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내면아이
약점 하나 없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크든 작든 마음속 어딘가에 감추고 싶은 부분을 품고 살아간다. 겉으로는 침착하고 흔들림 없어 보이는 사람도 속으로는 상처받을까 봐, 오해받을까 봐, 실망시킬까 봐, 버림받을까 봐 두려운, 정서적 취약함을 안고 산다. 관계 속에서 기대하고 실망하면서 또다시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생긴 결핍과 상처, 불안은 가장 연약한 상태로 우리 안에 자리한다.
우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면의 약점을 감춘다. 말과 행동을 조심스럽게 고르고 표면을 단단히 한다. 때로는 내면에 폭풍이 일어도 괜찮은 척 더 여유로운 모습을 내보이고, 때로는 내면의 작은 떨림에도 약한 모습을 들킬까 봐 겁이나 불쑥 화를 내기도 한다. 그렇게 자신 안의 두려움을 꼭 끌어안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가장 약한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가면이 벗겨진 타인의 그늘진 내면은 어떤 감정을 조용히 일으킨다. 그것은 위계적 동정심이 아니라, 이면의 그림자 속에서 홀로 외로웠을 어린아이를 안아주고 싶은 연민에 가까운 감정이다.
그 연민은 상대를 향한 듯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향해 있기도 하다. 타인의 취약함 속에서 또 다른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우리는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타인의 내면 아이를 안아주는 일은 어쩌면 자기 자신을 안아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단단한 표면이 깨지고 두려움이 빛으로 드러나는 순간, 그때부터 관계는 다시 시작된다. 서로를 이겨야 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인간은 서로의 약점을 통해 가까워진다.
모두가 가면을 쓰고 그럴듯한 겉모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삶은 참 외롭고 고단하다. 약점을 들키지 않으려고 누구에게도 곁을 내주지 않고 산다는 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자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더 고립시키는 일이기도 하니까.
우리는 빈틈없이 포장한 자신의 모습에 안도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언젠가 그 가면을 벗고 약점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