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이진재 Sep 09. 2019

퇴사를 앞둔 주말의 다섯

지금까지 수고했고, 앞으로도 잘해봅시다

1. 포트폴리오다, 서류 제출이다, 면접이다, 뭐다 하다 보니 어느새 9월이다. 스톡홀름은 가을이 한창이다. 휑한 발목 사이로 가을바람이 스며드는 바람에 긴 양말을 꺼내 신었다. 지친 몸에는 감기가 몸살과 함께 불쑥 찾아왔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라 얼른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캐리어 깊숙이 집어넣었던 감기약을 꺼내 하루 3번씩 먹었다. 그러면 뭐하나. 감기 선생은 2주째 내 몸 구석구석을 훑으며 제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스톡홀름을 떠나기 전까지는 어딘가에서 계속 지켜볼 셈인가 보다. 


2. 2년 간의 스톡홀름 생활을 정리하고 있다. 주로 일만 하고, 삶은 거의 없었던 곳이라 그런지 정리할 게 많지 않다. 참 미니멀하게도 살았다. 친구들에게도 하나둘씩 작별을 고하고 있다. 좋아했던 풍경, 공간, 순간들과도 이별하고 있다. 남은 시간 동안은 최대한 여기에 맞는 속도로 걷고, 살려고 하고 있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3. 회사에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동안 수고했다는 사람, 그 마음 이해한다는 사람, 떠나는 걸 아쉬워하는 사람, 언제든 돌아오라는 사람, 앞날의 행운을 빌어주는 사람, 인연을 이어가자는 사람이 있었다. 1년 반 동안 그래도 괜찮게 살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지금은 기회를 찾아 떠나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4. 2년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전보다는 더 크게 한 바퀴 돌면서 더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하고, 느낄 수 있었다. 지금부터는 또 어디로 가게 될까.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다음 여행은 지금보다 조금 더 크게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5. 이제부터는 애매함보다 확실함을 기르려고 한다. 애매하게 이거 저거 잘하는 사람보다, 확실하게 이거 저거 잘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관건은 언제나 시간이다. 시간을 잘 써야 한다. 같은 시간에 보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 정신 차리고 꾸준하게 살자. 


지금까지 수고했고, 앞으로도 잘해봅시다
이전 29화 서울, 스웨덴, 스위스, 다시 서울의 다섯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다섯, 스톡홀름에서의 2년 2개월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