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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May 14. 2017

싱가폴 디자인샵 겉핥기

지나가다본것들 #2

싱가폴의 첫인상

싱가폴은 예전에 영국의 식민지였다고 하는데, 도시 이곳저곳을 살펴보면  '영국인이 도시를 새로 만들면 이렇겠구나'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2층 버스나 화폐 디자인, 소품 샵에 가면 영국에서 봤던 그 브랜드가 종종 있는 것을 보고 영국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뭔가 일본의 정갈함 + 영국의 세련된 느낌 + 온갖 곳이 번쩍번쩍한 신도시의 느낌이 합쳐진 곳이다. 발리 이후 싱가폴을 가보니, 확실히 나는 도시에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갈하게 디자인된 건축이나 인테리어를 보면 심신이 안정된다. (ㅋㅋㅋ)


디자인 소품 샵 여행

예전부터 카페나 소품 샵 등을 구경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는데, 지난 영국 여행 때부터는 관광지보다는 그런 리테일 샵들만 콕콕 찝어 구경을 다니는 것을 더 즐겨했다. 그러다 보니 내 구글 맵에는 구글에서 찾은 멋진 샵들로 별이 한가득. 대부분 인테리어 소품, 가구, 시계, 향수, 디자인 소품 샵, 카페, 위스키 바 등이다.


독특하게 꾸며진 샵의 인테리어&익스테리어, 개성 있는 간판과 아름답게 정렬된 물품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 구석이 간지러우면서 알 수 없는 희열감이 든다. (뭐지...) 샵의 주인의 센스대로 모여있는 물건들과 그에 맞게 꾸며진 인테리어를 보면, 나도 모르게 감탄하며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는데, 다들 꽤나 쿨한 척하며 좋아한다.


5일간의 짧은 싱가폴 여행에서도 관광지보다는 이런 샵 구경을 더 많이 했다. 물론 짧아서 여러 군데 가지 못했고, 간 곳도 한 번밖에 못 갔지만(런던의 샵들은 맘에 들면 두세 번씩 갔다ㅠㅠ), 나중에 잊지 않도록 짧게 몇 군데를 메모해 두려 한다.  


Gallery & co   https://galleryand.co/

싱가폴 디자인 뮤지엄 안에 있는 샵으로 다양한 디자인 브랜드의 소품, 옷, 가방 등을 판매한다. 바로 옆에 같은 컨셉으로 카페, 식당이 함께 있다. 갤러리 브랜딩이 인테리어 곳곳에 묻어있어 둘러보는 내내 즐거웠다. 정작 시간이 없어서 슬프게도 전시는 보지 못하고 샵만 구경했다.


다양한 디자인 브랜드의 소품을 독특한 인테리어와 진열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전체적으로 면과 패턴을 이용한 브랜드 컨셉을 탁자와 사이니즈에 적용시켜서 독특한 느낌이 잘 살렸다. 가끔 제품의 컨셉이 패턴 때문에 묻히기도 했지만, 숍 자체의 브랜딩은 인상적이었다.


매우 심플한 스타일부터 스트릿 브랜드 스타일까지 싱가폴을 대표하는 개성 강한 디자인 브랜드들이 모여있었다. 싱가폴의 역사나 상징을 이용한 포스터나 물품들도 훌륭했다. 심지어 영수증은 로고가 들어가고 컬러만 다를 뿐인데 왜 이렇게 맘에 들지!!!


한 켠에는 카페와 식당이 있었는데, 메뉴판과 사이니즈, 테이블 페이퍼 매트까지 꼼꼼하게 디자인이 잘 되어있는 것을 보고 어질어질 코피 퐉!! 할 뻔.


Supermama   https://www.supermama.sg

일본과 싱가폴 디자인 브랜드 소품 샵. 싱가폴 동쪽에 한국의 연남동(비유가 적절한진 모르겠지만) 같은 동네인 Haji Lane 근처에 자리한 자그마한 리테일 샵이다. 글을 쓰기 전에 샵 홈페이지를 봤다가 꽤 흥미로운 소개를 보게 되었다.


