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어린 시절 책방 그 향기
추억의 농후함으로
코 끝이 시큰거린다
책은 향수
넘길 때마다
우리 사이
보푸라기 일 듯 향기롭다
보수동 어느 가게
젖은 먼지 가득한 닥나무 종이책
보들레르의 시집 하나 펼치고는
킁킁 냄새 맡으며
함께 호흡하던 그 때도 이렇게
오늘처럼 비가 내렸다
시인의 파리(Paris)에
피어나던 악의 꽃 향기처럼
날카로워 시간의 젖은 이야기들은 치명적이지만
책더미 속 어느 보푸라기 사이
감춰진 나의 향기가 젖고
젖어 짙어지리니
옛날이 쌓인 묵은 향 거리가 마냥 우울하진 않으리
비가 내리는 2023년 7월
어느새 걷고 있는 여기
꽃길처럼 피어있는
책방 골목길 입구에 서면
조향사를 꿈꾸던 그 때의 시인이
추억에 젖은 내게 다가와서는
톡톡 귓가에 향기로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