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천성이라 생각했던 일이 처음으로 생겼었다
그 일이라면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순간도 있었지만
별안간 또다시 지겹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진득하지 못한 면이 이젠 좀 잦아들었다고 생각했음에도
기어코 그 바람이 또 불고 만 것이다
나는 결국 그 일을 그만두었다
새로운 일에 정진한 지 고작 두어 달이 지났다
이것저것 배우며 새로이 시작하겠다고 벌려놓은 일들이
모두 희미하게 멀어지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과 돈과 에너지마저 버린 것 같다는
자책감에 빠져들고 있었다
동네 작은 테이크아웃 커피집에서 커피 하나를 시켜놓곤
지나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게 문제였던 것 같다
하지만 처음 마음먹은 그 포부를
다시 한번 끌고 나가보고 싶었다
다시 한 발 더 나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직 더 내려갈 바닥이 있다 해도
끝까지 한 번 더 가보겠노라 다짐해보았다
도전을 내려놓기엔
너무 많은 것을 이미 잃었기 때문에
아니지
잃어버린 것들은 실패가 아닌
경험이라고 결론짓고 싶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