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대로 된 연애를 몇 번 해보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연애했던 사람은 아직도 종종 기억이 난다. 나이에 비해 성숙한 말과 행동을 보여주곤 했고, 상반되는 동글동글한 외모가 너무 귀여웠다.
무언가 큰 진전 없이 거의 300일 가까이 사귀었는데, 좋은 사람이란 걸 알지만 서로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거 같단 생각을 동시에 했다.
13살 14살의 헤어짐 치고는 굉장히 담담하고 조용히 흘러갔다.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존중하며 좋게 잘 헤어졌다.
그런데 문제가 조금 생겼다면, 이상형이 첫 연애상대와 아주 비슷하게 변했다는 거? 자꾸 무의식적으로 그 친구를 떠올렸고, 또 비슷한 사람을 찾아다녔다. 내가 그러고 싶지 않아도 계속 그 친구의 모습이 아니면 성에 차지 않았다. 그 친구의 성격울 계속 떠올리며 비슷하지 않으면 보기가 싫었다.
다시 이별하기 전으로 돌아가자면, 우리는 서로를 많이 배려했다. 상대방을 챙기기에 급급했고 그만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어린 마음에 이런 담백한 생활이 점점 연애 같지 않다고 느꼈다. (지금은 활활 타오르는 사랑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고 있다) 시간을 가져보자는 내 말에 상대방은 동의했다. 서로 아끼는 좋은 연인이라 생각했는데, 연인이 아니라 점점 챙겨줘야 하는 대상이 된 거 같다고 말하고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 뒤엔 당연한 수순으로 헤어진 거 같다. 이미 둘 다 마음의 변화가 있었고, 다시 만난다면 서로가 힘들 것이라고, 절대 안될 거 같다 생각했다.
좋은 헤어짐을 겪고 그 친구의 연락처가 남아있어서 종종 연락을 하곤 했다. (지금은 잃어버렸다) 미련은 아니고 잘 지내면 좋겠어서.
내 첫 연애의 마지막은 담담하고 조용하고 성숙하게 끝을 맺은 거 같다. 그 친구가 이 글을 볼진 알 수 없지만 마음을 담아서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