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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혼자여행을 떠나게 된 추진력?

by 다몽 박작까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 한편에 혼자 여행을 꿈꾼다. 그러나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쉽지 않다. 물론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다면 더더욱이 그렇다. 제약을 나열하자면 개개인이 다를 테지만 그 부분을 계속 생각하면 당연히 혼자여행을 시도할 수가 없다. 남편이 혼자 여행과 지인들과 여행을 계획하고 훌훌 떠날 때 물론 나에게도 허락받고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고려가 나와 같진 않아 보였다.


부부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당연히 함께 양육하고 육아하는 게 맞는데 그게 같은 비율이 되기는 쉽지 않다. 결혼을 약속할 때만 해도 똑같은 비율로 하고 싶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달라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남자는 여행을 계획할 때 아이들까지 고려하진 않지만 여자는 아니라는 거. 그리고 남자는 양육에 며칠 손을 놓은다고 해도 할 수 있지만 여자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물론 이건 남녀 차이가 아니라 사람마다 특성이 달라서 일수도 있겠다.

이 부분을 나는 신우신염으로 입원했을 때 깨달았다. 태어나서 처음 입원해 본 경험이었다. 입원해서 병원에 있는게 좌불안석이었다. 아이들 걱정도 되고 정리 못한 집도 걱정되고. 그래서 얼른 퇴원하고 통원치료하고 싶었다. 그게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내 자리를 지키고 싶어서였던 거 같다. 그러니까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엄마가 혼자 여행을 계획하고 추진한다는 건 더더욱 쉽지 않다.






제주로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된 게 내 '취향 찾기'라는 번듯한 이유가 있지만 사실 그것만은 아니었다. 그 이면에는 '스트레스'도 있었다. 취향을 찾고도 싶었지만 바로 비행기표를 예매할 수 있던 추진력은 바로 스트레스였다. 결혼 초부터 살림과 정리, 청소, 요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매우 컸다. 못하니까 더욱 그랬다. 세월이 지나 처음보다는 나아졌어도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그러니 자연스레 누가 우리 집에 오는 거도 부담스러웠다. 특히 시부모님은 더욱이.


5,6월에 시부모님 생신, 남편 생일, 아들 생일이 다 몰려 있다. 안 그래도 가정의 달 5월인데 가족 행사까지 많이 몰려 있으니 심적으로 부담이었다. 요리를 뚝딱 하지도 못하면서 매번 집에 초대해야 하는 건 아닌지 혼자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국 밖에서 먹게 되면서도 그전까지는 혼자 스트레스받았다. 문제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그렇게 느낀 거라는 거다. 집에 식사초대를 하라고는 안 했지만 해야 할 것 같다는 착한 며느리 콤플렉스가 있었다. 착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않으면서 괜히 느끼는 그런 심적 부담감.


급히 여행을 계획하고 비행기표를 끊게 된 거도 시부모님을 집에 초대하기로 마음먹고서였다. 아니 그전부터 언젠가 초대는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음먹은 거와 실행력과 추진력이 어디 같을 수 있나. 해야 할 것 같은 마음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계속 충돌하면서 괴로웠다. 그래서 나에게 보상을 주고 싶었다.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여행생각하며 힘들어도 참고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싶었다. 집을 깔끔하게 치우고 잘하지도 못하지만 요리해서 식사대접을 하고 후련한 기분으로 떠날 생각이었다. 그 초대가 불러올 큰 파장은 생각도 못하고;; (간략하게 말하자면 초대 잘하고 부부싸움이 되었다. 나는 한번 제대로 초대해서 내 부담감을 덜려고 했다. 남편은 그 계기로 앞으로 종종 초대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부딪혔고 큰 부부싸움으로 이어졌다. 남편은 식사초대 아니고 잠깐 올라와 들르는 걸 원했지만 내 입장에서는 "잘했지만 더 잘해~"로 생각되어서 부담감으로 느껴졌다.) 다행히 3일 동안 박 터지게 말싸움을 하고 부부싸움은 종료됐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딱 이틀이 지나 떠난 제주 여행이었다. 그래서 더욱 신나게 즐길 생각이었다.






여행지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은 당연히 좋다. 아이들이 학교 가거나 남편이 집에 없거나 할 때 느끼는 혼자만의 시간이랑은 다를 수밖에 없다. 집에 있을 땐 주로 집안일을 계획하고 아이들 뭐 먹일지를 고민하는 시간으로 머리를 가득 채우게 되니까. 여행지에서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한다. 살면서 나에게 집중한 시간이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로 너무 나를 챙기지 않고 살았던 거 같다. 그래서 여행하는 시간 동안 나만 생각해도 된다는 게 너무 즐겁다. 괜히 촐랑대고 싶다랄까?


제주 여행 첫날 풍차까지 보고 밤길을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혼자 있으니 모든 게 다 여유롭다. 숙소에 나만 있으니 고요해서 그런가 시간이 느릿해진 기분이다. 가져온 짐을 대충 풀고 옷도 가볍게 입고는 TV를 튼다. 평소 즐겨보던 TV 프로를 보는데 집중이 되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내일 뭐 하지?로 가득 차서다. TV를 끄고 다음 날 여행지 동선을 생각해 본다. 가고 싶던 곳의 동선을 짜보고 제주에 사는 브런치 작가님들도 만나야지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하루가 저문다. 혼자 쓰는 침대는 마음이 편하다. 혹시 모를 생리욕구가(이를 테면 방귀) 피식? 아니면 빵빵빵? 나와도 괜찮다. 나는 혼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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