샵의 주인인 남편이 둘째 아이를 갖기 전 아내에게 1년 동안의 안식년을 가지며 샵을 차리는 것을 제안했다.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안을 받아들여준 두 아이의 엄마인 아내에게 고마워하며, 'Supermama'인 아내의 별칭으로 샵의 이름을 지었다. 로고가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3살의 딸이 그린 그림을 로고로 만들었다. 부부가 아무 경험도 없이 시작한 샵이 현재는 싱가폴을 대표하는 디자인 브랜드 샵이 되었다. 샵의 브랜드 스토리 만으로도 마음이 움직인다. 전문


마침 일본에서 온 전시가 작은 샵 안에서 하고 있었다. 위 사진의 오른쪽 탁자 위는 모두 일본에서 온 전시품들.


왼쪽과 오른쪽 찬장에는 여러 브랜드 물품을 팔고 있다. 하나같이 지갑이 열릴만한 물건들 뿐이었다.


Shen Shang   https://shop.sceneshang.com/

싱가폴 가구 브랜드 샵. 1930년 대의 상하이를 바탕으로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가구들과 소품을 팔고 있다. 사실 중국의 디자인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중국의 디자인이 이렇게 세련되고 개성적이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놀라웠다. 중국 근현대의 감성과 싱가폴 특유의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 만나 매우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졌다. 벽에는 몇몇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다양한 물품들이 함께 진열되어 있었다.



K+ http://kplus.sg/

Scotts Square라는 백화점 제일 윗 층에 자리한 갤러리 겸 리테일 샵. 매장 한쪽에서는 전시를 하고, 다른 한쪽에는 인테리어, 책, 디자인 물품들을 팔고 있다. Gallery & co에서도 만난 싱가폴 대표 브랜드들이 몇 개 있었다. 리테일 샵은 일러스트 북이나 디자인 책 들 중심으로 잘 진열되어있고, 전시도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조금 더 예술에 초점을 맞추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한쪽에는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다른 곳들은 대부분 구글에서 찾아간 곳인데, 이 곳은 Supermama 직원에게 다른 리테일 샵을 추천해줄 수 있냐고 물어봐서 알게 된 곳이었다. 아직은 많이 유명하지 않은 듯한데, 그래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백화점 자체도 다른 곳과 다르게 디자인적으로 매우 신경 쓴 것이 느껴졌는데, 내가 갔을 때는 '마네킹'이란 컨셉을 가지고 브랜드에 따라 샵 인테리어를 독특하게 꾸며놓고 있었다.


싱가폴에서만 볼 수 있는 디자인 제품들을 몇 가지 볼 수 있었다. 이런 스타일은 다른 나라에서 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신선했다.




어쩌다 싱가폴

발리 여행 중간에 비자를 연장할 계획으로 비행기를 끊었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차라리 근처 다른 나라를 다녀오는 게 손해가 덜했다. 계획 없이 여행하다 보니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곳에서 문제점이 생겼고, 급하게 티켓을 알아보다가 주변 국가 중 가장 비행기 값이 싸지만 가장 물가가 비싼 싱가폴을 급작스럽게 여행하게 되었다. 5일이라는 타이트한 기간 동안 그야말로 겉핥기식으로 디자인 샵들을 돌아봤는데, 한 달 동안 시골에 있다가 도시에 와서 세상 물정을 구경하니 어찌나 좋은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최고 ㅠㅠ)


싱가폴은 새로운 큰 건물을 지으려면 건물 디자인이 다른 건물들과 차별화되지 않으면 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정부에서도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70% 이상이 중국인이다 보니 중국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데도, 그동안 생각했던 중국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세련되고 정갈한 느낌이 강했다.


그 나라의 미술과 디자인

여러 나라들을 다녀보니, 나라마다의 개성을 보는 것이 너무 재밌고 동네 분위기가 나와 맞는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하나의 여행 포인트다. 영국과 일본, 싱가폴의 미술과 디자인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나에게 더욱 영감을 주고 시각 유희를 주는 것 같다. 모던하고 정갈하며 거기에 나라의 개성이 녹아져 있는 것들을 볼 때의 즐거움. 다음에 또 싱가폴에 간다면 동네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싶다. 확실히 5일은 어떤 곳을 알기엔 너무 짧은 기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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