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수고했고, 앞으로도 잘해봅시다
1. 포트폴리오다, 서류 제출이다, 면접이다, 뭐다 하다 보니 어느새 9월이다. 스톡홀름은 가을이 한창이다. 휑한 발목 사이로 가을바람이 스며드는 바람에 긴 양말을 꺼내 신었다. 지친 몸에는 감기가 몸살과 함께 불쑥 찾아왔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라 얼른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캐리어 깊숙이 집어넣었던 감기약을 꺼내 하루 3번씩 먹었다. 그러면 뭐하나. 감기 선생은 2주째 내 몸 구석구석을 훑으며 제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스톡홀름을 떠나기 전까지는 어딘가에서 계속 지켜볼 셈인가 보다.
2. 2년 간의 스톡홀름 생활을 정리하고 있다. 주로 일만 하고, 삶은 거의 없었던 곳이라 그런지 정리할 게 많지 않다. 참 미니멀하게도 살았다. 친구들에게도 하나둘씩 작별을 고하고 있다. 좋아했던 풍경, 공간, 순간들과도 이별하고 있다. 남은 시간 동안은 최대한 여기에 맞는 속도로 걷고, 살려고 하고 있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3. 회사에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동안 수고했다는 사람, 그 마음 이해한다는 사람, 떠나는 걸 아쉬워하는 사람, 언제든 돌아오라는 사람, 앞날의 행운을 빌어주는 사람, 인연을 이어가자는 사람이 있었다. 1년 반 동안 그래도 괜찮게 살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지금은 기회를 찾아 떠나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4. 2년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전보다는 더 크게 한 바퀴 돌면서 더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하고, 느낄 수 있었다. 지금부터는 또 어디로 가게 될까.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다음 여행은 지금보다 조금 더 크게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5. 이제부터는 애매함보다 확실함을 기르려고 한다. 애매하게 이거 저거 잘하는 사람보다, 확실하게 이거 저거 잘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관건은 언제나 시간이다. 시간을 잘 써야 한다. 같은 시간에 보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 정신 차리고 꾸준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