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불야불 = 야구 × 나불나불거리다
받아들이다.
우리는 안다. 이거 참 쉽지 않다는 거.
정수빈은 몸 안쪽 아래로 뚝 떨어지는 변화구에 몸을 움찔한다. 하마터면 속을 뻔한다.(속으로 '이 투수의 포크볼이 갈수록 예리해지네'라며 놀라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그런데 좀 불안하다. 아니나 다를까. 주심이 "뚜라~~이ㅋ"를 외친다. 정수빈은 주심은 보지 않은 채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러나 그게 끝이다. 더 이상 심판의 볼 판정에 대해 뭐라 하지 않는다. 다시 오른발로 리듬을 타면서 배트를 누이듯 잡고 투수를 째려보는 루틴으로 돌아간다. 멋지다!
타자는 심판의 볼 판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설사 그게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빼박 볼이어도. 타자들은 대개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포수에게 공연히 "들어왔냐"고 물어보거나, 주심을 슬쩍 쳐다보곤 하는데 그 선에서 멈춘다. 항의하다가 퇴장 당하면 더 큰 손해인 데다가 스트라이크인데 볼로 판정받는 경우도 없지 않아 퉁칠 수도 있기에 그 정도에서 받아들인다.
투수라고 유리한 건 아니다. 주심의 볼 판정은 한계가 있다. 그들이라고 눈에 네모 상자가 탑재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앞에 포수에 가려서 정확히 보기 어렵기도 하다.(그래서 미트질 잘 하는 포수의 몸값이 세다 ㅎ) 볼 판정은 기계로 하면 좋을 듯 한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여전히 샤람의 판단에 맡겨진다. 미국 따라서 하는 걸까? 그게 야구의 묘미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VAR을 과감하게 도입한 축구에 비하면 뭔가 구식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무튼 투수는 무엇보다 멘탈 관리가 중요해서 주심의 오심에도 이를 받아들이고자 애쓴다. 정 못 참겠으면 자기 글러브를 얼굴에 갖다대고 '빽' 소리를 지르는데 그 모습이 좀 괴이하지만 그럴듯하다.
야수는 또 어떤가. 타구는 자주 경로를 이탈한다. 잔디에 부딪히면서 바람을 맞으면서 굴절된다. 굴절되지 않아도 햇빛이나 불빛이 눈을 무력화시킨다. 그러나 어쩌랴. 받아들일 수밖에.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자신이 저지른 실책으로 기록되어도 어쩔 수 없다. 그저 제발 그넣게 얄궂은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하늘을 쳐다보는 야수는 신께 기도를 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포수는 드물지 않은(?) 반대투구에 당황한다. 투수에게 보낸 사인과는 한참 빗나가는 투구를 받아내냐고 몸을 던진다. 투수를 질책할 수 없다. 그건 포수의 운명 같은 거다. 제 아무리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라도 매번 포수의 사인대로 정확히 꽂아 넣을 수는 없다. 팬들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포수는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면 몸을 던질 각오를 하며 부르르 떤다.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야구 선수들은 이처럼 '참 쉽지 않은 일'을 해낸다. 그것만으로도 굿!굿!이다. 선수들은 이 황당하거나 말도 안 되는 경우를 마치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바보라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해야 경기가 성립될 수 있다는 걸 안다. 또 나만 당하는 것도 아니며 손해만 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나야말로 받아들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대단한 걸 추구하는 처지도 못 되는데 습관처럼 징징거린다.(한 때 내가 '모태 징징이'가 아닌가 의심한 적도 있다) 이제라도 맘 크게 먹고 넘길 것은 넘겨야 될 성싶다.
징징이는 되지 말자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