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만 빌릴 수 있어요?”
회사에 커피 자판기가 있던 때의 일이다. 사내 메신저를 통해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분명 자리에 있는 게 여기서도 보이는데, 한참 동안 대답이 없다. ‘입력 중’이라는 신호가 떴다가 사라지고, 또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메신저가 깜빡인다.
“적금을 다 들어놔서 여윳돈이 없어요. ㅠㅠ 죄송해요…”
‘어?! 농담하는 건가?’ 평소에 농담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데 어쩐 일인가 싶었지만, 일단 농담에 응답해야 했기에 ‘ㅎㅎ’을 연이어 누르고 엔터를 치려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벌떡 일어나 동료 자리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동료는 꽤 진지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오해가 생겼구나, 직감했다.
“100원만 빌려 달라고 보낸 건데, 잘 못 보신 거 맞죠? 헤헤.”
동료는 그제야 민망한 듯 얼굴을 붉혔고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메신저의 짧은 문장 속에서 ‘100원만’이 ‘100만 원’으로 바뀌어 읽힌 것이다. 잠깐이었지만 얼마나 곤란했을까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100원만 vs 100만 원. 과연 착시를 일으킬 만하다.
늘 필요한 내용 한두 개를 빼놓고 메일을 보내는 사람이 있었다. 비즈니스 메일은 추가 질문이 생기지 않도록 필요한 정보를 다 담았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보내야 하는데, 그 사람이 보낸 메일을 읽은 후에는 번번이 재요청해야 했다. 그날도 그랬다. 다시 보내달라는 추가 요청을 했다. “이미 메일로 드렸는데요?’”, “다시 한번 확인해 주세요. 없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메일을 스캔하는데 아뿔싸, 그 내용이 본문 사이에서 반짝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경험이 적용된 탑다운 인지 처리다. 어찌나 민망하던지.
사람의 뇌는 텍스트를 읽을 때 ‘가능성이 높은 형태’를 가져와 해석하는 인지적 자동화 과정이 일어난다고 한다. 텍스트는 말보다 쉽게 오해를 만든다. 더 꼼꼼히, 더 성실하게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관계가 꼬일 수 있으니, 오해도 속단도 조심 또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