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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Sep 01. 2017

하루의 시작과 끝은
체크인, 체크아웃으로

스웨덴 디자인 스쿨 하이퍼 아일랜드 유학 이야기 #2

하이퍼 아일랜드(이하 하이퍼)는 출석을 부르지 않는다. 출석은 철저히 개인 재량이다. 아프거나 일이 있으면 오지 않아도 된다. 종종 진도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긴 하지만 그에 따른 불이익은 철저히 자기 몫이다. 이런 하이퍼에서도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반드시 하는 일이 있다. 체크인과 체크아웃이다. 호텔도 아니고 무슨 소리냐고?


체크인 Check in


학교는 9시에 시작한다. 9시가 되면 모두 한 자리에 모인다. 60여 명의 학생들이 둥그렇게 마주 보고 선다.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까. 순서는 없다. 준비가 되면 하면 된다. 팝콘 스타일이라고 한다. 준비가 된 사람부터 "I'm Checking in with..."로 체크인을 시작한다. 질문은 그날 그날 다르다. 처음에는 프로그램 매니저가 질문을 정해준다. 학생들이 체크인에 익숙해졌다 싶으면 학생이 질문을 정하도록 넘겨준다. 생각나는 체크인 질문 몇 개를 가져와봤다. 


오늘은 뭐라고 체크인할까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까?

이번 주를 임하는 마음가짐은?

어떤 부정적인 생각을 학교 밖에 두고 올까?

지난주에 무엇을 배웠는지?


궁금하다, 설렌다, 즐겁다, 편안하다, 안심된다, 혼란스럽다, 좌절스럽다 등 학생들의 솔직한 답을 들을 수 있다. 체크인을 하고 나면 원 안으로 한 발짝 내딛는다. 모두가 한 발자국 들어와서 원이 조밀해지면 본격적인 하이퍼의 하루가 시작된다. 매번 같은 방식으로 체크인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서서 할 때도 있고 앉아서 할 때도 있다. 5명씩 그룹을 지어서 할 때도 있고, 다른 과정 학생들과 같이 모여서 하고 싶은 사람만 하는 날도 있다.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모두 같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하이퍼가 사용하는 간단하고 강력한 도구다. 


나는 초반에 하는 편이다. 순서 기다리기도 싫고, 내 것 생각하느라 다른 친구 체크인 놓치기도 싫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주로 긍정적인 이야기만 했다. 굳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서 무얼 하나 싶기도 하고. 지금은 그날 피곤하면 피곤 한대로, 혼란스러우면 혼란스러운 대로 솔직히 말한다. 그래야 프로그램 매니저는 물론 다른 학생도 내 상태를 알고 도와줄 테니까. 


프로그램 매니저도 같이 체크아웃 중 


체크아웃 Check out


끝나는 시간은 그날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다. 2시에 끝나는 날도, 6시에 끝나는 날도 있다. 교실을 정리한 후 체크인할 때처럼 다시 모여 서서 체크아웃을 한다. 방식은 체크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팝콘 스타일로 준비된 사람부터 "I'm Checking out with..."로 답을 시작하거나 "... Check out."으로 마무리한다. 체크아웃은 보통 그날 하루나 그 주에 느낀 점을 묻는다. 질문은 주로 아래 예시와 같다


오늘 무엇을 반성하는가?

거기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가?

이번 주는 어땠는가?

내일 나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재밌었다, 좌절스러웠다, 지친다, 피곤하다, 놀러 가고 싶다, 내일이 기대된다 등 체크인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답을 들을 수 있다. 서로가 느낀 바를 나누며 하나라도 더 배워가는 자리다. 체크인과 하나 다른 점은 원 안이 아니라 밖으로 한 발자국 물러난다는 것. 짧으면 15분 만에 끝날 때도 있지만, 그날 배운 게 많으면 1시간 정도로 길어지기도 한다. 60여 명 모두 원 밖으로 나가고 다 같이 박수 한 번 친다. 비로소 체크아웃이 끝난다. 하이퍼의 긴 하루도 끝이 난다. 


체크아웃 했으니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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