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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Aug 09. 2017

아무도 모르길 바라는,
그런 포르투의 매력

포르투에 눌러앉은 일주일 #1

작은 도시는 대중교통 없이 도시 전체를 걸어 다닐 수 있다. 골목골목 다니다 보면 가이드북에 없는 소소한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그 매력에 빠져들어 며칠을 보낸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가장 생각나고, 그리워하는 도시가 된다. 포르투가 그랬다. 바람 시원하고, 바다 파랗고, 음식 맛있고, 사람 친절하고, 석양 아름다운 이곳. 나는 리스본행을 포기하고 그대로 눌러앉아 일주일을 있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에 없는, 이미 몇몇은 알고 있지만, 아무도 모르길 바라는 그런 포르투의 매력. 지금부터 하나씩 꺼내볼까 한다.


숙소부터 이미 마음에 든다


숙소에서 시내 가는 길. 배가 고파서 조금 일찍 나왔다. 바르셀로나는 덥고 습했고, 헬싱키는 춥고 건조했다. 포르투는 20도, 바람도 조금 불어 선선하다. 야자수, 흰색 창틀과 베이지색 벽 뒤로 하늘이 파랗다. 근처 카페에 들러 나타(에그타르트) 하나에 에스프레소 한 잔 마셨다. 한결 마음이 가볍다.


그냥 건물인데 여기 왜 이래


오늘은 뭐 할까. 카페에 앉아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추천한 숙소 근처 공원을 가기로 했다. 햇볕이 도시 깊숙이 내리쬔다. 옷 밖으로 살짝 꺼내놓은 살갗에도 내리쬔다. 오늘은 나쁘지 않다. 평소 그렇게 피해 다닌 게 무색할 정도. 상쾌한 기분으로 20여 분을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Jardins do Palacio de Crystal

하늘과 잘 어울리는 건물들


크리스털 팰리스라 불리는 돔을 중심으로 조성된 공원. 들어갈 생각은 안 하고 바로 공원으로 갔다. 아. 사진 찍는 걸 깜빡했다. 뭐 하는 건물 이랬더라. 검색하면 나오겠지 뭐. 


포르투를 내려다볼 수 있다
조금 진해도 하늘과 잘 어울린다
색 조합이 자연스럽다


돔 주변으로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말겠지 했더니 박물관이 있다. 이름하여 Museu Romantico(로맨틱 박물관). 아주 거창하다. 혼자 보러 오는 게 맞나 싶다. 내부는 공사 중이고 박물관에 딸린 작은 정원도 여름 맞이로 한창이라 들어갈 수는 없었다. 여전히 둘러보기는 좋다. 색감에 반해 한참을 바라보았다. 뒤로는 포르투가 펼쳐져 있다. 강 건너 언덕에는 주황색 지붕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한적하고 차분하다. 


꼬마는 공작새를 따라다니고, 아빠는 꼬마를 따라다니고.


아름다운 정경을 뒤로하고 조금 더 걷다 보니 매점이 보인다. 에스프레소 말고 마신 게 없어서 목이 마르다. 주머니에서 동전을 몇 개 집어 탄산수를 사고 자리에 앉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한적함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손에 커다란 카메라를 하나씩 들고 있다. 열심히 돌아다닐 시간인데 한가하게 앉아 있는 걸 보니 이 공원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다. 


늠-름
동물 사진 찍기 정말 어렵다


공작새가 있다. 다른 새들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동물원 새장 안에 공작새만 보다가 이렇게 보니 이상하고 신기하다. 하긴 이게 자연스러운 건데 말이지. 한참 동안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나저나 참 잘생겼다. 도도하다는 표현을 이런 때 쓰는 건가.


자세히 안 보면 비둘기 같아 보인다


나름 공작새인데 이 동네에서 하는 짓은 비둘기나 다름없다. 먹을 거 던져주면 달려들고, 그늘 찾아다니고, 걸어 다니고. 자꾸 어슬렁거리니까 왼쪽에 있는 할머니가 발로 걷어찼다. 


색을 정말 잘 쓰는 동네


공원을 나와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도시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을 가기로 했다. 여기도 역시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추천받은 곳. 나는 여행 첫날에는 보통 걸어 다닌다. 그래야 그 동네에 빨리 적응할 수 있으니까. 포르투는 특히 도시가 작고 구석구석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 날씨까지 상쾌하니 안 걸을 이유가 없다. 


Fonte dos Leões

스마트폰은 그늘에서 해요


전망대 가는 길에 만난 레오스 분수. 하루에 한 번은 지나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해가 한참 높이 떠 있는 시간. 분수 뒤로 보이는 상점 그늘 아래 서서 숨을 골랐다. 시선을 옆으로 돌리니 벽에 하얀 타일 위에 파란 그림이 보인다. 아줄레주구나. 가방에서 사진기를 꺼내 성당 앞에 섰다. 


귀여운 커플
관광객이 조금 적은 날이었다


Igreja do Carmo & Igreja dos carmelitas


카르모 성당(오른쪽)과 카르멜리타스 성당(왼쪽). 박물관도 있다고 한다. 어쩌다 포르투는 하얀 타일 위에 파란색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 포르투와 파란색이 잘 어울리는 건 누가 찾았을까. 마침 읽고 있던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들어가 볼 생각은 왜 안 했나 몰라


나라마다 도시마다 햇볕의 인상이 다 다르답니다. 왜일까요? 과학과는 전혀 관계없는 제가 과학적으로 추측해본 결과는 이렇습니다. 첫째, 위도에 따라 들어오는 햇빛의 양이 다르다. 둘째, 문화적인 또는 지질학적인 이유로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색이 다르다. 셋째, 고로 반사되는 빛의 색감이 다르고, 전체적인 빛의 표정도 다르다. <생각의 기쁨>, 유병욱


파란 스트라이프 옷이 잘 받는 동네. 누가 봐도 관광객이겠지만.


포르투 여행기 첫 번째 이야기. 이제 겨우 반나절 왔다. 아직 보여주고 싶은 사진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장장 9편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니 기대하시길. 다음 편에서는 드디어 전망대를 올라간다. 고소공포증 덕분에 손에 땀을 쥐는 여정이었다. 곧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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