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십일 취향편 #4
얼마 전 서울 가는 비행기 표를 샀다. 80만 원이면 살 수 있는 핀에어, 에어차이나, KLM도 있었는데 40만 원을 더 주고 대한항공으로 샀다. 집 가는데 우리 말하면서 눈치 안 보고 편하게 가고 싶은 마음에 조금 더 썼다. 이번 한 번만 더 타면 모닝캄 회원 자격을 얻을 수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아니나 다를까 은행 앱에서 평소와 달리 많은 돈이 빠져나갔다고 알림이 왔다. 스톡홀름에서는 월세 말고는 이렇게 큰돈을 쓸 일이 별로 없다. 소비에 흥미가 없어진 탓도 있다. 사고 싶은 것도 없고, 보이는 것도 없다. 견물생심이 생길 틈이 없다. 게다가 여기에 집도 없고, 한국에 돌아갈 생각까지 하고 있으니 괜히 사서 뭐 해. 그거 다 짐이다, 짐.
덕분에 먹고 자는데 들어가는 돈을 제외하면 비행기에 쓰는 돈이 가장 많다. 그중에서도 서울 가는 돈이 가장 으뜸이다. 일 년에 적어도 두 번은 왔다 갔다 하니까, 매년 250만 원은 여기에 쓰는 셈이다. 비록 은행 앱은 나의 이런 소비를 과소비로 분류했지만, 어쩔 수 없다. 서울에는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잠시 미루고 있는 인생이 있다. 살기 위해 사고, 살기 위해 쓴다. 그래서 아침에 그 고생하면서 출근하는 거지. 암, 그렇고말고.
#작심삼십일_취향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