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향기가 찾아왔다

by 이윤인경

비가 내리면

어린 시절 책방 그 향기

추억의 농후함으로

코 끝이 시큰거린다


책은 향수

넘길 때마다

우리 사이

보푸라기 일 듯 향기롭다


보수동 어느 가게

젖은 먼지 가득한 닥나무 종이책

보들레르의 시집 하나 펼치고는

킁킁 냄새 맡으며

함께 호흡하던 그 때도 이렇게

오늘처럼 비가 내렸다


시인의 파리(Paris)에

피어나던 악의 꽃 향기처럼

날카로워 시간의 젖은 이야기들은 치명적이지만

책더미 속 어느 보푸라기 사이

감춰진 나의 향기가 젖고

젖어 짙어지리니

옛날이 쌓인 묵은 향 거리가 마냥 우울하진 않으리


비가 내리는 2023년 7월

어느새 걷고 있는 여기

꽃길처럼 피어있는

책방 골목길 입구에 서면

조향사를 꿈꾸던 그 때의 시인이

추억에 젖은 내게 다가와서는

톡톡 귓가에 향기로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