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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Mar 05. 2019

회사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

디자이너를 위한 비즈니스의 기초 #3

앞의 두 글에서는 비즈니스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회사 구조돈의 흐름을 다뤘다. 이번 글에서는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어떻게 해야 더 많이 벌 수 있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사실 회사가 돈을 버는 방법은 간단하다. 소비자가 필요한 제품 혹은 서비스를 적절한 시점에 저렴하게 만들어서 적절한 가격에 가능한 많이 팔아서 마진을 최대한으로 남기면 된다. 



멋있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먼저였다. 왜 몰랐을까? 

테라오 겐, 발뮤다, CEO


그러기 위해서 먼저 어떤 소비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한다. 보통 조사하고, 제품을 기획하고, 실제 만들기까지 시간이 적어도 몇 달은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무엇이 필요한 지보다 앞으로 무엇이 필요할지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 예측이 맞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틀릴 때도 무수히 많으므로, 소비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의사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소비자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가 얼마나 지불할 수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치킨 한 마리를 위해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을까. 일부 치킨 브랜드의 가격 인상에 분노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우리는 치킨 한 마리에 적어도 만 원에서 최대 만 오천 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는데 치킨 한 마리에 배달비까지 2만 원 가까이 주고 먹으라니,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 노릇일 수밖에 없다. 


물류 효율화에 빅데이터, 자동화, 인공지능 다 때려 넣은 아마존


마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원가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로 제조 공정을 개선하고, 생산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제거해나가면서 제조 원가를 줄여나가든, 공장을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전해서 인건비를 줄이든, 철저한 재고 관리를 통해 재고율을 낮춰서 창고비를 줄이든, 물류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해서 물류비를 줄이든 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줄여야 한다. 


세금도 마진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일부 글로벌 기업은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버뮤다 등에 자회사를 두기도 하며, 국내에서는 구글 코리아가 조세회피 의혹을 받았다. 아직까지는 국가 간 기준이 다르거나 없고, 각 국가의 이익이 걸려있어서 해결이 쉽지 않은 점을 파고들다 보니 그 방법이 교묘하고 복잡해서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자. 


그리고 수요가 존재하는 모든 곳에 진출해서 최대한 많이 팔아야 한다. 이 동네에도 팔고, 저 동네에도 팔아야 하며, 수요가 있고, 기회가 닿는다면 해외에도 팔아야 한다. 코카콜라는 쿠바와 북한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진출해 있으며, 맥도날드 빅맥은 북한, 이란, 아이슬란드 등 6개 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먹을 수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한 앱은 최대 155개국에 출시할 수 있으며,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중국을 제외하고 인터넷이 가능한 모든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진정한 마케팅 장인, 코카콜라


물론 이는 산업마다, 회사마다 다르다. 모든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것도 아니고, H&M, 유니클로 같은 SPA 브랜드도 아니고, 현대자동차, 폭스바겐, 도요타 같은 완성차 회사처럼 원가 절감에 목숨을 거는 것도 아니다.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샤넬, 루이뷔통, 구찌, 혹은 벤틀리,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같은 브랜드를 생각해보자. 이는 경영 전략이 다르기 때문인데, 왜 다르고, 어떻게 다른 걸까?



누구보다 빠르게

난 남들과는 다르게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이 기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쿠팡과 티몬, 멜론과 애플뮤직처럼 항상 비슷한 제품 혹은 서비스를 만드는 경쟁사가 있다. 혼자만 잘한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다. 경쟁에서 이겨야 돈을 벌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뭔가 달라야 한다. 소비자가 보기에 경쟁사보다 좋은 점이 뭐라도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경쟁사는 없고, 우리만 갖고 있는 장점은 무엇인가? 소비자는 우리 제품의 장점을 알고 있는가? 이를 경쟁 우위(Competitive Advantage)라고 부른다. 경쟁 우위는 경쟁사가 흉내내기 어렵고, 소비자가 어떤 방식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그리고 당연히 같은 산업 내에 있는 경우 각 회사의 경쟁 우위는 모두 다르다. 


