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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쥬르 Nov 16. 2023

요가 108일 챌린지가 내게 선물한 것

두 번째 스무 살, 나는 매일 성장한다


올해 초 요가를 시작해 벌써 10개월을 맞았다. 처음에는 다이어트 및 이상근 증후군 치료로 겸사겸사 요가를 시작했다. 1월부터 3월 사이엔 띄엄띄엄 요가원에 갔다. 매일 요가하기엔 아직 몸이 무거웠고 체력도 받쳐주지 않아, 주 1~2번 수련한 것만으로도 나를 칭찬해 줬다. 4월부터는 주 2~3회 이상을 목표로 요가 수련을 했고 6월 6일부로 수련 100회를 채웠다. 기념으로 LA 디즈니랜드에 다녀온 후 탄력을 받아, 나는 힘닿는 데까지 매일 수련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첫 5개월은 그저 다이어트와 불편한 몸을 고치는 데 급급했다. 몸이 조금 가벼워지고 나니 6월부터는 요가에 진심을 다하고 싶어졌다. 작은 산자락을 넘고 나니 좀 더 큰 산이 보였다. 이때부터 한 달 동안 달성할 아사나(요가 자세) 목표를 세우고 수련했다. 


6월의 출석 동그라미를 보니 더할 나위 없이 뿌듯했다. 7월 달력도 동그라미로 꽉 채우고 나니 8월 또한 달리고 싶었고, 이왕 시작한 김에 챌린지를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108이라는 숫자의 의미(태양 경배를 108번 하는 루틴)를 알게 되면서, 108일 챌린지에 도전하게 되었다.


6월 중순부터 시작한 '논스톱 핫요가 챌린지'는 순항하는 듯싶더니 8월 말, 발 부상을 입으며 난관에 봉착했다. 9월 내내 까치발을 들고 수련해야 했으나 챌린지를 우짜든 동 완주했다. 그것은 새로운 성장 동력에 목말라하던 내게 던진 도전장이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챌린지를 하는 나를 보며, “그런 걸 왜 해요?”, “부상 입었는데 당분간 쉬는 게 어때요?”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지인도 있었다. 조금은 무식하게 해낸 108일 챌린지는 내게 몇 가지 깨달음을 선물했다. 


6월 중순부터 7, 8, 9월 도전한 Non-stop Hot Yoga Challenge



1. 자신감


하루 일진이 좋든 나쁘든, 일이 많든 적든, 매일 꾸준히 매트에 올랐던 시간은 크나큰 자신감을 선물했다. 완주를 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럼에도 108일을 채우고 나니, 나는 무엇이든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매일 하는 것의 힘이 얼마나 큰 지도 알게 되었다.



2. 서두르면 말짱 도루묵


수련을 하다 보면 아사나에 목매는 순간이 찾아온다. 특히 할 줄 아는 아사나가 별로 없는 (나 같은) 왕초보 요기에게 이런 마음이 자주 찾아온다. 요가 선생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다. “Yoga is not a competition.” 경쟁이 아닌 건 맞지만 고난도 아사나를 척척 해내는 사람을 보면, 나도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 차오른다. 요가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헤드 스탠딩을 해내 조금 우쭐한 기분도 들었다. 진도를 빼던 중, 핀차 마유라아사나(공작 깃털 자세, Pincha Mayurasana)에서 막혀버렸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연습해도 안 되어서 결국 ‘Feet up’이라는 inversion 도구를 샀다.

지름길로 가려다 말짱 도루묵. 요가는 몸으로 하는 겁니다. 도구는 도구일 뿐...  ㅠ


결국 이 도구에서 90도 회전해 바닥에 떨어져 바닥에 발꿈치를 세게 부딪혔다. 염증으로 족저근막염이 생기고, 발꿈치가 바닥에 닿을 때마다 전기가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도구 없이 몸으로만 하는 운동을 즐기는 내가 도구를 쓴 게 문제였다. 아직 핀차를 완성할 몸이 준비되지 않은 나를 닦달한 것도 문제였다. 


요가 선생님께 부상 때문에 완전한 다운 독을 할 수 없으니 이해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본인도 어깨 부상으로 핸드 스탠딩을 처음부터 다시 연습하고 있다며, “Injuries take all your practice back”이라고 하셨다. 너무 서두르면 안 된다고.


도구까지 사게 만든 애증의 핀차 마유라아사나 - first attempt


아직도 연습 중인 핀차 마유라아사나 - second attempt

※ 핀차를 제대로 하려면 다리를 들어 올려 몸을 반듯이 세워야 합니다. 다리 차기(L-hop)를 할 때도 다리를 쫙 펴고 뛰어야 해요. 발 부상으로 흐느적 다리 차기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건 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



3. 내 몸이 건강한 건 당연한 게 아니다


부상 이후, 발꿈치를 세게 누르거나 스트레칭해야 하는 동작은 모두 피해야 했다. 파스를 붙여 보기도 하고 족욕도 해보고 얼음찜질도 해보았다. 진전이 없어 엑스레이도 찍었는데 미국에서는 골절 등 겉으로 보이는 부상이 없으면 그냥 이상이 없다고 한다.


