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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쥬르 Apr 27. 2022

'직딩의 미국 유학 일지'를 시작하며

어느 문과생의 '나 홀로 미국 이민' 이야기


2012년 8월 31일, 나는 미국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 짐 두 개와 함께 도착했다. 올해가 2022년이니, 미국에 온 지 딱 10년이 된 셈이다.


나는 미국 북 캘리포니아 산호세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직장인이다. 이곳의  IT 기업에서 데이터 분석가(Customer Insights 리서처)로 일하고 있다. 산호세(San Jose)는 남자 엔지니어들이 워낙 많은 도시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맨호세(Man Jose)’라 불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실리콘밸리에 엔지니어만 사는 것은 아니다.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 다양한 직업이 존재하며, 본인도 그 다양한 직업 중 하나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수많은 글로벌 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이 밀집되어, 다소 과장(hype)이 섞여 미디어에 보도되기도 하는 이곳, 실리콘밸리에 정착하게 된 어느 문과생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 jybaek, 출처 Unsplash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직장 6년 차였던가? 업무량 많기로 유명한 홍보 대행사에서 일할 때였다. 입사 초반, 업무량은 끝장나게 많은데 수익은 별로 없는, 회사 입장에선 ‘골칫거리’였던 고객사를 담당하게 되었다. 사장님께서 관심 있어하는 고객사라 열심히 PT를 준비해 입찰을 따냈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경영진에서 서로 손대지 않으려 하는 ‘미운 오리 새끼’ 어카운트가 되어버렸다. 고객사를 담당하던 나와 후배는 미디어 이벤트 준비로 며칠 동안 야근하며, 회사 근처 사우나에서 두세 시간 잠을 청하고 출근해야 했다.


외박 후 오랜만에 집에 들어가니, 부모님께서 화가 단단히 나신 듯했다. (물론 전화로는 사정을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결혼 적령기가 다 된 딸이 연애할 틈도 없이 회사에 코 빠져 외박을 한 것이 못마땅하셨는지 불같이 화를 내시며, 회사에 찾아가겠다고 하셨다. 사장님과 맞짱이라도 뜨실 생각이셨는지... 어머니는 “그런 회사에 다니려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냐... 내 참 할 말이 없다.” 혀를 끌끌 차며 한숨을 쉬셨다. 나를 너무 사랑하셔서, 속상하셔서 그러신 걸 알면서도,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든 직장생활에 가족들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삶이라니, 그간 살아온 시간이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한국 사회의 성공 방정식’대로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들어갔고, 학부 때는 전공에 열정을 쏟아부었고, 경제적 자립을 위해 심지어 졸업 전에 취업했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젖 먹던 힘을 다해 달렸는데 말이다. 이렇게 살다가는 나도 부모님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번아웃’이 찾아온다지만, 이 상황을 ‘그럭저럭’ 넘기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

<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 by 리처드 브로디

사진 속의 책, <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는 내가 약 10년 전, 미국으로 왔을 때 지인에게 선물 받은 책 제목이다. 물론 책의 내용은, 본인이 미국에 유학을 온 이유와는 조금 상이하지만 (저자는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억대 연봉 회사를 그만둔다), 이 책의 골자는,


“바람직한 일 말고 내가 '바라는' 일을 하자.

좋은 일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

해야 하는 일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라는 내용이다.


나는 한국에서 초중고 대학교를 졸업한 한국 토종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 10년 남짓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나는, ‘이렇게 그럭저럭 살다가는 영원히 나를 잃어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혀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고, 유럽과 미국 사이에서 고심하다 결국 미국행을 선택하게 되었다.


자세한 유학 동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쓸 글을 통해 조금씩 풀어나가 보겠다. 짧게 말씀드리자면, 한국 사회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일, 해야 하는 일에 회의를 느끼고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무렵, 나의 유학 욕구에 불을 지핀 여러 사건이 생겼고, 그 계기들로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2012년 8월 말, 미국 땅을 밟았고, 그때부터 좌충우돌, 파란만장한 미국 생활이 시작되었다. 시카고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에반스톤(Evanston)이라는 작고 아담한 도시에서 대학원 공부를 마친 후, 취업해 지금 살고 있는 북 캘리포니아로 이사 오게 되었다.


맞지 않은 옷을 입다 - Fake it until you make it


“졸업 후 미국에서 꿈의 직장(dream job)을 찾았어요...!”라고 말하면 정말 쿨하겠지만, 미국 첫 직장은 제가 꿈꾸던 그런 직장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나와 너무 어울리지 않은 옷을 꽤 오랫동안 입고 있었던 곳이었다. 물론 미국에서 일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고 기뻤던 그때였지만, 취업비자(H1B Visa)를 스폰서 해줄 수 있는 회사를 찾아야 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과 조건을 타협한 직장과 보직을 선택하게 되었다.


