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모르는 나.

by jina S Kim


오늘은 3주만에 상담 있던 날.

여름부터 시작된 치료를 받으며

많은 생각들이 오고갔다.


처음 정신과를 방문했던 날.

다른 과 검진이 있어

내가 정착한 낯선 이 도시에서

길을 잃을까

조마조마해하며

혼자 지도를 보며 찾아갔다.


커다랗고 오래된 빌딩 안에는

각기 다른 많은 진료과들이

층마다 화려한듯 바랜 색으로 진열되어있었다.

오랜만에 한국에 온 나에겐,

빼곡히 들어선 -

여러 다른 진료과의 병원들이

의심스러워보였고,

간만 느껴보는 새로운 느낌이었다.



낯설기만한 신경정신과 문 앞에서

기웃거리기를 한참...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간 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느꼈다.


때때로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

나를 당황시키던

이해할 수 없는

나의 증세들의 수를

줄여나갈 수 있어 큰 도움을 받은

고마운 곳.

그리고 두 번은 오고 싶지 않을 곳으로

평생 기억될것이다.



수 많은 긍정 중에서 -
부정 하나에 맥없이 쓰러진 나.


새삼스레 세상이 돌고 있다는 것을 느낄때

나는 더욱 멈춰있음을,,,,

더욱 움추러 어디론가

숨고 싶은 마음이 컸다.


-도망-


어딜 향한 도망인지

목적지도 없으면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저 맑은 공기로

맘껏 호흡하길 바랬다.


그만큼 나의 존재를
꼭 꼭 숨기려 숨 죽이고 있었고,
그만큼 나에게는 정화라는 환기구가 필요했다.
흔적을 지우고만 싶었다.


누구보다도

상황이 나빴던 것은 사실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항상 나쁜 상황을

꼬리표처럼 달고 살았다.

나를 따라다니는 이 검은 그림자는

내 안에 자라나는 희망의 새싹을

무참히 짓밟으며 가실 줄 모르고

그렇게

거만한 웃음을 지었다.


무서웠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한참을 소리없이 울어도

두려움은 가시질 않았다.

엄마가 필요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엄마의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롭게

웅크리고 있고만 싶었다.

:

그러면서도 또...

늘 괜찮은 척.

잘 지내는 척.

주변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혼자 견딘다는것이

얼마나 끔찍한 고통인지....

주변에 누군가가 늘 함께 있는데도

괴로운 짐을 놓지 못한 채

마음을 굳게 닫고만 있는것-

아마도 그건..

내 안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해 줄 누군가는 처음부터

아예 없었을거라는

섣부른 판단때문이었을거다.


나의 짐을 옮길 마음이 전혀 없었다.

결국 내가 나를 가둔것이 맞다.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발광은 했지만

전혀 성과가 없었다.

그저 나의 육체와 정신을 학대할 뿐이었다.

이것도, 저것도 내가 할 일은 쌓여만갔다.



나는 왜 나누지 못하는 사람이었을까


***

천만다행인것은,,


용기내어


절대 열어서는 안될

판도라(?)의 병원 문을 들어섰다는 것이다.

(미리 조언을 구했더라면

가까운 사람들은 반대했을 게 분명하다)


"꼭 전문의를 권유하는것은 아니다.

그토록 약해 있던 내가 세상을 향해

용기'라는 것을 내보였다는것이

새로운 출발점으로 혹은 제자리로

나를 안전하게 데려다 주었다는 것이다."



도움을 원치 않았던 내 자신-

도와주는 이 하나없는 세상이

각박하다 욕했지만

결국 한번도 내 마음의 문을

진심으로 열어 본 기억이 없다.

덕분에

내 안의 자만 덩어리는

생각보다 아주 컸다.


상담을 통해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낯선 : 새로운 나였다.


나의 위장술에 감탄이 절로 한숨으로 나왔다.

혼란스러웠다.


누군가를 알기 이전에

나를 먼저 알아야한다는것을 알면서도...

밑도 끝도 없이

온갖 추리와 그럴듯한 언변으로

하나 하나 분석을 하고

마치 그 사람 속에 들어갔다 나온듯

주둥이로 잘도 지껄여댔다.


마음으로 진지하게 공감해본적이 없었다.


그들을 이해하고 알기를 원했지만

그안엔 나만 있었고,

먼저 나를 알아주길 바랬다


내가 착각하고 있었던 -

진저리 났던 내 삶은

묻지 않아도 먼저 앞서 도와주고

내가 더 희생하고 사랑하고 있음을

억울하게 느꼈던 것이었다.


나를 드러내기 위한 도움이었으며

누군가를 사랑하는것은

내 자신이 더 사랑받기 위함이었고,

희생하는것이

곧 나를 인정받기 위함이었다니....

새삼 써놓고 다시 읽어봐도 오싹하다.


음흉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귀엽게 웃고 있는

소녀의 탈을 쓴 괴물은 아니였을까.



상담치료는 지금도

이런 내 안의 오류가

숨어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깊게 깔려있는 추한 내면과

마주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

뒤집어 까보인 밑바닥-

나의 본색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마음의 병이 오게 된 이유를 알았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 아파본적이 없었다.


나를 위해 세상과는

다른 오선지를 만들고

가시덤불 울타리 안에서

혼자만 음표를 튕기고 있었다.

아마도 듣기 거북하고 불안한 음색을 지닌

전주곡이었겠지.


다른 이에게 상처와 위협감을 주면서도

정작 다른 이의 고통에게는

쿨했던 내 자신.

내가 쿨한 사람인듯 포장하며

오만함으로

지적질에 혼신의 힘을 쏟았기에

정작 내가 누군지 신경 쓸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나보다.


나에게만 집중된 삶.

겉은 남을 위해 기꺼이 뭐든 봉사하는 삶.

밥맛 떨어지는

가면은 이제 벗어.




ending:
To myself

이제껏 너를 위해 충실했던 삶을 인정해.

최선을 다해 너의 이기적인 삶을

지키려했던것도 이해해.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함께 해나가면 어떨까?

너 혼자가 아니라 모두 같이-

조금만 더 힘을 내서

마음을 보여주면 어때?

이제껏 힘들고 지치게만 느껴졌던

너의 삶이 그런 작은 나눔으로

더욱 채워지고 그 안에서 진정한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허무함으로 꽉 채워져

먹어도 마셔도 채워지지 않는 너의 갈증을-

수도 없이 머리로

남과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연습해본다면.....

손에 달듯 말듯했던

지금과는 다른 행복과 기쁨이

기다리고 있을꺼라 믿어.

힘내, 지나!


03/25/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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