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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보너머 Mar 16. 2021

진보너머 커리큘럼 #6.

한국사회 젠더논쟁 바로 보기

커리큘럼 소개


진보너머는 그 동안 청년과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정체성 정치'와 '엘리트주의'를 넘어선 진보적 대안을 고민해왔습니다. 이 문제가 고질적인만큼 우리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많은 국내외 저자들이 있었는데요. 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독자들에게 해답의 단초를 제공하는 책들을 차례대로 공개 합니다. '정체성 정치와 엘리트주의 비판'에 이어서 본격적인 '사회경제적 대안'에 대한 커리큘럼도 추후 공개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6. 한국사회 젠더논쟁 바로 보기


14. 증거 없는 재판

증거 없는 재판 (notion.so)


1줄평

피해자의 눈물은 증거가 아닙니다.


500자 서평

최근 출간된 최용문 변호사의 <유죄추정의 원칙>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유죄추정의 원칙>이 신문 기사를 읽는 느낌이라면, 이 책은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몰입감을 가져다준다. 독일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저자는 풍부한 사례와 재치있는 글솜씨로 ‘자유심증주의’ 아래의 판결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그 한계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요즘 인터넷 세계에는 ‘중립 기어’ 혹은 ‘피카츄 배 만지기’와 같은 유행어가 존재한다. 어떤 사건이 터졌을때 진상이 충분히 규명되기 전까지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겠다는 태도다. 일반 국민들조차 이런 미덕을 가지고 있는데, 재판부는 과연 더 나은 판단을 내릴까? 저자인 알렉산더 스티븐스에 따르면 판사들은 지나치게 본인의 판단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독일이나 한국이나 사법부 엘리트들이 대중들보다 나은점이 없는 듯 하다.

결론에서 저자는 말한다. 증거 없이 진술만으로 정확한 판결을 내리는 일은 불가능하며, 현재 재판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판결은 마치 ‘주사위 던지기’로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과 같다고. 무죄 추정의 원칙이 흐려지고, 피해자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주류가 된 오늘날 언론과 법조계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금언이다.


15. 피해자다움이란 무엇인가

피해자다움이란 무엇인가 (notion.so)


1줄평

피해자다움의 완전한 배제는 불가능할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500자 서평

피해자다움. 우리 사회는 성범죄 피해자에게 그릇된 스테레오타입을 요구하여 잘못된 판결을 내린 과오가 존재한다. 피해자에게 평소 옷차림을 지적하거나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등. 이러한 과오는 사회의 인식이 변하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피해자다움’의 완전한 배제는 가능한 것일까? 

여성주의 진영에서는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피해자에게 증거를 요구하는 것은? 범행 시점 이후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살피는 것은? 이와 같은 과정을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행위’라는 이유로 배제해 버린다면 정상적인 재판은 불가능 할 것이다. 따라서 성범죄 재판에서 필요한 것은 올바른 피해자다움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저자인 최성호 교수는 분석철학의 다양한 이론들을 접목시켜 피해자다움을 재판에서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해 논한다. 비록 분석철학/논리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어렵게 다가올 수 있지만, 논리적 엄밀함을 잃지 않은 채로 피해자다움을 논하려는 저자의 수고와 기지가 돋보이는 책이다


16.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중심주의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중심주의 논쟁 (notion.so)


1줄평

'2차 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는 개인의 방어권을 건너뛰는 치트키가 아니다.


500자 서평

‘2차 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는 여성주의 진영에서 금과옥조로 여기는 개념이다. 본래 2차 가해는 피해자를 사건 이후의 추가적인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생겼고, ‘피해자 중심주의’는 사회의 편견때문에 피해자의 의견이 묵살되는 경향을 저지하기 위해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들이 ‘선의’로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사회의 제도는 선의만으로 작동되지 않는다. 

이 책은 앞의 두 개념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오남용되어 왔는지 밝히고 있다. 경희대학교 서정범 교수 사건부터 서울대학교 성폭력 대책위 사건까지. 2차 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는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기를 방해하는 장애물로써 작용했다. 왜냐하면 여성주의자들은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개념의 의미를 경계선 없이 무한정 확장시켰기 때문이다. 덕분에 실체적이고 구체적인 단어보다 모호하고 불확실한 단어들로 사건이 묘사될 수 밖에 없었다. 

여성주의 진영에서도 이에 대한 반성이 존재했고, 여러 보완책을 통하여 개념을 고쳐써 보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별다른 성과는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불명확한 ‘2차 가해’의 개념 대신 구체적인 표현을 통해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고,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의 주장을 무조건 두둔하는데 쓰일 것이 아니라 판결 이후에도 피해자의 온전한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개념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분량은 짧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과 풍부한 사례를 담고 있는 책. 하지만 운동권에서 나온 책인 만큼 ‘부르주아 법정’이나 ‘68반란’과 같은 생소한 단어들이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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