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품고 달리는 버스

by 진초록


달리는 버스 안. 승객들의 웅성거림이 번졌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렇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오늘이 첫날이라… 허허 이거 참”


좌회전을 해야 하는 사거리에서 직진을 한 것이다. 운전사가 백미러를 통해 뒤를 흘깃 보더니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에 입꼬리가 쓱 올라갔다. 귀여운 궤도 이탈. 다행히 다른 승객들도 운전사의 작은 실수를 따뜻하게 받아주었다. 여기저기서 미소의 잔물결이 넘실거렸다. 버스는 곧 유턴해 정해진 노선으로 돌아왔고, 그 짧은 해프닝은 하루종일 나의 마음을 뭉근히 데워주었다. 날씨가 쾌청한 어느 겨울날의 일이었다.


버스는 정해진 노선을 따라 달린다. 웬만해서는 엉뚱한 방향으로 들어서지 않는다. 사람의 인생도 버스처럼 저마다 정해 놓은 노선을 따라 달린다. 일과와 책임, 기대와 계획 속에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쓴다. 버스는 가야 할 길이 아닌 쪽으로 방향을 틀어도 계속 달릴 수 있다. 기차나 전차는 선로를 이탈하면 더 이상 달릴 수가 없다. 큰 사고가 난다.


문득 우리는 너무 기차처럼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도로 위를 달리면서도 마치 철로 위를 달리는 듯, 선로를 벗어나면 큰일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물론 길이 정해져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어떤 길로 가는 게 좋을지 고민해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은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우리도 가끔은 그 겨울날의 버스처럼 스스로 정해둔 노선을 벗어나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지쳐서 멈추는 것보다 멋지지 않은가! 황홀한 풍경을 만나는 행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시들었던 웃음꽃이 피어날 수도 있다. 길을 잘못 들어도 괜찮다. 되돌아오면 된다. 너무 멀리 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하하


오늘도 버스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자유를 가슴에 품은 채, 스스로 노선을 지키며 달린다.


작가의 이전글풍선을 터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