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서도 이게 과연 올바른 방향일까?
테슬라의 파격적인 행보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다른 자동차 제조사도 발 빠르게 테슬라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인터페이스의 수많은 레거시를 파괴했는데, 그중 하나로 크루즈 컨트롤, 오토 파일럿, 와이퍼, 라이트 등 운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버튼을 제외한 물리 버튼 대부분을 인포테인먼트 화면의 소프트 버튼으로 대체한 것을 들 수 있다.
온도와 음량을 조절하는 노브도 없고, 내비게이션이나 라디오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버튼도 없으며 드라이브 모드 전환 버튼도 없다. 자동차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인포테인먼트 화면에서만 제어가 가능하며, 어떤 버튼은 확장 메뉴 안에 숨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테슬라를 자동차가 아닌 전자제품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다.
학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아주 위험하다고 경고했으며, 자동차 전문 잡지와 각종 언론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소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테슬라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미국 컨슈머 리포트가 2019년 진행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만족도 조사에서 최고점인 86%를 차지했고, 블룸버그가 테슬라 모델 3 오너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도 대부분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사용자 반응 덕분인지 자동차 업계에서도 테슬라의 시도를 따라 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포드의 전기차 머스탱 마하 E와 볼보의 전기차 폴스타 2를 살펴보면, 화면 크기를 키우고, 물리 버튼을 소프트 버튼으로 대체했으며, 심지어 아우디는 Virtual Cockpit을 공개하며 물리키를 점진적으로 삭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그게 정말 좋아서? 멋있어서? 혹은 유행에 뒤쳐질까 봐?
일단 왜 위험하다고 하는지부터 자세히 알아보자. 우선, 소프트 버튼은 하드 버튼보다 더 많은 주의를 요한다. 물리 버튼은 직접 보지 않아도 위치와 형상, 그리고 각인을 더듬어보면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파악할 수 있지만, 소프트 버튼은 그렇지 않다. 보지 않고서는 조작할 수 없다. 버튼이 하위 메뉴나 확장 메뉴 안에 숨어 있다면, 여러 번 타고 들어가야만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주의를 요한다. 차 안에서 화면과 인터페이스에 시간과 주의를 쓴다는 것은 그 시간만큼 도로에 집중을 안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피츠의 법칙에 의하면 버튼 사이즈가 크고 가까울수록 사용자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목표 영역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테슬라 터치스크린의 버튼들은 작고, 서로 붙어있는 데다가, 사용자가 인터랙션 하기 용이한 위치에서 벗어나 있어서 그만큼 사용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소프트 버튼이다 보니 햅틱 피드백도 없어서 버튼을 눌렀는지 안 눌렀는지 화면을 보지 않고서는 확인할 수 없다. 게다가 터치스크린에서 가장 비싼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화면 좌측에 운전 중에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 버튼을 위치시키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렇게 계속 경고하는 와중에도 변화를 계속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로 디자인을 들 수 있다. 물리 버튼은 주로 운전자가 조작하기 좋은 센터패시아 영역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용자는 잔뜩 늘어선 버튼들에 시선을 빼앗겨서 디자인이 좋다는 느낌보다 복잡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운전자가 운전하는 중에도 조작할 수 있도록 버튼마다 다르게 만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혼잡성을 가중할 수 있는 물리 버튼을 소프트 버튼으로 대체해서 인포테인먼트 화면 안으로 밀어 넣고, 그 자리에 멋지고 거대해서 마치 최신 전자기기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화면을 넣을 수 있다면 내장 디자인 팀 입장에서는 안 할 이유가 없다. 그 모든 소프트 버튼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시켜야 할지, 이게 과연 운전하면서도 안전한지 고민해야 하는 인포테인먼트 관련 부서에서는 당연히 반대하겠지만, 더 다양하고,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줄 수 있고, 사용자가 익숙한 모바일 UX 패턴에 따라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소프트 버튼으로 물리 버튼을 대체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원가 절감이다. 물리 버튼을 빼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물리 버튼 하나가 1000원이라고 해보자. 차를 1년에 500만 대 판다고 가정했을 때, 물리 버튼 하나만 빼도 50억을 아낄 수 있다. 10개를 빼면 500억, 20개를 빼면 1000억을 절약하는 셈이다. 위에서는 계산하기 쉽게 제조 원가를 1000원으로 가정했지만, 사실 물리 버튼은 기능, 옵션, 차종마다 달라질 수 있으며, 조립비용과 휴먼 에러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실제 원가는 올라간다.
소프트 버튼은 어떨까? 화면을 설계하고,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에도 당연히 비용이 들어가지만, 물리 버튼보다는 훨씬 적게 든다. 운전자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문제나 오류가 생기면 당연히 안되지만, 만에 하나 생기더라도 부품 교체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가뜩이나 원가절감에 민감한 업계다 보니 자동차의 성능과 안전이 유지되는 한 이런 변화를 쌍수 들고 환영할 수밖에 없다.
나는 물리 버튼과 소프트 버튼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까지는 손으로 만져지고,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오는 물리 버튼을 더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자동차 내부의 물리 버튼을 소프트 버튼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싶지 않다. 어떻게 자동차에 버튼과 노브가 없을 수가 있지!
물론 이런 모든 논리를 떠나서 모든 사용자가 소프트 버튼을 원하는 날이 온다면 그 어떤 자동차 제조사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자동차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물리 버튼을 기계적으로 소프트 버튼으로 대체하기 전에 이 방향이 정말 맞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버튼이 추가된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서 이게 과연 사용자에게 필요한 기능인지 의문을 던지면서, 그 기능을 삭제하거나, 다른 기능과 통합시키거나, 다른 방식으로 구성하는 방법은 없는지를 함께 생각해보면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오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사족 하나만 붙이자면, 위에 서술한 모든 내용은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전략, 보안, 프로젝트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모든 내용은 아래 참고 문헌에서 발췌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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