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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Feb 21. 2019

돈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가?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비즈니스의 기초 #2

회사는 기본적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애플처럼 제품을 만들든, 구글처럼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든, 아마존처럼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든, 넷플릭스처럼 콘텐츠를 제공하든 상관없다. 돈이 있어야 직원 월급도 주고, 세금도 내고, 사무실 임대료도 낼 수 있고, 사람이 어쩌고, 브랜드가 어쩌고, 사회적 가치가 어쩌고 하는 허울 좋은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이렇듯 비즈니스의 핵심은 지속적인 이윤 창출이다. 꾸준히 돈을 벌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나가는 돈은 줄여나가면서, 들어오는 돈은 늘려나가야 한다. 그런데 대체 돈은 어디에서 회사로 흘러들어오는 걸까. 그렇게 흘러들어온 돈은 어디로 다시 흘러가는 걸까.



돈이 들어오는 곳


돈은 일단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 주머니에서 들어온다. 여기서 소비자는 제품 혹은 서비스에 따라 개인이 될 수도 있고, 기업이 될 수도 있다. 정수기는 집에서도 사용하지만, 회사에서도 사용한다. 구글 드라이브 역시 개인이 사용하기도 하지만, 회사에서 단체로 사용하기도 한다. 개인과 기업은 규모, 사용 목적, 사용 빈도가 다르며, 그에 따라 가격과 판매 채널, 영업/마케팅 방법 역시 다르다. 전자를 B2C(Business to Customer), 후자를 B2B(Business to Business)라고 한다.


비즈니스는 유형의 재화를 만들어서 돈을 버는 제조업, 무형의 용역을 제공해서 돈을 버는 서비스업, 구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고 돈을 버는 중개업 등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제품 혹은 서비스 원가에 마진을 붙여서 파는 것으로 돈을 벌지만, 제품 혹은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를 보여주는 것으로 돈을 벌기도 있다. 전자는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애플, 아모레 퍼시픽이 있고, 후자는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등이 있다.


지금까지 이런 비즈니스는 없었다. 이것은 오프라인인가 온라인인가.


디지털이 인간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면서 비즈니스 형태와 돈을 버는 방식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볼보는 자동차를 만들어서 돈을 버는 회사지만, 카셰어링 서비스 Sunfleet에 투자했으며, 최근 자동차 소유의 개념을 바꾸기 위한 모빌리티 서비스 M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구글은 광고로 돈을 벌고 있지만, 스마트 스피커 구글 홈, 스마트폰 구글 픽셀 등의 하드웨어도 판매하고 있으며, 온라인 쇼핑몰을 넘어서 스마트 스피커 아마존 에코, 홀푸드 마켓 인수와 아마존 고로 오프라인으로 그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아마존은 말할 것도 없다.

벤처캐피털(VC), 은행권, 혹은 개인에게 투자를 받아서 돈이 들어오기도 하며, 상장한 기업은 주식을 발행해서 돈을 끌어모으기도 한다. 이렇게 들어온 돈은 인건비, 설비 투자, 생산비 등 회사 운영에 사용된다. 돈은 이 외에도 회사가 투자한 부동산, 은행 이자, 다른 회사에 투자하고 받은 배당금, 혹은 외환 가격 변동으로 인해 들어오기도 한다. 이렇게 회사의 기본적인 영업 활동 밖에서 들어오는 돈을 영업 외 수익이라고 부른다.



돈이 나가는 곳


돈은 가장 먼저 직원 월급으로 나간다. 인건비에는 당신 통장으로 들어오는 월급만 있는 게 아니다. 보너스는 물론이고, 4대 보험, 식비, 통신비, 휴가비, 퇴직금, 복리후생비 등이 있으며, 당신이 사용하는 사무용품과 개인에게 지급되는 컴퓨터도 여기에 속한다. 이 모든 비용을 더하면 인건비로 생각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빠져나간다.


연봉 협상(이라 쓰고 통보라 읽는다)으로 인해 인건비로 나가는 돈은 매년 늘어나며, 직원들의 정년퇴직, 권고사직, 자진 퇴사, 휴직 등으로 줄어든다.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이 오래 다니면 다닐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셈이기 때문에 핵심 인력이 아닌 경우 계약직으로 채용하거나 아웃 소싱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앉아있어도 다 돈이다


그다음으로는 건물 임대료와 관리비가 있다. 당신이 사용하는 컴퓨터, 에어컨, 프린터, 조명, 탕비실 냉장고 전기 요금은 물론이고 수도 요금, 난방비 전부 어디에서 나가는지 생각해보자. 이 외에도 당연히 의자, 책상, 스탠드, 파티션, 전화기, 캐비닛, 책장, 컵, TV 모니터, 프로젝터 등 사무실에 있는 가구, 물건 하나하나도 다 돈이다.


