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보내는 첫 번째 여름
1. 작은 자취방에 선풍기를 들였다. 북서향 집에도 아침 10시까지 해가 들고, 창문을 닫은 채로 몇 시간만 있어도 습기와 열기가 차오른다. 달력을 보니 5월도 끝자락. 청계산에서 보내는 첫 번째 여름이다.
2. 요즘은 예전만큼 스스로에게 관심이 없다. 내가 하는 일을 멋들어지게 포장하는 일에도 자신이 없다. 생각할 시간도 부족했고, 그럴 필요도 없는 시점이기는 하지만, 실은 내가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자기 것을 꾸준히 밀어붙이는 사람을 보면 부러움이 앞선다. 나는 무엇을 꾸준히 밀어붙이고 있을까? 인생에서 나는 무엇을 이뤄야 할까? 무엇을 이뤄낼 수 있을까? 아니, 꼭 이뤄내야만 하는 걸까? 그 무언가를 이뤄낸 다음에는 뭐가 있을까? 사실 의미나 성취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다. 뭐든 하나 정해서 해보고, 아니면 접고, 다른 걸 찾는 과정을 반복하면 그만일 수도 있는데, 영속적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아닐까?
3. 리드 3개월 차. 디자이너로서, 매니저로서, 코치로서, 동료로서, 또 사람으로서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상대와의 대화에서, 혹은 나의 행동에서 나의 조급함과 예민함을 전가할 필요는 없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내가 모자란 탓이다. 매일 집에 오면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다음에는 더 잘해야지 다짐해본다. 유난 떨지 말자. 호들갑 떨지 말자.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는 입 밖으로 꺼내지 말자. 험담하지 말고, 부정적인 기운을 전가하지 말자. 그냥 할 일을 하자. 아는 척, 해본 척하지 말고, 입으로 때우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자.
4. B2B와 B2C는 비즈니스의 구분일 뿐, B2B 프로덕트라고 사용자 경험이 불편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B2B 프로덕트 사용자라고 좋은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을 마다할 리 없다.
5. 굳이 남들의 기대에 맞춰 살 필요는 없다. 대신에 우리는 자신의 기대에 부응해서 살아야 할 책임이 있다. - The Art of Creative Thinking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돼라.), 22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