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호주 사람들은 맨발로 돌아다닌다는 말에 그게 무슨 소리냐며, 내가 호주 다녀와봐서 아는데 그런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우긴 적이 있다. 또 비슷한 예로, 어떤 사람이 호주는 길에 캥거루가 다닌다던데 사실이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때 나 역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동물원이나 가야 보는 게 캥거루, 코알라라고 했었다. 그때 난 시드니와 멜버른에 살았던 때였다.
지금 나는 호주 시골에서 살고 있다. 더군다나 여름이 긴 퀸즐랜드에서 말이다. 이곳은 일 년 중 10개월은 한여름처럼 바다에 나가 수영을 하는 그런 곳이다. 맨발로 걸어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슈퍼마켓에 갈 때도 맨발로 가는 사람을 보는 일은 너무 흔한 일이다. 외국 사람들은 집에서 신발을 신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이곳 퀸즐랜드 사람들은 집에서도 맨발이다. 아이들도 학교에 갈 때 빼고는 맨발로 다니는 경우가 허다하고, 신발을 신고 나갔다가도 놀이터에 다다르면 신발을 벗고 놀기 시작한다. 처음엔 느낌이 안 좋을 것 같은데 다시 생각해 보니 신발을 신고 있으면 더 불편할 것 같기도 했다.
딸아이는 놀이터에 가면 늘 신발부터 벗어던진다. 그러고는 모래에 발을 트위스트 해가며 놀이터를 헤집고 다닌다. 그래서 집에 올 때는 발바닥이 새까맣게 변해서 돌아온다. 이 정도는 놀아야 이제는 논 것 같다. 샤워를 하려고 욕실에 들여보내니 욕실 바닥에 때구정물이 뚝뚝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오늘 하루 행복하게 보냈다니 나도 참 좋다. 자연 속에서 자라는 너의 하루하루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