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골이라면 가능할 듯하다.
오늘은 아이의 유치원 친구 생일파티에 다녀왔다. 유치원을 시작하면서 몇 번을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받아서 다녀왔었는데 갈 때마다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이러다 왜인지 평생 친구들 모임이 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그렇고 부모들 마저도 이렇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딸아이는 유치원을 한 번 옮겼었는데, 제일 처음에 다녔던 유치원 친구들과 생일 파티뿐만 아니라 가끔 밖에서도 만나는 그런 사이로 지내고 있다. 첫 정이라는 게 참 묘하다. 몇 번의 외부 모임 덕분에 부모님과 심지어 형제자매들까지 다 아는 사이로 지내고 있다. 작은 시골 동네에 살다 보니 마트를 가거나 차에 기름을 넣으러 갔다가도 만나고, 때로는 발레나 수영 레슨에서도 만나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만나면 늘 반갑고 아이들이 모두 또래라서 서로 공유할 정보도 많이 있다.
오늘 생일 파티에서는 특히 아이들의 초등학교 입학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대부분 같은 학교로 진학하였지만 다른 학교로 간 아이도 우리 아이를 포함해서 몇 명이 있었고, 또 한 학교에 진학한 경우라도 반이 달라진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이야깃거리가 넘쳤다. 어떤 아이는 첫날부터 신나게 적응을 하였다고 하고, 또 다른 아이는 첫날은 힘들었지만 금요일엔 확연히 달라졌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결국 첫 주만에 모두 무사히 새로운 환경으로 안착했다는 사실이 부모들을 안심시키고 공감시켰다. 이야기가 즐거웠다.
언젠가 딸아이 친구 엄마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호주는 보통 유치원 때 친구가 제법 평생 친구로 남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유치원을 좋은 곳으로 보내보겠노라 찾아다니던 때가 생각이 났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학교에 들어가서도 다시 만나 즐겁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정말이지 이 모임이 평생 갈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호주 일상에서 뭔가 안착된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감정이 스쳤다. 어떤 사람들은 안정감이나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이민과 동시에 종교 생활도 같이 시작하는 경우도 꽤 많은 것으로 안다. 나 또한 그래 볼까 생각했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호주 사회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아이 덕분이었다.
부디 이 관계가 지지고 볶으면서도 아름답게 성장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