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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정이 깊어가는 사이가 되었다

어머니와 살면서

by 지니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고 산지 이제 5년이 되어간다. 어머니는 홀로 주욱 사시다가 큰 형님이랑 경기도에서 3년간 사셨다. 형님이 큰 병을 얻고 돌아가신 후 우리 집으로 오셨다.


어머니는 내가 결혼할 당시부터 무릎이 안 좋으셨다. 걸음을 겨우 걸으셨으니까. 우린 결혼을 하고 울주군 진하에서 살았다. 직장은 부산 해운대라 버스로 출퇴근을 하였는데 주말이면 어머니댁에서 자곤 했다.


여름휴가의 어느 날 어머니를 모시고 걸어서 진시장을 가는데 보통 사람이면 20분이면 갈 거리를 어머니는

40 ~ 50분이 걸리는 것이다. 걸음이 어둔하시니 손을 잡고 이끌듯이 함께 걸었다.


아침 먹고 차 한잔 마시려고 물을 올려놓고 햇살 좋은 소파에 앉아계신 어머니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보니 어머니 치아 밑 부분 잇몸 사이에 뭔가 끼여있는 거 발견. 밝은 자리라 더 잘 보였던 것. 칫솔질을 하셨는데 깨끗이 안된 모양이다. 요즘 들어 새로 알게 된 칫솔질을 어머니께 가르쳐 드리고 싶었다. 칫솔을 직접 들고 다시 해 드렸다. 치카치카하는 게 아니라 칫솔을 세워서 치아 하나하나 닦아줘야 한다고 말씀드리면서 시범을 보여드렸다.


나이가 들면 눈도 어두워지고 걸음걸이도 어둔해지고 모든 것들이 취약해진다. 나도 곧 늙는다. 아니 늙어가고 있다. 어머니를 4년 반동안 모시면서 이런저런 일들도 많이 있었지만 어느새 정은 깊어가고 서로에게도 힘이 되어주는 사이가 되었다.


다행히 어머니께서는 내가 만들어 드리는 음식을 잘 드신다. 말씀이라도 “이제 아가가 만든 거 아니면 못 먹겠다” 하신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했다.


앞으로 언제까지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현재로는 계속 모시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이왕이면 즐겁게 행복하게 잘 지내야지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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