프리미엄과 가성비(?), 둘 다 잡은 iMac Pro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개발과 디자인에 경쟁 우위가 있었다. 아이맥을 시작으로 아이팟, 맥북 에어, 아이폰, 아이패드까지 다른 회사가 따라 하기 어려운 혁신을 보여주었고, 소비자는 그의 애플에 열광했다. 팀 쿡의 애플은 혁신과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는 애플을 훌륭히 지켜내고 있다. 그는 생산 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 실제로 애플은 실적, 수익, 기업가치 등 모든 영역에서 최고의 회사로 발돋움했다. 


기아자동차는 기술의 기아로 불렸을 정도로 기술력에 경쟁 우위가 있었으나 현대자동차에 인수 합병되고, 남양연구소로 조직이 합쳐지면서 경쟁 우위가 애매모호해졌었다. 이후 폭스바겐의 디자이너였던 피터 슈라이어를 총괄 디자이너로 영입하고, 국내에서 K5, 유럽에서 Ceed, 미국에서 소울이 선전하면서 디자인이 경쟁 우위로 떠올랐고, 지금은 그 경쟁 우위가 현대자동차 그룹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변화의 시작, 기아 Ceed


내 최애 현대 i30N


애플, 기아자동차가 택하고 있는 전략을 차별화 전략(Differentiation)이라고 부른다. 차별화 전략은 남들이 따라 하지 못하는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제품을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종종 프리미엄 전략이라고도 부르며 LG전자의 시그니처 시리즈,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처럼 고급, 프리미엄, 명품, 최상위, 플래그십 따위의 단어가 붙어있다면 여기에 해당한다. 


비싸게 파는 것 말고, 가성비도 물론 경쟁 우위가 될 수 있다. 샤오미는 다른 전자 제품 브랜드와 비슷한 성능, 그럴싸한 디자인의 제품을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에 팔면서 성장했고, 현대자동차가 2000년대 초반에 미국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 역시 가성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저렴하게 팔아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식을 비용 우위 전략(Cost Leadership)이라고 한다. 


그 가격에 이 성능과 디자인을 자꾸만 해내는 샤오미


어떤 전략을 구사하는 게 좋은지는 각 기업이 놓여있는 상황에 따라 변한다. 대한항공은 늘어나는 저가 항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08년 설립한 진에어를 통해 차별화 전략과 비용 우위 전략을 동시에 펼치고 있으며, 최근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로 인해 고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고성능 라인업 N을 출시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물론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브랜드 인지도와 기대치는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전략을 수정하는 경우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모두가 선망했던 휴대폰에서 공짜폰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던 SKY의 사례를 잊지 말자.




이번 글에서는 경영 전략과 국제 경영론에서 다루는 이야기를 짤막하게 다뤄보았다. 모든 비즈니스는 전략에서 출발한다. 전략은 CEO, 임원급, 경영 전략 담당 조직에서 의사 결정을 내리며, 맥킨지, 베인, BCG와 같은 전략 컨설팅 펌은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는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자이너로서 이러한 경영 전략을 이해한다면, 본인과 본인이 속한 팀이 왜 이런 제품을 디자인하고 있는지 보다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하며, 이를 바탕으로 다른 부서에게 경영 전략 상에서 디자인이 왜, 어떻게 중요한지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


디자이너를 위한 비즈니스의 기초 시리즈는 일단 여기까지. 디지털이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꾸었는가를 다루지 못한 점이 마음에 조금 걸리지만, 오랜만에 경영학 책과 사례를 뒤적거리고, 경영 수업을 같이 들었던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대학에서 수업 듣던 때가 생각나서 나름 재미있었다. 시간이 되면 스타트업 비즈니스 분석과 함께 대학교와 광고 회사에서 열심히 공부한 브랜딩, 마케팅, 광고 이야기도 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더 정확하고,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준 규진과 산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쓰려고 하다 보니 설명과 예시가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관심이 더 생긴다면 마이클 포터의 <경쟁 우위>,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 혹은 경영학 전반을 다루는 책을 반드시 살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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