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적 허무주의자로 살아가기
한 번뿐인 인생을 살고 있으니, 최대한 당신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을 하세요. 여러분이 스스로 의미를 정하세요.
If this is our one shot in life, there is no reason not to have fun and live as happy as possible. Do the things that make you feel good. You get to decided whatever this means for you.
즐겨듣는 유투브 ‘Kurzgesagt’ 에 나오는 내용이다. 허무주의에 사로잡혔을 때 한번씩 꺼내보면 좋을 영상이다.
나는 이걸 인생 권태기라고 부른다. 인생에서 그 어떤 것도 의미있게 느껴지지 않는 허무감과 우울감이 몰아닥칠 때. 목적의식이 없을 때 찾아오는 감정이기도 하다. 회사를 다니다가 문득 내가 일을 하는 이유, 내가 돈을 모으는 이유, 내가 살아가야할 이유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더 이상 인생에 그 어떤 즐거운 일도, 새로운 일도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게 정말 무서웠다. 더군다나 세상에 넘쳐나는 콘텐츠들 속에서 나라는 사람의 색깔은 한없이 희미해져, 그저 흔하디 흔한 사람이 되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어느 하나 특별할 것 없는 사람.
요즘들어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는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 조금 덜 외로워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끔 탈출구 없는 고민들에 압도될 때가 많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인생이 이게 다인가’ 라는 생각에 괴로워지기도 한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명확해진 나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정답이라는 게 있는 줄 알았는데, 다들 각자의 길로 가고 있는 걸 뒤늦게 발견한 것 같아 막막하고 허무해진 기분.
그럴 때 꺼내들면 좋은 개념이 바로 ‘낙관적 허무주의’이다. 우리의 인생은 유한하고, 우리가 한 모든 실수와 수치스러운 경험들은 결국 다 잊혀지고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 거대한 우주 속에서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티끌같은 비중만을 차지하고 있는 존재이자, 결국에는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라는 것.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하는 경험과 느끼는 감정들만은 진짜고, 그렇기 때문에 살아있는 시간을 최대한 즐겁고, 재밌게, 행복하게 보내자는 개념이다.
회사에서 어떤 상황에서든 너털웃음을 지어보이는 부장님이 한 분 계셨다. 스트레스 받을 것이 분명한 직급에 있으시기도 했고, 근무시간도 꽤나 살인적인 환경 속에서 “어떻게 저렇게 항상 즐거워보이시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하는 기회를 틈타 여쭤봤다.
”부장님은 어떻게 항상 그렇게 기분이 좋아보이세요?“
부장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사람이든 일이든, 웃음으로 대하면 거대해 보이는 일도 별 거 아닌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제가 스트레스 받는 걸 집으로 가져가서 와이프에게 그대로 풀고 그랬는데, 그러니까 가족도 불행해지고 저도 불행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부터 태도를 고치기로 마음먹었죠."
좋은 감정이 들기도 전에 좋은 감정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실제로 목격하니, 나도 그런 태도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게 진짜 되는구나…’. 인생의 모든 것은 상당부분 태도가 좌우하는데, 그 태도를 발랄하고 긍정적으로 가져갈 것이냐, 세상 모든 고민은 다 짊어진 것처럼 무겁고 암울하게 가져갈 것이냐에 따라 매일의 기분과 일상이 달라진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고, 인생이 무슨 소용인가 싶을 때는 내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생각해보자. 내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가족, 친구, 사랑, 배움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돈과 경제적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착각을 하고 살아왔다. 그렇게 돈을 벌고 모으는 데에 혈안이 되어 경주마처럼 달려오던 시간 속에서, 나의 취향과 인간관계는 점차 회색빛깔이 되어가고 있었다.
취향을 발견하고 가꾸는 데에는 필연적으로 돈과 시간이 투입되는데, 아무래도 돈을 너무 아낀 것 같다. 나에 대한 투자를 투자로 보지 않고 소비로 보았던 탓이다. 배우고 싶은게 있어도 강연료가 너무 비싸다, 나중에 돈 더 모으고 배우면 된다, 하면서 자꾸만 뒤로 미뤘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부모님에게 전화가 와도 "나 지금 회사야, 바빠. 나중에 얘기해."하고 끊었던 수많은 기억들. "이번에 친척들 모이는데 올 수 있니?"라는 질문에도 "아니, 나 바빠, 요즘 진짜 힘들어."라며 모든 가족 행사를 등지려고 한 모습에서 나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이게 아닌데.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코어 메모리들처럼, 내 인생을 구성하는 가족, 친구, 취미, 환경과 같은 것들은 나라는 사람을 깊이 지지하는 축들이다. 그건 10대 때 짠! 하고 완성되는게 아니라, 살면서 축이 사라지기도 하고, 강화되기도 하고, 새로운 축이 생기기도 하면서 평생을 거쳐 수정된다. 어떤 축으로 인생을 채워나갈 것인지는 우리 선택이다. 정신건강을 가꾸는 것, 새로운 운동을 배우는 것, 나를 먹이는 맛있는 밥 한끼를 정성스럽게 차릴 수 있는 요리 실력, 재미있는 도전, 반려동물, 인생의 여정 속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 가족, 가치를 느끼는 직업, 공동체나 인류 사회를 위한 봉사, 순도 100% 즐거움을 주는 행위 등. 어느 한 곳에라도 크게 치우치면 인생이 매우 위태로워진다. 내가 인생 권태기 한복판에 있을 때, 나는 나를 떠받치는 축이 겨우 한 두개 뿐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캐럴 드웩의 <마인드셋>이라는 책을 참 감명깊게 읽었는데, 인생을 완성형으로 보지 않고 계속해서 수정하고 나아지는 과정으로 보는 ‘성장 마인드셋’을 갖추자는 것이 책의 골자였다. 인생의 축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축은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는 걸 항상 기억하자. ’지금쯤이면 완성형이 될 줄 알았던’ 나 자신에게 실망하지 말고, ‘세상에 배울게 얼마나 많은데!’하는 경이로움과 호기심으로 세상을 살아가자. 단, 억지로 하지 말고 즐겁게 하자.
하고 싶다고 내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느낀 일이 아니라면, 나는 그 누구를 위해서라도 절대 하지 않겠다. 내 존재의 세포 한 가닥 한 가닥이 모두 소리 높여 “예스!”를 외치지 않는 한 나는 어떤 모임에도 가지 않고, 전화도 걸지 않고, 편지를 쓰거나 후원을 하거나 그 어떤 행위도 하지 않겠다. 나는 오로지 진실한 의도에 의해서만 행동하겠다. -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오프라 윈프리
인생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꽤 오랜 시간동안 평가를 받으며 살아왔던 우리들에게 새로운 걸 다시 배운다는 생각은 덜컥 겁부터 나기도 한다. 천천히 차근차근 배워서 나아지는 것보다, 초조한 마음에 '단기속성 과정'을 찾고, 인증서나 증명서 같은 것을 찾고, 불안해하고, 뒤쳐지지는 않을지 걱정한다. 하지만 괜찮다. 인생을 지탱해줄 즐거운 거 딱 하나만 찾아보자. 난 우쿨렐레를 구매했다. 일단 배워보기로 했다. 어떤 게 나를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주는지에 대한 답은 나만이 알고 있다. 그러니까, 다양한 것을 맛보며 꾸준히 나침반을 재점검하고 이 길이 ‘내게‘ 맞는 길인지 확인하며 그렇게 한 걸음씩 발을 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