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보너머 Dec 21. 2021

[논평] 페미니스트 신지예가 제 자리를 찾다


2019년 만우절에 올린 트윗



전 녹색당의 페미니스트 정치인이었다가 최근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직을 맡으며 ‘화려한 변신’을 꾀한 신지예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우선 우리는 그가 마침내 ‘제 자리’를 찾은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혹자는 그의 행보에 당혹스러워 할 수 있다. 그는 얼마 전까지 성소수자, 퀴어, 페미니즘 뿐만 아니라 정치적 올바름의 기치를 내세우던 진보(?) 정치인이지 않았는가? LGBT뿐만 아니라 각종 성소수자 유형을 방송에서 줄줄 읊던 그런 그가 어떻게 급작스레 국힘 류의 기득권 정치로 투항할 수 있었단 말인가?


그러나 오늘날 페미니즘 정치뿐만 아니라 ‘정치적 올바름’을 지향하는 정치 일반은 오래 전부터 기득권 정치와 친화적이었다. 


청년들을 갈라치며 동료시민들을 가르치려 들고 일상언어와 문화에 대한 검열·감시·규제에 집착하는 태도는 이미 그 자체로 권위주의 성향의 기성세대와 다르지 않다. 서브컬처에서조차 ‘올바른 언어’를 강제하려 하면서 정작 자신의 욕망에 대해서는 내로남불로 일관하며 또래들과 불화하는 저 젊은 꼰대들은, 젊은이들의 교육 탓을 하는 586 꼰대와, 태극기 부대의 멘털리티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또한 정체성 정치 일반은 무분별한 세계화/무한경쟁 속에서 고통 받는 보통 사람들을 무시하며 오직 ‘개인의 정체성’과 ‘취향’만을 앞세우는 신자유주의자와 정신적으로 매우 가깝다. 그리고 그들은 억압과 차별을 낳는 경제적 구조에도 무관심하다. 당장 재벌가 여성들에게 선거자금을 ‘구걸’하던 ‘여성의 당’을 보라!


따라서 김재련, 이수정, 신지예 등의 이른바 페미니스트들이 '국민의 힘'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정치에 적극 부역하는 것은 개인의 공명심이나 관종기질에서 비롯된 예외적인 일탈 같은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페미니즘의 내적 논리와 사상 그 자체의 몰계급성, 검열만능주의, 전체주의화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현상에 다름 아니다.


오늘날 페미니즘은 문화적 전체주의인 동시에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이다. 이 얼마나 끔찍한 혼종인가! 그러나 이는 오래 나타난 현상이다. 그럼에도 민주진보 진영의 기성 정치인들은 바로 자신의 눈 앞에서 벌어지는 타락상을 외면한 채 이미 변질된지 오래된 페미니즘을 진보의 기치 안에 끌어안는 실책을 저질렀다. 이제라도 사태를 올바르게 직시하는 법을 이들은 학습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국민의 힘의 건승을 기원한다. 사상적으로 이미 여러분과 친화적인데도 아직도 선택을 망설이는 페미니스트들이 많은 줄로 안다. 대한민국의 여성주의자들이 “다 어디 갔냐고, 국민의 힘 갔다고” 말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분발하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민주당의 관성, 최근의 2030 구애 노력 다 까먹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