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십일 취향편 #7
스톡홀름에 오기 전에는 여행이 좋았다. 모르는 곳에 가서 헤매도 그저 좋았다. 새로운 모험이 좋았다. 여행 계획도 부지런히 세우고, 연초부터 회사 눈치를 보며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도쿄도 가고, 뉴욕도 가고, 런던도 갔다. 나중에는 자신감이 붙어서 포틀랜드도 가고, 암스테르담도 갔다.
지금은 여행도, 모험도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 이미 둥둥 떠다니는 채로 사는데, 다른 곳까지 가서 떠다니고 싶지 않다. 물론 정착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내 발 디딜 곳 하나, 마음 둘 곳 하나 없었다. 나라는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애쓰고 싶지 않았다. 누구는 구름같이 자유로운 삶이라고 말하겠지만, 나에게는 어디에도 내려앉지 못하고 부유하는 삶이다.
그래서 이번 출장이 유난히 달갑지 않았다. 그나마 스톡홀름에 조금씩 마음을 주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또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뒤집어졌다. 게다가 출장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디렉터의 한 마디가 불안정한 나를 더 흔들었다. 파도에 휩쓸리는 배 위에서 균형 잡기를 즐겨야만 하는 삶을 계속해야 할까, 아니면 안정을 찾아 다시 모험을 떠나야 할까.
#작심삼십일_취향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