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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Nov 24. 2015

문제해결의 시작

기획 뉴비에게 바치는 글

이 글은 기획 뉴비에게 바치는 글이다. 사실 기획서를 처음 쓰던 2011년의 나에게 보내는 글이기도 하다. 그 후 3년 동안 약 65회의 광고/마케팅/기획 공모전들에서 5천만원 정도를 벌었고 때론 우쭐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 겨우 광고회사에 입사해서 깜빡이 넣는것도 헷갈리는 기획 초보운전이다.


따라서 기획서는 이렇게 쓰세요 따위의 이야기를 할 능력도, 생각도 없다. 다만, 맨손으로 마을 근처에서 몹을 때려잡는 것보다는 목검에 나무방패라도 들고 나가는게 조금은 더 오래 버티면서 빨리 렙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뉴비들 손에 당장 쓸 수 있고, 당장 고민해야하는 화두들을 던져볼 생각이다.


서론이 길었다.


광고회사에 다니기 시작한지도 어느새 11개월이 되었다. 그 동안의 글들에서 이런저런 말들을 해댔지만 무엇이 달라졌느냐 물어본다면 당당하게 조금 더 뻔뻔해지고, 무능해지고, 게을러졌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생각을 안하고 산 것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정말 곳곳에서 다양한 과제들이 주어졌는데, 그 동안 공모전과 학교 수업에서는 겪어보지 못했던 그런 차원의 것들이었다. 실험실에서 뛰쳐나온 생쥐마냥 온갖 곳을 두리번거렸지만, 덕분에 '광고=문제해결'이라는 명제를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먼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기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시작하기에 앞서  '뉴스룸 Newsroom'의 주인공 '윌 맥어보이 Will McAvoy'는 이렇게 말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First step in solving any problem is recognizing there is one.


처음 이 대사를 듣고 나서 무슨 생각이 드는가? 나는 반성부터 했다.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기획을 해보겠노라고 몇 년을 전전긍긍했던 내 자신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깨달았으니 망정이지 이런 무지한 상태로 몇 년을 더 보냈을 것을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기 시작한지도 어언 2년. 그런데 나는 그대로였다. 문제를 인식하기는 커녕 더 자주 갈팡질팡댔다. 예전에는 내 마음대로 문제를 정의했고 그 문제에 입각해서 문제풀이처럼 기획서를 써내려가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문제를 못 찾으면 시작도 못하고 포기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가상의 주제가 아닌 내 눈 앞의 현실의 문제들에 직면하기 시작했고, 너무도 답답한 채로 몇 달을 흘려보내다가 어느 순간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이야기 했겠지만, 분명 흘려 들었을 그런 이야기. 모두가 알고 있지만, 왠지 간과하고 있는 그런 것들.


문제해결은 공감에서 시작된다.
상대를 보는 것, 듣는 것, 그리고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


우리는 종종 우리 마음조차 모른다. 하물며 상대의 마음은 어떨까. 그리고 이런 정보의 불균형은 문제를 접근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든다 . '왓 위민 원트 What Women Want'의 '닉 마샬 Nick Marshall' 은 모든 여자들의 속 마음을 듣게되면서 정보불균형을 해결하고 그녀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그런 능력이 없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들은 끊임없이 상대방이 되어야 한다. 상대라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행동할까.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큼 어려운 과제이며, 정보불균형은 절대로 해결될 수 없기에 모든 것은 가정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고,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심리학의 중요한 조류인 행동주의는 인간의 의식이 아니라 외형적 행동을 탐구의 대상으로 본다. 우리는 상대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가 될 수 있는 수 많은 힌트들을 얻을 수 있다.


행동 뿐만이 아니다. 상대가 입은 옷, 보는 책, TV쇼, 자주가는 사이트, 주로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선호하는 브랜드, 스마트폰 이용시간, 등등 수 많은 데이터가 그 힌트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들을 통해 끊임없이 가정을 개선해 나간다면 사실과의 간극을 줄여나갈 수 있다.


문제해결의 시작은 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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