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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Jul 01. 2020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디자인한다는 것

모빌리티 UX 디자인 매거진을 시작하며

자동차 회사에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UX 디자이너로 일하기 시작한 지도 8개월이 지났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흔히 내비게이션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모빌리티 디자인이라고 뭉뚱그려지고 있는 분야에서 모빌리티 제품에 속한다. 보통 이 정도 일했으면 그래도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제품을 어떤 프로세스로 만드는지 파악하고, 작은 제품은 런칭도 해보고도 남았을 텐데, 이 회사는 녹록지 않다. 여전히 잘 모르고, 어렵고, 복잡한 것 투성이다. 입사하자마자 시작한 프로젝트는 런칭까지 아직도 4개월이 남았고, 다른 프로젝트는 아무리 빨라도 2년 반이 더 걸릴 예정이다. 자동차 하나 만드는데 적어도 3년은 걸린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싶고,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매일매일 마주하는 새로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보고, 듣고, 묻고, 부딪히며 조금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업무에서 인터랙션 디자인 비중이 크던 이전 회사와 달리 지금은 UX 디자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덕분에 모르는 게 산더미. 게다가 자동차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UX 디자인은 생소하고 특수한 분야다 보니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참 난감했다. 일단 기본으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인포메이션 아키텍처, 터치를 위한 디자인하기, 단순함의 법칙, 인터랙션 디자인 등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을 찾아서 틈날 때마다 조금씩 읽었다. 책에서 얻은 힌트 덕분에 큰 방향성은 알 수 있었지만, 그래서 어떻게 디자인하는 게 좋은지 알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사례가 필요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일반적인 하드웨어나 서비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동차라는 거대한 하드웨어의 일부면서 그 기능 일부를 제어할 수 있는 제품인 동시에 내비게이션, 카페이(결제 서비스), 카투홈(IoT 서비스) 등의 커넥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스템이자, 제품이자,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디자인할 때 따라야 할 디자인 원칙은 없을까?


Android Automotive OS를 최초로 적용한 Polestar 2


모바일 앱 혹은 웹사이트 디자인을 할 때 으레 그랬듯 애플과 구글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찾아봤다. 애플은 휴먼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 CarPlay 파트, 구글은 Android Automotive OS 디자인 가이드라인에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UX 디자인을 다루고 있다. 다만 전자는 시스템보다 앱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어서 차라리 mac OS나 iPad OS 문서를 보는 게 나았고, 후자는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를 개발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많이 부족한 데다가 자동차와 연동하는 부분도 아직 빠져있어서 참고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어디 사는 누군가가 디자인 원칙을 발표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작은 조각이라도 일단 모아보기로 했다. 우리 제품과 벤츠, 테슬라, 폭스바겐 등의 경쟁사 제품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거꾸로 디자인 원칙을 추론하고, 필요하면 윈도우든, 모바일이든, 공기청정기든 뭐든 가져와서 모아보기로 했다.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실무에서 경험하면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조금 오래 걸리겠지만, 그 조각들이 모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자인 원칙의 밑바탕이 되지 않을까?


테슬라가 잘 만든 건 사실이지만, 유일한 답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생각과 고민이 희미해지기 전에 어딘가에 모아 두고 싶었다. 그래서 새로운 매거진을 시작했다. 제목은 모빌리티 UX로 지었다. 아래는 요즘 고민하는 것들. 지금 시점에서는 무엇이 맞는지 틀린 지 판단할 수 없기에 일단은 많이 보고, 듣고,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관점을 넓혀보려고 하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역할은 무엇인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운영체제로 봐야 할까, 전체를 하나의 앱으로 봐야 할까?

자동차의 하드키를 소프트키로 대체해도 상관없을까?

사용자가 자율주행을 신뢰하고, 도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동차 안에서 운전자는 어떤 경험을 원할까? 현재는? 자율주행이 보편화하는 미래에는?

앞으로 자동차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운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해야 할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적절한 화면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반응형이 아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에서의 적절한 그리드와 레이아웃은 무엇일까?

모바일 UX 패턴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을까? 어떨까? 편할까, 불편할까?

주행하면서 힐끗 화면을 보는 경우에는 어떻게 디자인해야 효용성을 높일 수 있을까?

기능적으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 해도 되는 걸까?


지금은 내 수준에 맞는 소소한 이야기 위주로 다루겠지만, 언젠가는 모빌리티 UX에 관한 다양한 관점과 사례를 공유할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가 성장해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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