같은 노래예요. 테너 목소리의 매력이 발산되는 그런 곡인 것 같아요.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1844-1908)는 무소르그스키나 보로딘과 함께 러시아 5인조로 분류되는 러시아 음악사에서 중요한 작곡가입니다.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이름이 낯선 분이라고 이 곡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바로 '왕벌의 비행'입니다. 

https://youtu.be/ailQsmCkf44

피아니스트 유자 왕의 '왕벌의 비행'


 위의 오페라 <오월의 밤>에 나오는 아리아도 그렇고, 이 '왕벌의 비행'도 그렇고 낯선 러시아 음악이지만 생각보다 다가가기 쉽지 않나요? 저는 러시아라고 하면 예전에 드라마 <모래시계> 배경이었던 '백학'의 우우우우~~ 이런 분위기가 주류일 줄 알았는데, 러시아 사람들도 은근 유머가 있고 쾌활하네요. 그러고 보니 거기는 여름은 백야잖아요. 5월에 이미 밤늦게까지 환하겠는걸요! 요즘 독일도 밤 10시는 돼야 어둑어둑해집니다. 


https://youtu.be/JYX9lpQWv6E

러시아의 대표적인 바리톤이었고, 지금은 세상을 떠난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가 부르는 '백학'




자, 그럼 우리 다음 나라로 가 볼까요? 이번에 여행하실 나라는 프랑스예요. 


정말 프랑스적인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1845-1924)의 대표곡인 'Mai 5월'을 소개할게요. '노트르담의 꼽추'로 유명한 빅토르 위고(1802-1885)는 1836년에 시집 '황혼의 노래(Les Chants du Crépuscule)'를 출판합니다. 여기에 오늘 소개하는 '5월'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이 시에 포레가 곡을 붙였는데요. 작곡은 1862년쯤 됐을 거라 추정되는데 1871년에 출판됐어요. 1862년이면 포레가 불과 17살이었을 때네요. 


포레는 오페라나 교향곡 같은 대작보다는 가곡이나 피아노 소품, 채임버 음악으로 더 기억되는 작곡가예요. 저는 포레 노래를 들으면 동시대 프랑스 화가 르느와르와 모네 그림이 떠올라요. 여러분도 저와 같이 생각하시는지 함께 감상해보실래요?

 

피에르 오귀스트 르느와르의 '호숫가에서' (1879-80)

Puis-que Mai tout en fleurs dans les prés nous réclame. 

초원의 모든 것이 피어나는 5월이 우리를 부르네요.


Viens, ne te lasse pas de mêler à ton âme 

오세요, 당신의 영혼에 스며드는 걸 피곤해하지 말아요.


La campagne, les bois, les ombrages charmants, 

정경, 숲, 마법과 같은 그림자들,


Les larges clairs de lune au bord des flots dormants : 

광활한 달빛이 잠자는 물결 가장자리에 닿습니다.


Le sentier qui finit où le chemin commence. 

그 길은 거기서 끝나지만 거기서 시작하기도 하죠.


Et l'air, et le printemps et l'horizon immense. 

대기와 봄, 그리고 거대한 지평선


L'horizon que ce monde attache humble et joyeux, 

이 세상을 겸손하게도, 즐겁게도 연결하는 수평선은


Comme une lèvre au bas de la robe des cieux. 

천국의 옷자락 아래 밑단 같네요.


Viens, et que le regard des pudiques étoiles, 

오세요, 저 겸손한 별빛을 바라보세요.


Qui tombe sur la terre à travers tant de voiles. 

지상의 돛대처럼 떨어지고 있어요. 


Que l'arbre pénétré de parfum et de chants. 

나무가 향기와 노래로 젖게 내버려 두죠.


Que le souffle embrasé de midi dans les champs; 

들판 위의 정오의 호흡이 타오르게 내버려 둬요.


Et l'ombre et le soleil, et l'onde, et la verdure, 

그늘과 태양, 파도, 녹음,


Et le rayonnement de toute la nature, 

그리고 모든 자연의 광채,


Fassent épanouir, comme une double fleur, 

충만한 꽃처럼 피어나게 내버려 둡시다.


La beauté sur ton front et l'amour dans ton cœur!

그대의 이마에 맺힌 아름다움과 그 마음속의 사랑까지도!




자, 이젠 프랑스 옆 나라죠? 저희 방송의 본 무대, 독일의 5월을 느껴보세요. 독일에서도 5월에 '마이바움(Maibaum-5월나무)'이라고 사랑하는 사람 집 앞에 나무를 장식하는 풍습이 있어요. 나무에 색색 리본을 달아놓는데요. 살짝 우리나라 서낭당 나무가 연상되지 않나요? 사실, 저 독일 처음 왔을 땐, 서낭당같이 주술적인 의미가 있는 줄 오해하기도 했답니다. 아무튼 5월은 사랑도 싹틉니다!  

마이바움을 설치하는 모습

그런데요. 독일 가곡에 애정이 있으신 분들은 5월 하면 바로 2개의 노래가 떠오르실 거예요. 한 곡은 슈만의 곡, 또 한 곡은 브람스의 곡이죠. 


