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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Feb 15. 2019

저기는 대체
뭐하는 부서인가요?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비즈니스의 기초 #1

디자이너가 비즈니스를 이해하면 뭐가 좋을까? 우리가 지금 디자인하는 제품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왜 이렇게 디자인해야 하는지 보다 잘 이해하고, 앞으로 이 제품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예측할 수 있으며, 다른 부서의 이해관계자들과 보다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전체적으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단점도 물론 있다. 너무 많은 관점이 뒤섞인 상태에서 이해관계를 따지다 보니 결정이 조금 더 복잡하고, 길고, 어려워지며, 그 결과 이렇게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 실제 제품 사용자의 니즈를 대변하는지 비즈니스를 대변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이렇듯 비즈니스 지식은 디자이너에게 양날의 검이지만, 본인의 디자인 원칙만 확고하다면 비즈니스 논리를 역으로 이용해 더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나는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경영학을 공부했고, 광고 회사 디지털 비즈니스 팀에서 잠시나마 신사업 기획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너무도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세 번에 걸쳐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비즈니스의 기초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먼저 회사 각 부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고, 그다음으로 돈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마지막으로 회사는 돈을 어떻게 버는지 알아볼 예정이다.



저기는 대체 뭐하는 부서인가요?


회사 조직도만 봐도 정말 다양한 이름의 부서들이 있다. 경영전략, 인사, 회계, 전략, 운영, 개발, 연구 등... 그러나 바로 옆에 앉아 있어도 무슨 일을 하는지, 왜 저렇게 바쁜지 알 수 없는 부서가 태반이다.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회사의 각 부서가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회사마다 이름도, 역할도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경영전략, 재무/회계, 인사, 영업/마케팅, 기획/제품, 연구/개발/디자인, 생산/운영 부서로 나눌 수 있다. 하나씩 천천히 살펴보자.



경영전략


회사의 내일만 주야장천 걱정하는 조직이다. 그러면서 미국에 어느 잘 나가는 회사 하나, 그럴싸한 기술 하나 붙잡고, 우리도 저렇게 하면 된다고, 10년 후에 애플이 될 수 있다고 숫자 가득한 PPT를 만든다. 주저리주저리 만든 PPT를 들고 여기저기에 회사 썰을 풀면서 돌아다니고, 가끔 잘 풀리면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도 받아온다. 물론 안 되면 말고. 방 안에서 쑥덕쑥덕 거리는 게 비일비재해서 밖에서 보면 대체 뭐하는 팀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없어서는 안 되는 팀이다. 회사의 머리에 해당하는 조직이고, 선장 다음으로 높은 일등 항해사 정도의 역할로 우리들 월급 챙겨주려고 가장 애쓰는 곳 중 하나다.


경영전략 부서에는 숫자로 가득한 PPT 장인이 많다



재무/회계


회사의 지갑이다. 재무와 회계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돈에 관련된 조직이라 묶어봤다. 종이에 영수증 붙이면서 회계 담당자와 싸워본 사람이라면 트집 왕, 쪼잔 왕 혹은 엑셀의 신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돈이 어디에서 어떻게 들어오고 나가는지 기록하고,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라서 어쩔 수 없다. 회사 대표 중에 재무/회계 출신이 많다. 그런 경우 머리 위에 지갑이 올라가 있는 형국이라 돈에 민감하다. 비용절감을 위해 겨울에는 춥게, 여름에는 덥게, 물은 수돗물 끓여서 먹으라고 할 기세다. 무조건 친하게 지내자. 회사 자금 사정이 어떤지, 월급이 언제 나오는지, 보너스는 얼마나 나오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고, 비용 처리, 정산, 엑셀 수식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사


인사는 크게 채용, 교육, 평가, 문화, 관리로 나눌 수 있다. 채용은 인재를 최대한 싸게 데려오는 것, 교육은 개개인의 가성비를 높이는 것, 평가는 잘하는 사람에게 보상을 해주고, 못하는 사람은 내보내는 것, 문화는 회사에 있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즐겁게 만드는 것, 관리는 회사 인력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관리하는 것에 그 핵심이 있다. 종종 인사팀에게 으르렁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필요가 없다. 인사는 지원 조직으로, 당신이 하고 있는 업무에 집중하고,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지, 당신 목줄을 붙잡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고로 날카롭게 굴지 말고, 따뜻하게 대해주자. 훗날 인사에서 진행하는 행사나 교육에서 소소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영업/마케팅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동료의 비즈니스가 매일매일 펼쳐지는 곳. 개인이든, 기업이든,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상관없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상관없이 팔아야 한다. 그래야 나머지가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제품이 좋으면 알아서 팔리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같은 소리는 그만하자. 요즘 나오는 제품은 웬만하면 다 좋고, 행여나 우리 제품이 특별히 좋다 하더라도 다음 달이면 그대로 베낀 제품을 볼 수 있다. 광고, 브랜딩, PR, 프로모션 전부다 영업/마케팅의 일종이다. 멋있는 로고도, 맛있는 시식 만두도 결국 팔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는 사람은 없겠지만, 행여나 마케팅이 전부라고 거들먹거리는 마케터가 있다면 시원하게 한 대 때려주자.