다운 독에서 까치발을 들고 두 손에 무게가 실리다 보니, 손목과 손바닥이 아프기 시작했다. 마우스를 쥐는 것만으로도 손바닥이 아파서 장갑을 끼고 일했던 적도 있다. 요가를 영영 제대로 못하게 되진 않을까, 계속 까치발로 다운 독을 해야 하나 별의별 걱정이 다 되었다.


내 몸이 건강한 건 당연한 게 아니었구나. 여름 내내 요가에 맛 들여 매트에서 구르고 날아다니며?!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지금껏 큰 병치레한 적이 없었고 운동을 하며 한 번도 부상을 입은 적이 없었다. 매일 매트에 오를 수 있는 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요가할 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4. 영원한 고통은 없다


평생 계속되면 어떡하지 싶었던 통증도 어느 순간 수그러들었다. 10월 초부터 바닥에 발꿈치가 닿으면 전기가 오르는 느낌이 사라졌다. 108번 챌린지를 완주한 후에도 매일 매트에 올랐으니 122일을 달린 셈이다. 10월 중순 출장으로 챌린지는 강제?! 중단되었다.


출장 덕분에 미팅하고, 쉬고, 자고, 열심히 먹었다. 1주일 동안 요가를 강제로 푹 쉬고 매트에 오르니, 한결 몸이 가벼우면서도 힘이 생긴 것 같았다. 한 달 내내 끼고 있었던 손목 보호대도 던져버렸다.


나야 힘든 요가 동작은 변형하거나 생략해도 되지만, 요가가 생업이라면 다른 얘기일 것이다.  부상당한 경우 어떻게 하냐고 선생님께 물어보니, “I just suck it up and keep going.”이라며 여유롭게 웃는다. 그날따라 요가 선생님이 더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5. 내가 나의 스승이 되면 된다


내가 다니는 요가원에는 오랜 수련생들이 많다. 고난도 아사나도 잘할뿐더러 선생님과도 친분이 깊은 듯하다. 처음엔 조금 외로웠다. 선생님과 자유롭게 요가 만담을 나누는 수련생들이 부럽기도 했다. 과연 나의 스승이 되어 줄 분이 있긴 할까 의문도 들었다.


요가는 상당 부분, 구루(guru)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요즘엔 요가의 대중화를 이끈 사드구루(Sahdguru) 같은 모던한 구루도 있고, 무엇보다 요가에 대한 좋은 책과 유튜브가 넘쳐난다.  언젠가 좋은 스승님을 만나면 원이 없겠지만, 당장 가르침을 줄 스승님이 없다면, 책과 유튜브를 벗 삼아, 내가 나의 스승이 되면 된다.


유튜브로 배운 아사나: 왼쪽부터 머리서기 자세, 플라밍고 자세, 공작깃털 자세 (아직 등짝 힘이 없어 one-legged 핀차가 돼버림;;)


나는 취미가 많은 편이다. 직장인 초반부터 피트니스센터 GX 수업을 풀방구리처럼 드나들며 에어로빅, 바디펌프, 복싱 등 다양한 운동을 했다. 20대에는 지금보다 몸이 더 뻣뻣했는데도. 벨리댄스 공연을 하겠다며 3개월 동안 퇴근 후 연습실에서 살았다. 미국에 와서는 줌바, 발리우드 댄스, MixxedFit 등 다양한 춤의 세계에 입문했다. 나는 취미가 생기면 미친 듯이 몰입해 끝장을 보고, 언제 그랬냐는 듯 미련 없이 다른 취미로 갈아타는 변덕쟁이 취미 부자다.


그런데 요가는 다르다. 근 10개월 동안 했는데 매일 설렌다. 요가의 세계는 끝이 없는 것 같다. 퇴근 후 매트에 오를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내게 큰 기쁨이자 하루를 살아갈 동력이 되어준다. 요가와 함께 두 번째 스무 살을 맞은 기분이다. 우연히 다시 만난 요가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취미이자 성장 동력이 되었다. 이번엔 요가와 함께 오래 머물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108번 요가 챌린지를 하는 동안 나의 요가 여정에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해 준 요가 버디(yoga buddy)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이 좋은 요가를 접하길 바라며 나는 오늘도 요가 매트에 오른다. 두 번째 스무 살, 나는 매일 성장하고 있다.


Tripod 헤드스탠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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