슈만의 곡은 Im wunderschönen Monat Mai 아름다운 5월에라는 곡이 유명합니다. <시인의 사랑(Dichterliebe)>이라고 하는 유명한 연가곡의 바로 첫 번째 곡이에요. 슈만이 클라라와 결혼한 1840년은 예술적인 감수성이 넘쳐났는지 어마어마한 명작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이 <시인의 사랑> 뿐만 아니라 결혼 선물로 줬던 <뮈르테의 꽃(Myrthen)> 가곡집, 또 <여인의 사랑과 생애(Frauenliebe und -leben)> 등등 그야말로 명작의 풍년입니다. 그럼 슈만이 그리는 '아름다운 5월에' 들어볼까요?


https://youtu.be/cGO6wyHFClo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난 독일 테너 프란츠 분더리히가 부르는 '아름다운 5월에'

Im wunderschönen Monat Mai, 아름다운 5월에

Als alle Knospen sprangen, 모든 새싹이 움틀 때

Da ist in meinem Herzen 내 마음에도 무언가 있습니다.

Die Liebe aufgegangen.  사랑이 싹텄죠. 


Im wunderschönen Monat Mai, 아름다운 5월에 

Als alle Vögel sangen, 모든 새들이 노래할 때

Da hab’ ich ihr gestanden 그녀에게 고백했죠.

Mein Sehnen und Verlangen. 나의 갈망과 바람을.


그런데요. 지금 들으시는 이 '아름다운 5월에'라는 곡을 부르는 젊은 청년은요. 아름다운 5월을 만끽할 수가 없어요. 사랑 때문에 초조해하고 있거든요. 모든 꽃이 피어날 때, 그의 마음에도 사랑의 꽃이 피었고, 모든 새들이 노래할 때, 그도 사랑하는 이에게 마음을 고백했죠. 자 이 사랑의 결말은 어떻게 됐을까요? <시인의 사랑>을 아시는 분들은 그 결말 또한 아시죠? 


그리고 슈만과 떼어놓을 수 없는 남자, 브람스도 5월에 관한 곡을 남겼고요. 이 곡 또한 브람스의 대표적인 가곡이랍니다.  바로 청년 브람스의  '오월의 밤 Die Mainacht'입니다. 이곡은 지난 28회 마지막에 소개해드렸던 '영원한 사랑의 (Von ewiger Liebe)'랑 같이 작곡됐는데요. 그래서 그 둘은 작품번호 43번 안에 Von ewiger Liebe는 첫 번째 곡,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Mainacht가 두 번째 곡이에요. 

1853년의 청년 브람스 (20세)

브람스의 이 청년도 5월의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이 청년의 상황은 한 층 더 심각하네요.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 곡 함께 감상하시죠. 


Wann der silberne Mond durch die Gesträuche blinkt, 

은빛 달이 숲 속을 비추며,


Und sein schlummerndes Licht über den Rasen streut, 

졸음 섞인 달빛이 잔디 위에 흩뿌려지고,


Und die Nachtigall flötet, 

나이팅게일이 플루트 소리처럼 울 때,


Wandl' ich traurig von Busch zu Busch. 

나는 울창한 숲 속을 정처 없이 슬프게 걷는다. 


Überhüllet von Laub girret ein Taubenpaar 

나뭇잎 그늘에 가려진 비둘기 한쌍이 


Sein Entzücken mir vor; aber ich wende mich, 

나를 매혹시킨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서 돌아서서


Suche dunklere Schatten, 

좀 더 어두운 그늘을 찾는다.


Und die einsame Träne rinnt. 

그리고 외로운 눈물로 세월을 보낸다.


Wann, o lächelndes Bild, welches wie Morgenrot 

미소 짓고 있는 그대여, 아침 햇살이 영혼을 투영하여 나를 비출 때,


Durch die Seele mir strahlt, find ich auf Erden dich? 

 언제 그대를 다시 이 지상에서 느낄 수 있을까?


Und die einsame Träne

그리고 외로운 눈물이  


Bebt mir heißer die Wang herab!

점점 뜨겁게 뺨을 흘러내린다.


https://youtu.be/wejecPD8ZJI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가 부르는 브람스의 '오월의 밤'


5월에 대한 감사의 선물을 드린다고 해놓고 이렇게 슬프게 보내드리면 제가 마음이 편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바다 건너 한 나라를 더 여행하시고 오늘 이야기를 마칠게요. 자 이제 미국입니다. 미국 하면 뮤지컬이죠? <사운드 오브 뮤직>의 작사자 오스카 헤머스타인과 1930, 40년대 아카데미 주제가 상에 여러 차례 수상과 노미네이트 됐던 작곡가 제로미 컨이 만나서 탄생한 뮤지컬 <Very warm for May> 우리나라 말로는 5월치고는 너무 더운? 일까요? 아무튼 지금은 자주 공연되지 않지만, 이 곡만큼은 유명하답니다. All the Things You are 이 곡 들려드리면서 저는 5월을 보냅니다. 츄스! 


https://youtu.be/t_tRL3YvwaA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르는 All the Things You are


https://youtu.be/OPapxr8GvGA

엘라 피츠제럴드가 부르는 All the Things You are


You are the promised kiss of springtime. 당신은 외로운 겨울이 길게 느껴지게 만드는

That makes the lonely winter seem long 봄에 하기로 약속된 키스 같아요.

You are the breathless hush of evening 당신은 사랑스러운 노래를 부르기 전 

That trembles on the brink of a lovely song 떨리는 저녁의 숨 막히는 침묵이에요.


You are the angel glow that lights the star 당신은 저 별을 비추는 빛나는 천사예요.

The dearest things that I know are what you are 내가 아는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 당신이고요.

Someday my happy arms will hold you 언젠가 내 행복한 팔은 당신을 안을 거예요.

And someday I'll know that moment divine 언젠가 당신의 모든 것이 내 것일 때,

When all the things you are, are mine 그 신성한 순간을 나는 알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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