첫 직장에서 쌓았던 실력과 경력으로 이직했고,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던 직장이었다. 그 어렵다는 취업비자와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마음과 동시에, 생채기를 내는 사건들이 아직도 메아리쳐, 다시는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갖게 하는 곳이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나를 독하게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나와 어울리지 않는 환경에서도 '될 때까지 해라(Fake it until you make it)'라는 자세로 배우며,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다.


10년 전 나에게 쓰고 싶은 쪽지,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은 쪽지


© freestocks, 출처 Unsplash

돌이켜보니 10년간 미국에 살며, 대학원 시절과 지금의 두 번째 직장에 자리 잡은 이후를 제외하고는, 남은 기록물이 거의 없다. 특히 첫 직장에서 일하며 취업비자와 영주권을 기다렸던 5년의 세월은 하루하루가 작은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다. 어찌어찌 자리를 잡은 지금은,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고 이제부터는 일상을 제대로 기록해 보고 싶어졌다. 뭐 거창할 것도 없고 ‘나에게 보내는 쪽지’ 정도?! 나중에 할머니가 되어 쪽지를 열어보면 웃기기도 하고 재밌을 것 같다.


© leowieling, 출처 Unsplash

‘잃어버린 것 같은 시간’에 대한 후회, 왜 남들처럼 그 과정을 기록해 내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감도 들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 그때를 돌아보니, 일희일비하던 순간보다는 중요한 사건 위주로 지나온 시간을 ‘조망’할 수 있었다. 마치 새가 하늘을 날며, 인간 세계에 따닥따닥 붙은 작은 집들과, 그것을 가르는 굵고 가는 물줄기, 크고 작은 산을 ‘bird's-eye view’로 바라보듯 말이다.


마음도 담담해졌다. 직장에서 겪은 억울한 일들, GRE, TOEFL 점수와 대학원 합격/불합격 소식에 일희일비했던 나날들, 절망스럽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반면, 당시 외국인 신분이라 그냥 무덤덤하게 넘겨야 했던 일들에 대해서는 후회가 되기도 했다. 지금의 나였다면 그런 차별과 부당한 처사에 안이하게 대처하지 않았을 텐데...


그것이 바로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다. 이 브런치북은 ‘나는 이렇게 해서 미국 유학 및 취업에 성공했으니,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미국 취업 가이드’가 아니다. 오히려 그 길로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무수한 장애물과 감정의 동요를 미리 제거하는 ‘지뢰 탐지기’가 되길 바란다. 미국 유학 및 취업 준비 과정에서 범했던 오류와 실패, 때론 작은 성공으로 통쾌했던 순간의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더 빠르고 편한 지름길을 찾아주는 'GPS'가 되었으면 좋겠다.


브런치북 구성


이 매거진은 다음의 큰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 지금까지 쓴 글들을 수정 중이라, 브런치북 링크는 발행 후 공유하겠습니다 :)


1.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유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

2. 직딩의 유학 준비 일지: 유학 준비 과정 및 출국 전 준비해야 할 것

3. 달콤씁쓸 미국 정착 허니문: 대학원 시작 전 한 달간, 좌충우돌 미국 정착기

4. 늦깎이 유학생의 캠퍼스 일지: 대학원에서의 5학기 공부 과정, 미국 유학의 장단점

5. 미국 취업 전선에서: 졸업 후 현지 취업에 골인하기까지의 기록


※ GRE 관련 정보는 ‘부록’ 같은 내용이라 링크로 첨부, <나 홀로 이민 - 미국 유학 일지> 매거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유학 준비부터 미국 취업까지 3여 년의 과정을 ‘일지’ 형식으로 담았다. 이 컨텐츠를 풀어보려고 다양한 플랫폼을 기웃거리다, 연재 글을 쓰기 적합한 ‘브런치’를 발견해 기쁜 마음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다.


© StockSnap, 출처 Pixabay


그토록 바랐던 유학 후 현지 취업을 했다고 해서, 미국으로 오기 전, 직딩으로서 나의 고민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나는 행복한지,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한다. 지금 하는 업무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는지, 혹시 이직할 때는 아닌지 가끔 링크드인을 뒤적이기도 하는, 못 말리는 ‘직딩’이다.


미국 이민은 "나는 어떤 환경에서 나답게 살 수 있을까, 더 성장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찾는 자아 발견 과정이었다. 미국 유학 및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알게 된 정보를 공유하면, 10년 전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20여 편의 글을 ‘달리게’ 되었다.


미국 유학과 취업을 꿈꾸시는 분께는 ‘유용한 정보를,

해외 생활이 궁금하신 분께는 ‘궁금증 해소를,

오늘도 직장에서 흑역사를 쓰며 미래와 ‘next step’을 고민 중인 분께는 ‘탈출 아이디어 및 희망’을,

낯선 미국 땅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애쓰시는 독자분께는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럼, 나답게 살기로 한 직딩의 이야기 <직딩의 미국 유학 일지>, 함께 출발해 볼까요?


© dreamypixel, 출처 Pixabay




※ 이미지 출처: Unsplash, Pixabay, 리처드 브로디의 <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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