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율과 공포의 협주, 스릴러 영화의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힘은 무엇인가?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영화에서 스릴러는 대세 장르가 된 것 같습니다. 살인, 강간, 강도 등 각종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미디어를 통해 공권력의 무능을 개탄하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사적 복수를 자행하는 영화(아저씨, 악마를 보았다, 돈 크라이 마미, 이웃사람, 공정사회)들이 늘어나는 것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번장에서는 스릴러 영화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로서 스릴러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장치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스릴러 영화를 이끄는 모티브 장치(범죄, 관음증, 맥거핀)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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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Crime)
범죄 혹은 살인 사건은 스릴러를 이끌어가는 절대적인 힘입니다. 어떤 살인사건을 영화의 소재로 삶았는가에 따라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볼지 말지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 되지요. 보통 스릴러의 범죄는 과장된 사회규범과 엄격한 법 집행 또는 너무 완벽한 현실을 건설하기 위한 과인된 노력의 부작용으로 그려집니다. 즉 고도로 발전되는 사회의 변화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던 한 개인이 범죄자가 되어 사회를 위협한다는 것이지요. 범죄의 근원이 기대 역할의 수행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 있기에, 그로 인한 위험은 극도로 불합리하며 부조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스릴러 장르는 사회 현실을 영화 속 가해자를 통해 들어냅니다. 또한 범죄 영화는 우리를 긴장시키고 공분을 사게 만들며 또 전율케 합니다. 아마도 그 긴장이 주는 짜릿함이야말로 평생 범죄적 상황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우리가 범죄 영화들을 찾는 이유일 것입니다.
관음증(Voyeurism)
관음증은 성적 도착증 중 하나로, 사람의 특정 신체 부위나 성적인 행동을 훔쳐보거나 촬영을 하여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것을 지칭합니다.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가 한 개인의 삶을 몰래 들여다보는 역할을 하므로 불이 꺼진 깜깜한 영화관은 공공연한 관음증의 즐기는 장소라는 것이지요. 달리 말해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가지고 있는 관음증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스릴러 영화에서는 이러한 관음증적인 요소를 잘 이용을 합니다.
수잔 헤이워드의 [영화 사전]이라는 책에서 "스릴러가 관객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분위기를 낳기 위해 플롯을 정교하게 활용하는데, 이때 우리의 유아적이며 대부분 억압되어 있는 환상들을 활용한다고 말한다. 이 억압된 환상들은 관음증 적이고 성적인 특성을 적절하게 활용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심리 스릴러는 사도마조히즘, 광기, 관음증에 그 구성의 바탕을 둔다고 한다. 대부분의 희생자는 여성이다. 영화는 희생당하는 여성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관음증을 작동시킨다. 그런데 스릴러 영화의 관음증은 영화 속에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관객을 관음 하는 자의 자리로 데려다 놓는다. 관객은 카메라를 따라 관음 하는 자(감독의 자리)의 위치에 서기도 하고, 때로는 관음 당하는 자(희생자인 극 중 인물)의 위치에 서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관객은 스릴러 관람을 통해 사디스트적인 연기를 경험하게 되고 원시적이며 유아적인 욕망을 재경 험함으로써 쾌락을 얻는다."
우리는 앞에서 이야기를 했듯이 스릴러 영화의 주인공의 감정을 영화를 통해 동일시하게 됩니다.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에 따라서 주인공(추격자)의 위치가 되어 보기도 하고 혹은 가해자(범죄자)의 시선으로 희생자의 비밀스러운 행동을 몰래 지켜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관음증)을 통해 쾌락을 얻는 장르라는 생각을 하시면 됩니다.
맥거핀 (MacGuffin)
맥거핀은 영화의 초반에 중요한 단서인 것처럼 등장했다가 중간에 의미 없이 사라져 버리는 사물이나 인물을 말하는데, 서스펜스를 증대시키기 위한 일종의 속임수 장치입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스릴러 영화 <사이코>에서 자넷 리가 연기한 마리온 크레인이 공금을 횡령하여 도피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화를 처음 보기 시작한 관객은 저 돈의 행방이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한다. 그런데 마리온이 살해당하는 중반부를 거쳐, 영화의 결말에 이르면 아무도 돈의 행방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이때 마리온이 횡령한 돈이 맥거핀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와 트뤼포가 인터뷰한 <히치콕과의 대화>에서 와의 대담에서 이 말에 얽힌 이야기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 바 있다.
두 사람이 스코틀랜드행 열차를 타고 가다가 한 사람이 선반 위에서 어떤 물건을 발견한다.
A: 선반 위의 저것이 무엇입니까?
B: 저것은 맥거핀입니다.
A: 맥거핀이요? 무엇에 쓰는 물건입니까?
B: 스코틀랜드 고지대에 사는 사자를 잡기 위한 도구입니다.
A: 스코틀랜드 고지대에는 사자가 없는데요?
B: 아, 그러면 맥거핀은 아무것도 아니군요.
히치콕 감독은 영화 속에서 미끼를 던져 놓고 관객의 관심을 유도한 후,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사건을 뒤집어 버린다. 몰임과 이완 그리고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맥거핀 장치는 현재 스릴러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장르 영화는 현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반영합니다. 특히 스릴러 영화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2010년대 납치, 유괴, 강간, 살인 등을 다룬 영화 역시 강력범죄를 선정적인 시각으로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습니다. 클릭수와 시청률에 목매는 선정적인 언론의 맨얼굴은 <내가 살인범이다>(2012), <더 테러 라이브>(2013), <특종: 량첸살인기>(2015), 인터넷, 스마트폰, SNS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 <내부자들> 비밀 동영상이랄지, <찌라시: 위험한 소문>(2013)처럼 증권가 ‘찌라시'를 둘러싼 추격과 싸움을 다루는 이야기 등 스릴러 영화는 공포에 대해 심리적 매혹을 느끼며 두려움을 즐기는 관객들을 겨냥합니다.
관객들은 대개 추격하는 자에 이입하여, 희생자의 고통을 관음 하는 자의 위치에서 영화를 관람하며 서스펜스에서 오는 쾌감과 때로는 관객은 희생자에 이입함으로써 발생하는 긴장감과 피학적 고통의 쾌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스릴러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범죄에서 느끼는 전율과 공포를 통해 형성되는 장르적 쾌감의 향유자들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장르영화> 배상준, <영화장르의 이해> 정영권 지음, <영화의 장르 장르의 영화> 르몽드 시네마 스쿨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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