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십일 취향편 #3
예전에는 어디라도 가고, 뭐라도 배우면서 시간을 보냈다. 브랜딩도 배우고, 카피라이팅도 배우고, UX도 배우고, 일러스트레이터도 배우고, 프런트 엔드 개발도 배우고, 안드로이드 개발도 배우고, 심지어 사이버 대학 컴퓨터 공학과도 다녔다. 그래도 늘 초조하고 불안했다. 잠시라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쉴 틈이 생기면 언제나처럼 피곤함을 무릅쓰고 나를 혹사시켰다. 그러는 사이 마음과 몸에 이런저런 병이 찾아왔다. 여가시간이 아니었던 셈이다.
지금은 많이 다르다. 여가 시간에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한다. 먼저 스스로가 어떤 상태인지, 어떤 기분인지 묻고,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걸 한다.
어느 날은 갑자기 떠오른 요리에 도전하고, 다른 날은 전시를 보러 미술관에 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서점에 가는 날도 있고, 카페에 앉아 리디 셀렉트에서 고른 책을 읽는 날도 있다. 생각이 많은 날은 글을 쓰고, 괜히 외롭고 찌뿌둥한 날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른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나가서 한참 동안 계획 없이 아무렇게나 걷는다. 그냥 식탁에 멍청히 앉아서 구름이 흘러가는 걸 바라보는 날도 있고,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만 내려보는 날도 있다. 무리하지 않으니 몸도, 마음도 망가질 일이 없다.
#작심삼십일_취향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