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재 Nov 04. 2018

중고거래 플랫폼,
Sellpy의 UX 개선하기 (상)

스웨덴 디자인 스쿨 하이퍼 아일랜드 유학 이야기 #13

중고거래 플랫폼 셀피


우리 팀은 스웨덴에서 중고거래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 셀피 Sellpy와 일하게 되었다. 다른 팀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클라이언트를 배정받았지만 그 만큼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셀피는 중고거래 대행 서비스로, 사용자가 판매 하고자 하는 물건을 셀피에 보내면 셀피는 그것을 판매한 후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을 판매자에게 돌려준다. 상품을 분류할 때 50크로나(약 6,500원) 미만으로 판정되는 물품은 자선 단체에 기부하며, 판매 상품 종류에 제한은 없지만 옷이 주를 이루고 있다. 판매는 자체 플랫폼보다는 중고 경매 사이트에서 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셀피는 여기저기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최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클라이언트는 우리에게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온라인상에서 사용자 기대를 관리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걱정스러운 시작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무턱대고 리서치를 시작하기에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문제들이 발목을 잡는다. 어설픈 브랜딩부터 복잡한 웹사이트 구조, 이해할 수 없는 수익 배분율, 심각한 상태의 제품 사진까지. 우리는 일단 과제와 상관없이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점을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였다.


문제점들은 크게 비즈니스 모델, 운영 프로세스, 정보 구조와 커뮤니케이션, 브랜딩, 디자인으로 나눌 수 있었다. 6주 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시 살펴보았다. 클라이언트는 우리에게 소비자 인사이트와 웹사이트 사용자 경험 개선을 요청했다. 과제는 결국 사용자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만족할 만한 경험을 만드는 일인 것이었다. 우리는 정보 구조와 커뮤니케이션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다른 문제는 시간이 남으면 그때 다루기로 했다.



UX 리서치


우리는 팀을 세 개로 나누어 셀피가 있는 중고거래 시장과 경쟁 서비스 조사, 사용자 생각을 알아보기 위한 사용자 조사, 서비스 사용성을 파악하기 위한 사용성 조사를 진행했다. 사용자는 클라이언트가 제공한 사용자 목록에서 무작위로 선정하거나 페이스북 중고 거래 그룹에서 찾았다. 사용성 조사는 셀피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으로 나누고, 서비스가 현재는 스웨덴어로만 제공되고 있으므로 스웨덴어가 가능한 사람과 불가능한 사람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웹 사이트에 누가 얼마나 들어오는지, 무엇을 보는지, 어떤 기능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어디에 얼마나 머무는지 알아보기 위해 구글 애널리틱스 데이터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사용자가 되어 서비스를 체험해보기도 했다.


먼저 시장 조사. 스웨덴은 한국보다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어 있는 나라다. 거래는 주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뤄지고, 품목은 생활용품부터 전자제품, 자동차, 집까지 다양하다. 셀피가 스웨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중고거래 대행 스타트업이다 보니 카피캣도 꽤 있다. 대부분 셀피보다 규모가 작고, 취급 품목이 한정적인 데다가 사용하기도 불편해서 서비스 측면에서 셀피와 비교하는건 의미가 없었지만, 사용성 측면에서는 제공하는 서비스가 적다 보니 셀피보다 단순하고 명쾌했다.



그 다음은 사용자 리서치. 우리의 조사 결과, 셀피 서비스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용자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셀피 서비스 소개와 과정 설명은 세세하다 못해 복잡해서 읽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사용자는 서비스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물품을 담아 보낼 가방부터 주문한다. 한참을 기다려 인내심이 다해갈 때쯤 사용자는 판매가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되고,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판매 금액에 실망과 분노한다. 어떻게 해야 사용자가 서비스 이용 전에 판매 과정을 이해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사용성 리서치를 진행했다. 정보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웹사이트부터 살펴보았다. 일단 판매와 구매 페이지가 섞여 있어서 셀피가 물건을 파는 곳인지 사는 곳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서비스를 소개하는 페이지는 섹션만 9개에 링크 순서도 뒤엉켜있어서 원하는 정보를 찾으려면 미로 속에서 숨바꼭질해야만 했다. 구글 애널리틱스 데이터도 살펴보았으나 기본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위한 세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재방문율이 극도로 낮고 판매 페이지보다 구매 페이지 방문자가 2배 정도 많다는 점 외에는 건질만한 내용이 없었다. 우리는 이 분석에 기반을 두어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했고, 스크롤이 너무 길다, 신뢰가 안 간다, 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것 같다 등 다양한 부정적인 의견을 받을 수 있었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사용자 인사이트 


우리는 리서치 결과에서 사용자 인사이트를 도출했다. 그러나 리서치 결과와 인사이트를 구분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우리는 고심 끝에 하파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파엘은 리서치 결과에서 비슷한 내용끼리 먼저 묶고, 그 위에 제목을 붙이는 방식으로 정리하면 빠르게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우리는 조언에 따라 리서치 결과를 세 꼭지로 묶었다.


상품 판매 가격에 대한 올바른 기대를 형성해야 한다.

필요한 정보를 체계적이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상품이 기부되는 경험을 긍정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셀피의 CEO 마이클과의 미팅은 아침 일찍 스카이프로 진행되었다. 우리는 리서치 진행 방식과 과정, 그리고 여기에서 찾은 사용자 인사이트를 차례대로 설명했다. 마이클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그는 좋은 인사이트를 찾아줘서 고맙다는 말과 여기에서 어떤 해결책이 나올지 기대된다는 말을 덧붙이며 미팅을 마무리했다.


디자인 매거진 CA에 실린 하이퍼 아일랜드의 기록 3부 UX 모듈 기사 일부입니다. 

전문은 CA 2018년 3-4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톡홀름 신학대학교를 리브랜딩하다 (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