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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Feb 28. 2019

북유럽의 탐험하는 디자인

2019년 스톡홀름 디자인 위크에서 찾은 이야기

매년 2월 초, 스톡홀름에서 가장 큰 디자인 페어인 스톡홀름 디자인 위크가 열린다. Stockholm Furniture & Light Fair에서 후원하는 행사로 스웨덴과 북유럽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가구 및 조명 디자인 스튜디오가 주로 참여한다. 전시, 워크숍, 강연, 파티 등으로 구성된 행사는 일주일 동안 스톡홀름에 있는 갤러리, 디자인 스튜디오, 호텔, 콘퍼런스 홀 곳곳에서 열린다. 올해는 2월 4일부터 10일까지 7일 동안 진행되었으며, 오늘은 여기에서 찾은 디자인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한다.


Snowtopped Installation

NOTE Design Studio for Tarkett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에서 눈은 빈번하게 차용되는 메타포이다. 북유럽 사람에게 눈은 메마르고 싸늘한 겨울 풍경 위에 하얗고, 뽀얗게 쌓여 편안함, 미니멀함, 통일감, 차분함, 조화로움을 준다. 길고 어두운 밤에 내려 아침을 밝혀주고, 굳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게 만들어준다. 한국으로 치면 산에 해당하는 느낌일까.


Snowtopped는 프랑스의 바닥재 제조사 Tarkett이 스톡홀름의 디자인 스튜디오 Note Design Studio와 함께 Tarkett의 바닥재로 무엇이 가능한지 탐구하기 위한 전시로, 부드럽고, 유연한 실루엣의 북유럽 겨울 풍경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들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공공장소에 주로 사용하는 바닥재에 열을 가하고 구부려서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눈 언덕 모양을 만들었고, 스톡홀름 중심에 있는 Hotel At Six 옥상 공간에 설치했다.



우리는 소재의 다양성과 유연함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강조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전시가 진행되는 공간에 들어오면 바람에 흩날린 눈이 만든 것 같은 다양한 크기의 눈 언덕으로 가득하다. 이는 방문객에게 눈으로 가득한 겨울 풍경이 주는 차분함을 주는 동시에 눈 아래 있는 무언가에 대해 탐구해보고 싶은 모험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눈 언덕이라고 모두 같은 흰색이 아니고, 소재도 조금씩 다르다. Note Design Studio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Charlotte Ackemar는 이에 대해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흰색이 있다. Snowtopped 전시에 온 사람들이 눈 언덕에 가까이 다가와서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Note Design Studio의 설립자 Johannes Carlström는 Dezeen과의 인터뷰에서 본 전시는 언제나 춥고, 어둡고, 눈이 많이 오는 2월의 스톡홀름에 맞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으며, 이는 바람이 만드는 부드럽고 유연한 형태의 눈 언덕을 재창조하려는 시도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Tarkett은 스톡홀름 디자인 위크 전시가 끝난 후 북유럽의 다른 나라를 돌면서 이를 전시할 계획이다.





인터뷰 및 사진 출처

Note Design Studio

Dezeen Magazine

Retail Design Blog



The unfolding village

Neri & Hu


Stockholm Furniture & Light Fair는 매년 게스트를 초청한다. 작년에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파올라 나보네(Paola Navone)를 초청했으며, 2013년에는 일본의 넨도 디자인 스튜디오를 초청했다. 올해 게스트는 상하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건축 디자인 사무소 Neri & Hu를 운영하고 있는 건축가 듀오 린든 네리(Lyndon Neri)와 로사나 후(Rossana Hu)로 가구나 조명 디자인을 보여주는데만 집중하는 가구 페어의 관습에서 벗어나서 제품과 사회 문제를 연결하는 전시를 시도했다.


중국은 최근 급격한 산업화에 따라 도시로 인구가 몰리면서 지방 소도시가 사라지고 있고, 그로 인해 마을 문화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네리와 후는 전통적인 개념의 커뮤니티, 가족, 그리고 문화적인 뿌리에 큰 영향을 주는 이 현상을 조사했다. 이들은 가족, 집, 주거, 향수, 사회 속 개인 간의 관계를 다루는 건축과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서 이렇게 사라지는 중국의 전통적인 마을을 묘사하고, 그 본질을 포착한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는 집단 중심 마을의 골목과 그 생활에 영감을 받았다. 전시장 외부는 커다란 집 모양으로, 경사진 지붕을 추상화한 윤곽과 형태는 집을 상징한다. 이 선들이 반복되고, 연결되면서 마을을 형성한다. 공간 내부는 쭉 뻗거나 구불구불한 골목으로 이어져있다. 이러한 레이아웃은 사람이 다닐 수 있는 통로와, 공간 안에 다양한 레이어를 만든다. 그 사이로 전시되어 있는 Neri & Hu의 가구와 제품들이 방문객에게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소설(小說)은 한자에서 알 수 있듯 골목과 거리 곳곳에 떠돌아다니는 작은 이야기에서 기원한다. 전시에서 사용한 골목이라는 공간적인 장치는 페어에 방문한 관람객 사이에 소문, 관음, 도청 같이 불순한 행동을 유도하고, 사물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스톡홀름 디자인 위크 전시장 입구에 뜬금없이 사라지는 중국의 마을 문화에 대한 전시라니,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정수를 기대한 나로서는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다. 그러나 전시 공간에 직접 들어가서 들여다보고, 이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니, Neri & Hu가 중국의 마을을 사례로 전 세계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사람과 공간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Neri & Hu는 건축, 그리고 디자인에 어떻게 접근하는 걸까. 이들은 그 대답으로 항상 생텍쥐페리의 문장을 언급한다. 이번 글은 그 문장을 인용하면서 마무리해볼까 한다.


우리는 영원한 존재가 되기를 열망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사물들이 그 의미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인터뷰 및 사진 출처

Dezeen

Designboom



* 한국디자인진흥원 해외디자인리포트에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사용시 꼭 출처를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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