뭐라도 해보려고 애쓰던 시절



기획/제품


여기는 회사의 오늘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조직이다. 경영 전략 부서에서 세운 회사의 내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기획을 한다. 머리의 대략적인 생각을 구체화해서 손과 발에 전달하는 조직. 척추 정도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존 제품 관리, 신제품 기획, 시장 조사, 인사이트 도출, 결과 분석 등의 일이 있다. 딱 봐도 보고서 엄청 쓰고, 보고 엄청하는 곳이다. 회사에 따라 영업/마케팅 조직에서 비슷한 일을 수행하기도 한다. 종종 손과 발의 분노가 여기로 향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 말고도 위에서 치이고, 옆에서 치이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여기도 우리처럼 월급 받고 다니는 사람들이니 진정하자.



연구/개발/디자인


회사의 손과 발. 열심히 연구하고, 개발하고, 디자인하면서 제품 혹은 서비스를 만든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에서 정확히 곰 역할을 하는 조직. 우리끼리 열심히 싸워봐야 소용이 없다. 곳곳에서 비용 절감한다고 난리 치는데, 우리끼리 도우면서 빨리빨리 만들어서 내보내고, 우리가 만든 걸로 돈 버는 거 아니냐고, 월급이랑 보너스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보채면서 돌려보내는 게 최선이다.


연구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한다



생산/운영


손과 발에도 손가락과 발가락이 있다. 실제 제품을 생산하고, 사용자와 마주하면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는 사람이 모여있다. 요즘에는 디지털이다 설비 자동화다 뭐다 해서 인건비 절감으로 생산/운영 인력도 줄어들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인터랙션이 조금 더 인간적이고, 여전히 사람 손으로 해야 하는 일이 분명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조금 걱정이다.



대표


대표는 회사의 얼굴마담 혹은 피리 부는 사나이다. 비전을 팔고, 사람을 모은다. 당신은 이 사람과 이 사람이 한창때에 만든 제품 혹은 서비스를 지속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일한다. 꿈이 크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밥 먹듯이 하는데, 정작 본인은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자.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말이 되게 만들어야 먹고살 수 있는 게 비즈니스고,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신이 이 회사에 있을 이유가 없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


대표 중에는 워커홀릭에 소시오패스 같은 사람이 많고, 종종 미친 사람도 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타인에게 공감하지 않고, 무언가에 미쳐있기 때문에 대표까지 하고 있는 거 아닐까? 물론 월급이 밀리지 않았고, 당신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만약 그랬다면, 회사 멀리 있는 카페에 모여서 뒷담 까지 말고, 이직 준비를 하자. 인터뷰 기사가 오글거리고 가식적이라고? 일 참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



회사 규모와 산업에 따른 조직 차이


사실 회사마다 부서 이름과 역할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기본 뼈대는 대동소이하다. 산업에 따라 각 부서가 가진 힘이 달라지기도 한다. 통신사와 화장품 회사는 마케팅이 매출에 기여하는 비즈니스라서 마케팅 부서의 힘이 세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는 전통적으로 생산/운영 부서가 강하고, 최근 기술 변화로 인한 지각변동으로 연구/개발/디자인 부서의 힘이 실리고 있다. 


회사 규모에 따라서도 부서의 힘이 달라진다. 대기업은 보통 전사 시스템을 관리하고, 임원의 목줄을 쥐고 있는 인사팀, 앞으로의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경영 전략 팀에 힘이 실려있지만, 중소기업은 시스템보다는 사람의 힘으로 돌아가다 보니 대표 혹은 대체할 수 없는 기술과 능력이 있는 개인에게 힘이 집중되어 있다.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려다 보니 빠진 내용도 많고, 얼버무린 부분도 없지 않지만, 회사 각 부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조금이나마 알겠다면, 그것만으로도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디자이너가 되기에는 충분하다. 각 부서가 하는 일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김상용 교수님의 책 <경영학 키워드 101>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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