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 중요한 것들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축구다, 라고 축구를 사랑하는 민족 이탈리아 팀의 한 감독이 말했다고 한다. 동의한다. 다만 내 기준에서는, 축구 대신 풋살이다. 풋살이 대략 축구의 라이트 버전이라는 걸 감안하면 사실 내 기준으로 바꿀 필요도 없는 말이다. 그래서 다시, 가장 안 중요한 것들 중에 가장 중요한 게 풋살이다.
지난 1일 기자협회 풋살대회에서 우리 팀이 또! 준우승을 했다. 여기 또!에서 아쉬움의 흔적은 전혀 없다. 자원도 인력도 없이 고장나버린 다리를 가진 윤지나 포함 6명이 결승전까지 질질 짜며 준우승을 했던 지난 대회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연습할 때 함께 해준 동료들도 많았고 회사의 지원도 나쁘지 않았으며 심지어 결승까지 지켜 봐 준 회사 사람들도 꽤 됐다. 때문에 연습 때부터 우리는 명랑 축구를 이어가면서 결승에서도 넘사벽 뉴스원을 이기겠다는 생각보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만 가지고 뛰었다.
수 개의 경기를 치르며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던 뉴스원은 우리와의 결승에서 한 골을 먹었다 (심지어 내가 넣었다 올레) 그러나 우리는 대체로 경기 내내 수비에 강제 전념했다. 전문 감독?을 따로 모셔 체계적이고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뉴스원은 선수 한 명 한 명의 실력까지 상당했다. 반면 우리는 축구를 잘 한다고 알려진? 선의의 자원봉사 동료들의 코치를 그 때 그 때 헛갈려하며 받으면서(지난 주랑 얘기가 다른데?) 그저 명랑하게 공놀이에 가까운 활동을 했을 뿐이다. 대신 꾸준히 모였고 마침 기본 운동 능력들도 좀 됐던 것 같다. 법조 출입에 신혼 생활까지 바쁜 까닭에 명단에 이름만 올리지 않을까 뒤에서? 우려를 샀던 우리 감독도 시간을 쪼개고 쪼개 "우리팀은 이렇게밖에 못해"라며 극단적이지만 효과적인 전략을 생산해줬다. (후배지만 센세이로 모심). 확신할 수 있는 건 선수들이 서로가 최대한을 하고 있다는 믿음 하나로, 나도 민폐가 안되려면 내 몫을 해야겠다는 각오로 뛰었다는 것 정도? (다들 참 민폐를 싫어한다)
여하튼 결승은 경기 종료 1분 전 나의, 심지어, 핸들링이라고 항의까지 받은 나의 어깨빵으로 넣은 골 덕에 간신히 1대1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최종 승부는 냉정하고 재미없는 승부차기 끝에 뉴스원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나는 기량이 뛰어난 뉴스원 선수들 중에서도 최고 에이스를 마크하기로 했는데, 아예 플레이를 포기하고! 심지어 공을 등지고! 우리 편이 어딨든 상관 없이! 걔만 스토커처럼 따라다녔다. 경기할 때 뉴스원 응원석에서 쏟아지는 야유에 왜들 저러지, 그러려니 했는데 나중에 영상을 보니 세상 이렇게 개 더티 플레이가 있... 그래도 공을 뒤로 차고 돌리고 여하튼 이미 동네축구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그 친구는 나에게 거의 폭행당하는 수준으로 묶여 버렸고 우리 경기에서는 골을 내지 못했다. 끝나고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에 사과를 하고 양해를 구했는데, 역시 운동인이라 그런가 존나 쿨하게 "경기하면서 그럴 수도 있죠"라고 답해주셔서 감동받았다. 걸크...
마지막 경기에서 결국 패배를 했지만, 우리끼리는 뉴스원이 워낙 넘사벽 실력이라 "우리가 이기면 그건 정의가 아니"라며 아쉬움 없이 서로를 격려하고 치켜세우며 운동장을 떠나고, 뒤풀이를 하고, 술에 취했다. 진실로 즐기는 명랑축구는 출전팀이 훌쩍 늘어난 2회 대회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강했던 것이드아! 그러나 이건 준우승까지만 가능한 힘이었다. 이게 포인트. 명실상부 최고가 되려면, 뉴스원처럼 체계를 갖추고 반강제에 가까운 연습을 강행하며 어쩌면 무언가를 포기하며 이를 악 물었어야 했다. 결국 돈이든 시간이든 자원을 투입해서 산출물에 자연스럽게 집착해야 한다. 뉴스원은 그걸 했고 우승을 했다. 쉽지 않은 과정을 감내한 응당한 결과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렇게 하는 게 맞나?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준우승이 주는 감정에서 아쉬움의 몫이 거의 없는 이유는, 우리가 그동안 즐긴 시간이 내 상반기 행복에 역할을 이미 충분히 했기 때문이다. 되레 준우승은 덤같이 얻은 행복이라 감읍할 정도다. 트로피는 또 어찌나 크던지! 아우 무거워! 심지어 나는 더티플레이에도 불구하고 우수선수상까지 받았다! (다만 우수선수상은 나이키의 재고처리인가 싶은 XXL 사이즈라 충격. 기협과 나이키는 각성하라.)
본의 아니게 지난 해부터 풋살 선교 같은 이상한 걸 하고 다니는데, 정말 세대를 초월해 모든 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여전하다. 마침 축구라는 게 농구나 배구처럼 기술에 따른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다시 선교 시작) 살을 탐하는 좀비처럼 공을 향해 모여 뛰며 공을 차는 건지 스치는 건지 모를 액션을 취해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가끔, 그리고 서서히 패스가 정확히 떨어지고 계획했던 작전이 통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우리가 이만큼이나 기량이 솟구쳤냐며 자뻑하는 재미도 있다. 문자 그대로 강강수월래를 하며 "우리 좀 오늘 실력이 는 것 같아"하고 집에 간 날도 있었다.
그리하여, 준우승이 황송한 명랑축구는 나의 체력이 받쳐줄 때까지는 열심히 할 생각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뭘 잘할 때마다 노익장 소리를 들었다. 시바) 중요한 건 좌표를 철저하게 즐거움에 맞춘 상태로 한다는 것! 이번 대회에는 한 경기 한 경기 목숨을 거느라 (이상하게 매번 목숨을 걸게 됨) 윤지나 포함 1군 6명만 또 조낸 뛰고 2군은 1분도 뛰질 못했다. 내년에는 새로 들어온 후배들도 기량을 확 키워서 나는 진짜 살짝만? 뛰어볼란다. 되겠지?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