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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니 '나이 들어 못해'를 깨부수고 싶다

존재의 불꽃같은 증명을 위하여

by 잼벅

"이 나이에 그걸 배우라고? 못해. 머리도 돌아가지 않고. 이제 얼마나 산다고."


이 말에는 적어도 두 가지 거짓말이 들어있다. 첫째는 안하는 거지 못하는 게 아니다. 두뇌는 나이에 상관없이 가소성을 유지하므로 본인 하기에 달렸다. 그래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게 아니라 본인이 돌리지 얂는 거다.(그렇다고 진짜 돌리면 곤란하다 ㅎ)


둘째는 '얼마나 산다고'이다. 평균수명이 그렇고 그 평균수명이 계속 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뻔한 거짓말처럼 얼마 못산다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방어막이며 핑계에 가깝다. 불치병으로 죽음을 목전에 둔 이들에게 이말을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늙었다고 죽고 싶지 않으니 나를 늙은이 취급 말고 예전같이 잘 좀 대해주라'라고 하는 말이다. 대다수의 사람은 하루라도 더 살기를 원한다. 오죽하면 개똥으로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할까.(근데 하필이면 왜 개똥이야? 길 바닥에 개똥 굴러다니는 거 안보고 싶다 ㅎ)


나이를 앞세우는 일은 비겁하다. 뻑하면 민증 까자느니 머리에 피도 안마른 놈!이라니 소리치지만 그래봤자 본인이 늙었음을 인정하는 꼴밖에 아니다. 서양인처럼 존댓말을 붙이지 않거나 나이 든사람에게 주머니에 손 넣고 말하는 것은 우리 문화나 정서에 맞지 않는다해도 성인이 되었으면 기본적으로 평등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사실 어른들이 나이값을 제대로 하면 젊은이들도 전철에서 자리를 양보할지도 모른다.(지금은 어른이 어른 같지 않다교 보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다.ㅠ) 그러나 노인들이 단순이 나이만 많다고해서 대접해달라면 앞으로도 자리를 양보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부모세대나 연배가 지긋하신 분들로부터 '이 나이에 뭘 배워?'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 나이대에는 다 그런 거 아니냐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말은 거짓인데다 핑계 같은 것이어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아니 박살을 내면 좋겠다.(뭐 그리 늙은 티 내는 거 좋다고 말이야 쩝쩝)


내일 죽어도 오늘 배우겠다! 저지르겠다! 사고치겠다! 시작하겠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나 허망한 인생인데 그냥 고개 숙이고 사는 건 억울하다. 끝까지 고개 빳빳이 들고 덤비고 살아야 그나마 견딜 수 있지 않을까. 평생 받는 중력보다 더무거운 삶의 중압감 앞에서 그냥 쪼그라들기 보다는 근자감이라도 붙들고 덤벼봄이 멋지지 않을까.


뭐 대단한 삶이 있다고? 그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제 발로 호랑이굴에 걸어들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끝을 맞더라도 시작인 것처럼 살 때 그는 영원히 청년이지 않을까.(생각할수록 정말 숫자만도 못한 게 나이다 ㅎ)


살면서 그런 순간이 있다. 수구리지 않고 덤비야하는 순간! 그것이야말로 존재의 불꽃같은 증명!(써놓고나니 제법 멋지다 ㅎ)아닐까.


나 자신에게 묻는다.


"너도 네가 말한 대로 살 거지?"


내 대답은 "고오오오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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