여기에 회계에 감가상각이라는 개념이 있다. 어떤 물건을 구매하거나, 설비에 투자하는 그 순간부터 가치가 감소한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을 돈으로 환산해 장부에 기록하는 것이다. 가령 회사의 노트북의 교체주기가 3년이라는 말은 회계 장부에는 노트북이 매년 약 30%의 가치를 잃는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3년이 지난 시점에는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잃기 때문에 새로운 장비로 교체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회사는 입장에서는 모든 게 돈이기 때문에 쉽게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직원으로서는 몇 년째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책상, 똑같은 의자에 앉아 일하려니 아주 지루하고, 답답하고, 일도 잘 안 되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 보니 더 좋은 환경에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직원 복지라고 생각하는 회사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위워크는 이 지점을 잘 파고든 덕분에 부동산 임대업을 혁신한 비즈니스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스톡홀름에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 Norrsken House


당연히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도 돈이 들어간다. 인건비를 제외하고, 당신이 사용하는 포토샵, 일러스트, 스케치는 물론 파워포인트, 엑셀, 서체, 구글 드라이브, 슬랙, 앱스트랙트 역시 돈이다. 공장이라도 있으면, 생각할 게 더 많아진다. 제품 생산 설비를 갖추는 비용, 감가상각으로 빠져나가는 비용,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용까지 상상 이상으로 빠져나간다.


이 맥락에서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기술인 공장 자동화와 3D 프린터가 등장한다.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작업을 로봇도 할 수 있게 되면서 인건비, 그중에서도 숙련된 인력의 인건비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로봇 설비의 도입 비용도 줄어들고, 공장 가동 가능 시간도 늘어나면서 생산 효율성이 올라간다. 여기에 공업용 3D 프린터 기술 발전은 틀을 짜 놓고, 제품을 찍어내는 방식의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프린터 하나에서 틀 없이도 다양한 제품 생산이 가능해지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게 만들었고, 공장 설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엘론 머스크의 꿈은 공장 자동화였...


물건을 만드는 것 말고도 창고에 보관하고, 여기저기로 보내는 것에도 돈이 들어간다. 그저 어딘가에 쌓아두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돈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정확한 수요 예측을 통한 재고 관리,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이 필수다. 이를 위해 쿠팡은 물류와 유통비를 절감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물류센터를 직접 짓고, 소비자에게 더 빠르고 정확하게 배송하기 위해 택배 차량과 기사를 직접 고용하고 로켓 배송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는 아예 원자재 운반 및 자동차 수출 등의 물류업무를 전담하는 현대 글로비스라는 자회사를 두고 있다.


물건을 만들었으면 돈이 더 빠져나가기 전에 서둘러서 팔아야 한다. 이전 글에서 말했듯, 만든다고 그냥 팔리는 게 아니다. 광고를 만들든지, 기사를 내든지, 인플루언서에게 리뷰를 해달라고 하든지, 코엑스 앞에서 프로모션 행사를 하든지 해서 우리가 만든 제품 혹은 서비스가 무엇인지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여기에 오프라인 매장이든 홈쇼핑이든 온라인 쇼핑몰이든 플랫폼이든 입점해서 우리 제품 혹은 서비스가 소비자 눈에 띄는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영업도 필요하다.


기존에 없던 제품 혹은 서비스가 아니라면 사용자 대부분은 보통 이미 사용하고 있는 게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할인을 하든지, 덤으로 주든지, 끼워 팔든지, 공짜로 체험을 시켜주든지 해서 어떻게든 써보게 만들어야 한다. 업계에 따라 구체적인 활동은 다르겠지만, 가만히 있어도 팔리는 맥심 커피믹스 같은 제품이 아닌 이상 영업 및 마케팅 활동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마케팅 장인 나이키


돈은 이 외에도 법인세, 기부금, 천재지변, 도난으로 인한 손실,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해 등으로 흘러나간다. 어째 들어오는 구석보다 나가는 구석이 더 많은 기분이다.



매출과 영업 이익은 다르다


마지막으로 글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매출, 영업 이익, 당기 순이익이 무엇인지 조금만 알아보자. 몇 가지 용어에 덧셈 뺄셈만 알면 충분하다. 매출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고 얻은 대가의 총합이다. 여기에서 제품 혹은 서비스를 만드는데 들어간 매출 원가와 이를 판매하고 관리하는데 들어간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를 제하면 영업이익이 된다. 여기에 영업 외 이익 및 비용, 특별 이익과 특별 손실, 법인세 비용까지 제하면 당기 순이익이 된다.


사례로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먼저 삼성전자와 LG전자. 삼성전자의 2018년 매출은 243.77조 원, 영업이익은 58.89조 원을 기록했고, LG전자의 2018년 매출은 61조 3399원, 영업이익은 2조 702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같은 업계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규모에 따라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스웨덴에도 로켓배송 있으면 좋겠다...


쿠팡 사례도 살펴보자. 쿠팡의 2017년 매출은 2조 6846억 원, 영업이익은 -6388억 원이다. 여기서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것은 매출이 높다고 반드시 영업이익이 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이커머스 업계 특성상 영업이익이 낮은데, 쿠팡은 낮은 수준을 넘어 적자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존이 오래전 보여준 것처럼 모든 경쟁사를 누르고 이커머스 업계의 최후의 승자가 될 경우 그 모든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며, 쿠팡은 이를 위해 다른 회사보다 더 많은 돈을 물류와 사용자 경험 개선에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 작년 말, 손정의가 쿠팡에 2조 원을 추가로 투자하면서 주춤하던 투자 행보에 가속도를 보이고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매우 흥미진진하다.




이번 글에서 재무, 회계, 생산, 운영 관리, 물류, 영업, 마케팅을 한 곳에 섞고, 여기에 디지털로 인한 변화와 사례도 넣어서 가능한 쉽게 다뤄보려고 했는데,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겠다.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세세한 경영학 용어를 이해하는 것도 분명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서 돈이 어디에서 들어오고, 어디로 나가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각 내용에 대해 조금 더 파고들어가고 싶다면, 김상용 교수님의 책 <경영학 키워드 101>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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