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플렉스.
1. 책상을 바꿨다. 자취 시작하면서부터 바꾸고 싶었던 녀석인데 이제야 시간이 났다. 시간보다도 마음의 여유가 생긴 덕이겠지만, 반타원형이라서 작디작은 내 방에도 숨 돌릴 틈이 생겼다.
2. 월요일에 퇴사를 통보하고, 수요일에 마지막 출근을 했다. 급하게 커피챗을 하며 인사를 나누고, 서로 번호를 저장하고, 롤링페이퍼도 받고, 꽃도 받고, 작은 송별회도 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고, 재밌었고, 또 고생했다고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지금 내 상태를 공감해주고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 더 같이 일할 수 없어서 아쉽다고 말해준 사람도 있었으며, 순수하게 퇴사 사유를 묻는 사람도 있었다. 왜 미리 이야기해주지 않았냐며 서운해하는 사람도,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실망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1.0에서 2.0으로, 시리즈 A에서 B로, 강남에서 서현으로, 40여 명에서 140여 명으로 성장하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정말 뛰어난 동료들과 치열하게 보냈고, 그 덕에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내적으로, 또 외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모두 감사했습니다. 또 봐요.
3. 문제는 언제나 있고, 또 어디에나 있다. 어떻게든 해보려는 마음만 있다면 어떻게든 된다. 그러나 그 마음이 무너진다면 답이 없다. 퇴사를 후회하지 않겠냐는 말에, 후회하지 않게 만들어야죠-라고 답했다. 언젠가 함께했던 동료들을 다시 만나는 그날 부끄럽지 않도록 어디에 가더라도 최선을 다하자.
4. 지금까지는 적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많은 의견을 내기보다 맡은 일을 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음 조직에서는 일하는 문화, 제품 철학, 그리고 조직의 미래에 전반적으로 기여하고 싶다. 어떻게 해야 지속 가능한 팀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을까? 어떻게 팀으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팀으로서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기술적으로, 뛰어난 퀄리티의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시장에 큰 임팩트를 줄 수 있을까?
5. Spotify의 첫 번째 디자이너 Rasmus Andersson는 그 이후 Facebook, Dropbox를 거쳐 Figma의 초기 디자이너로서 최근까지 활약했다. 엔지니어로서 Node.js에 기여하고, Graph QL, UILayer, Origami를 만들기도 했고, Figma의 기본 폰트 Inter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그의 인터뷰와 강의 영상을 통해 조금 더 살펴보니 그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이해한 상태에서 경계 없이 다양한 일을 해내며, 커리어를 시작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배울 것들을 찾아 매일매일 도전하고 있었다.
이제야 진짜 롤모델을 찾은 기분이다. 나는 하루하루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려고 있었을까? 잘한다고 믿고 교만함에 빠져 있지는 않았을까? 또 못하는 걸 여러 가지 핑계를 들면서 합리화하고 있지 않았을까? 스톡홀름의 어느 작고 추운 월세방에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며 어디서든 배워서 어떻게든 해내던 그때 그 마음과 실행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