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에 눌러앉은 일주일 #3
2일 차. 하늘이 맑다. 숙소에서 5분만 걸어가면 바다가 보인다. 맑은 날 보는 바다만큼 좋은 게 있을까. 오늘은 천천히 바다를 따라 걷기로 했다. 걷다 배고프면 점심 먹고, 목마르면 커피 마시고, 달달한 게 생각나면 아이스크림 사 먹고, 그래야지. 글보다 사진이 많다. 스크롤을 내리며 천천히 따라오시길.
여유롭고 한가한 풍경의 연속이다. 낚시꾼, 수영하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그 누구도 서두르는 법이 없다. 포르투의 박자에 맞춰 발걸음을 늦춘다.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달리는 사람이 많다. 자전거 타는 사람도 많다. 이런 날씨에 이런 도로라면 매일 보고 싶겠지. 무릎 때문에 못 달리는 게 아쉬울 뿐이다.
바닥에 불가사리가 몇 마리 있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가까이 가져갔다. 구도를 잡고 있는데 뷰 파인더 안으로 거친 손 하나가 들어온다. 방금 전까지 뒤에서 낚시를 하던 할아버지. 내가 불가사리에 관심을 갖는 게 신기했나 보다. 손에 불가사리를 올려놓고 하나씩 가리키며 설명을 해준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 발짓을 다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니 할아버지는 기꺼이 자세를 취해주셨다. 친절한 할아버지. 추억이 하나 늘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근사한 햇볕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준비물은 바람막이, 파라솔, 타월, 간식, 그리고 때때로 수영복. 이 날씨가 일상이라면 기분이 어떨까. 세상 급한 거 뭐 있을까. 앞뒤로 몰아치는 파도, 떠가는 구름 한 점 앞에 두고 타월에 눕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그저 관망할 뿐이다.
저 멀리 해수욕장이 보인다. 1시간을 걸어 마토지뉴스 해변에 드디어 도착한 모양이다. 꽤나 높은 파도를 보니 석영, 세명, 강현과 강릉으로 서핑하러 갔던 기억이 난다. 파도가 없어서 셋은 하루 종일 서핑 보드 위에 둥둥 떠 있고 나는 강릉 시내를 돌아다녔다. 파도가 이거 반 정도만 되었어도 꽤나 재밌었을 텐데. 서핑은 좀 그렇고 수영이나 해볼까 싶어서 수영복은 챙겨 왔는데, 용기가 퍽 안 난다. 해변 쪽으로 가서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사 먹을까.
5분을 더 걸어 도착한 마토지뉴스 해변. 이제야 사람이 좀 많다. 카페도 몇 개 보이고, 저 멀리로 서핑 샵도 보인다. 바닷바람이 시원한 게 아이스크림 먹을 기분이 영 아니다. 일단 어디 좀 앉자. 그리고 에스프레소 하나 모셔놓고 멍 좀 때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