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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Jan 03. 2025

아들이 고백을 받았다


 요즘 아이들의 이성관계는 매우 빠르다. 유치원 시절 꼬물이 때부터 연애편지를 주고받는 아이도 있다. 인기가 많은 아이들이 있다. 잘생기거나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 다정하고 착해 친구들에게 인기 많은 아이들. 우리 아들도 엄마 눈에는 잘생기고 다정하고 착한데. (미안. 공부를 잘한다고는 쓰질 못하겠네. 아들아~)


 첫째 아들은 초등학교 4학년이다. 아들은 어렸을 적부터 여자친구들에게 인기가 없었다. 인기가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곤충 소년'이었기 때문. 아들은 4살 무렵에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사마귀가 멋있어.' 하더니 그때부터 곤충에 푹 빠졌다. 곤충, 파충류, 양서류, 동물 등 살아있는 생물은 모두 좋아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곤충을 잡고 다녔다. 곤충을 잡아 관찰하고 키우기도 하고 놔주기도 하고.


 5살 때 인가. 놀이터에서 아들이 노는 모습을 봤다. 같은 어린이집 여자 아이들이랑 어울려 노는데 여자 아이가 엄마아빠 놀이를 하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언니~' '나는 엄마~' 이러는데 아들은 이렇게 얘기했다. '나는 사마귀~' 더 놀라운 건 친구들이 당황하지 않고 '그래 너 사마귀해.'라고 했다는 거다. 그만큼 아이는 어린 시절부터 곤충에 푹 빠져 있었고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없었다.






 뜬금없는 일이 일어났다. 아들이 옆집 여자 아이에게 고백을 받았다고 한다. 옆집 아이라고 하면 1학년인데

 얼굴도 예쁘장하고 똘망똘망하다. 항상 치마에 예쁜 스타킹과 구두를 신는 옷을 예쁘게 입는 아이인데. 그 여자아이가 우리 첫째를?


 의아했다. 보통 그런 여자 아이들은 곤충을 극 혐오하고 곤충 좋아하는 우리 아이를 멀리하기 때문이다. 접점은 수학공부방이었다. 둘 다 학교 끝나고 같은 수학 공부방을 가니 함께 가며 친해졌나 보다.

 

 사실 아들이 받은 첫 고백은 아니었다. 4학년 1학기 때 같은 반 여자 아이에게 첫 고백을 받았다. 태어나 처음 받은 고백이라 그때 아들은 많이 당황스러워했다. 뭐라고 대답했냐고 했더니 "생각해 볼게~"라고 했단다.

금요일에 고백받아 아들은 주말 내내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그렇게 신중하게 고민 한 끝에 '좋은 친구로 잘 지내자.' 말한다고 했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에게 대답 잘하고 왔느냐고 물었다. 이어진 아이의 말은 황당했다. 그 여자 아이가 자기에게 고백하기 전 다른 아이에게 먼저 고백했는데 거절해서 자기에게 고백한 거였다고. 그런데 먼저 고백했던 아이가 사귀자고 해서 둘이 사귄다는 거였다. 우리 아들은 첫 고백받아 설레고 3일간 고민했는데. 엄마인 나도 아이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설마 진짜 사귀는 거 아닌가. 조마조마하며 주말을 보냈는데. 어처구니없지만 한편으로는 휴- 다행이었던 사건이었다.


 이번에는 다른 것 같다. 옆집 아이가 진지하게 좋아하는 눈치다. 아들은 고백받고 또 생각해 보겠다고 했단다. 바로 거절하면 미안하니까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하는 걸까? 집에 와서 고백받은 얘기를 들은 엄마아빠는 난리가 났다. 여자 아이가 옆집 아이니까 얼굴을 알아 더 난리다.


엄마 : "사귀는 건 아니지? 그냥 지금처럼 친한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는 거지~"

아빠 : "옆집 아이 예쁘잖아~ 한번 사귀어봐. 부잣집 딸내미 같던데~" (으이구. 못살아)


 아빠의 부추김에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아들은 잘 거절했단다. 아무래도 옆집 여자 아이가 여자로 보이지 않은 거 같다. 자기 동생과 같은 나이니 어리게만 보였겠지.






 상황이 일단락되는 거 같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옆집 아이는 끊임없이 아이에게 연락을 했다. 특히 학교 끝나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학교에서 공부방까지 5~10분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인데 같이 가자고 전화한 모양이다. 아들은 전화만 되는 키즈폰이라 집에 잘 두고 다녀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 이틀 내내 핸드폰을 안 가져와 못 받았다고 하니 핸드폰을 챙기라고 했나 보다. 하루는 학교 가기 전 아들이 핸드폰을 열심히 찾고 있었다. '00 이가 핸드폰 꼭 챙겨 오라고 했어. ' 라며. 그렇게 사귀는 건 아닌데 똑 부러진 옆집 아이에게 이끌려 꼼짝 못 하며 지내고 있다.


 동네 엄마가 전화가 왔다.

동네 엄마 : "학교 끝나고 갈 때 00 이가 아들한테 가방을 들어달라고 해서 맨날 (우리) 아들이 들어줘. 그래서 지켜보다가 아들한테 얘기해 줬어. 계속 들어주지 말라고. 서로 각자 자기가 드는 거라고. 얘기해 줬어."


 집에 온 아들에게 얘기를 했다.

엄마 : "가방 들어주지 마. 아들을 너무 부려먹네."

아빠 : "들어줘도 돼~ 엄마도 많이 그랬어~"


그렇게 아이는 가만힌데 엄마와 아빠는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다.






 아이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분명하게(?) 거절(?)했는데 아들과 여자아이의 마음은 다른 거 같다. 하루는 아들이 아침 일찍 나가 고모부랑 영화를 보고 나갔다 오느라 전화를 못 받았는데.  


다음 날 학교 가는 길에 아들이 인사했더니 한 말.


아들 : "00아 안녕?"

여자아이 :" 왜 전화 안 받았어! ㅚㅏ홈ㄴㅇ렁너ㅏ혼이ㅏ허너하ㅣ호ㅓㅣㅏ화ㅓㅇ호ㅓㅏㅁㅎ."


 왜 전화 안 받았냐고 화를 엄청 많이 냈다는 그녀. 그러고는 하굣길에 같이 편의점에 들러 '과자'사 먹자고 했단다. 연락 안 닿았다고 화내는 모습이나 같이 편의점에 과자 사 먹으러 가자는 모습이나 왜 그리 귀엽고 깜찍한지.


 하루는 아들이 친구랑 밖에서 놀고 있는데 여자 아이가 전화가 왔단다. 같이 놀자는 말에 미안하다고 다음에 놀자고 했더니 여자 아이 하는 말


여자아이 : "아~ 왜~~ 내가 못생겨서 그래? 브ㅡ스늬짖ㅅ틛스극ㄷ,스븾."

아들 : "아니야~ 예뻐~."

여자아이 : (갑자기 진정하고 기분 좋게) 정말? 대신 다음에 꼭 놀기다~"

아들 : "알겠어~."



이것이 초등의 연애인가^^




이미지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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