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비린내

#2 혼란시대

by jina S Kim
저작권 어쩌고 @직찍 지나쑝


어젯밤 잠결에 바람소리를 들었다. 거세게 불어닥치는 바람의 소리는 굳게 닫힌 창문을 통해 과감하게 전달되어졌다.

어찌하여 저리도 세차게 불어대는 것일까..

꼭 성난 공기들이 하나 둘 모여서 있는 힘껏 반항의 춤판이라도 벌렸는지 꼭 그렇게만 들려왔다.

순간적으로 와락 두려움이 몰려왔다.

무엇 때문에 저리도 화가 났을꼬...

눈을 감고 콩닥거리는 안쓰러운 마음을 쓸어내리며 가만히 바람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도둑 고양이 소리 하나 없이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는 밤 기운 사이로 이미 푸르른 녹음에 젖을만큼 젖은 무성한 나무 이파리들을 사정없이 때려대는 모습만 상상 될 뿐이었다. 대책없이 이리저리 휘날리는 이파리 소리만이 허공을 헤집고 돌며 맴돌았다. 그 소리는 차가워질대로 차가워진 공기들의 성난 모습인것만 같았다. 꼭 그랬다. 무엇때문인지 알 도리는 없으나 이유없는 반항의 타작 소리로만 들려왔다. 아직 떠나기 싫어하는 불화로 같던 여름의 정열을 마치 질투라도 하듯 그렇게. 두 볼기짝을 신나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무척이나 먹먹해진 가슴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물러거랏 내가 왔다- 하고 큰소리로 세상을 뒤집어 흔드는 함성처럼 들렸고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으며 덮쳐오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차디찬 기운을 잔뜩 머금은 돌연변이 가을의 기온은 의미를 알수없는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승리의 깃발을 흔드는 것처럼 느껴져 그 또한 반갑지 않았다. 유난히 뜨거웠던 정열의 또 다른 상징이었던 이번 여름은 무방비 상태로 나가 떨어졌고, 살콤한 가을의 매혹적인 향을 맡을 새도 없이 몰아치는 거센 바람 끝 에러난 찬 공기의 흐름은 위협감 마저 안겨주었다.


저작권 어쩌고 @지나쑝


며칠 전 그토록 곰살맞게만 느껴졌던 맑고 높았던 가을 하늘은 정상적이지 못한 돌연변이 수치의 한계를 누르지 못하고 급박하게 쫓겨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꽁꽁 얼어붙은 한기의 콧김을 맛이라도 보여주어 콧대를 납작하게 해줄 요량인지 그것도 모자라 회색빛 감도는 먹구름 사이 굵고 투박한 빗방울까지 무성의하게 툭 툭 창가로 떨어뜨렸다. 늦가을 혹은 초겨울의 서막을 알리는 느낌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또한 비정상적인 슬픔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아직 눈 한번 제대로 맞춰보지 못한 내 님을 보내야만 하는 심정이라면 맞는 표현일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쉬움만 짙게 베인 씁쓸한 하루였다.


저작권 어쩌고 @지나쑝


생각해보니 또 그렇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이 곳- 이 세상의 모습은 어떠한가. 언젠가 못 먹고 못 살던 지지리 궁상의 보릿고개가 있었던 처절한 과거와 역사가 있던 시절. 지금과 같은 풍족한 삶을 지향하며 하루 하루를 버텨내었던 우리의 핏줄. 숨 한번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달음박질을 하며 여기까지 냅다 뛰어왔다. 급한 김에 애가 닳아 똥두간에 다녀온 후 뒤 한번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채 허리 춤을 움켜쥐고 또 다시 다람쥐 챗바퀴 돌 듯 일터로 향하느라 잠든 자식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지 못하고 그렇게 쫓기는 삶을 이어왔다. 어느 덧 반듯하고 고래등만한 기왓집 하나 장만해 허리 좀 펴고 누울라니 얼굴 한번 제대로 만져보지 못했던 자식 새끼, 자급 자족 고생질 안시키려 숨가쁘게 달려왔건만 기왓집 문서 들고 튀어 제멋대로 팔아먹고 돌아댕기는 꼴이다.

무더웠던 여름 살랑살랑 불어대는 청량한 가을 바람 맡으며 잠시 들판에 누워 좀 쉬어가려했건만...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치 코치 없이 겨울 한기가 코 밑으로 고개를 쑥 들이민다. 그놈의 한기 서린 초겨울 비린내가.

속은 기분이다. 잘 먹고 잘 살기만을 기원하며 달려 온 부모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풍족하다 못해 차고 넘쳐 별의 별 지랄같은 쌩떼를 부리는 것도 모자라 돌연변이 이상 증세를 보이는 다음 세대가 꼭 뭣 같기만허다.

고것 참....





글 역시 저작권 어쩌고 @ 지나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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