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불만을 가지다가도

결국엔 감사로

by 지니


숨 쉴 수 있어 감사합니다.

배 채울 수 있어 감사합니다.

차 한잔 할 수 있는 여유에 감사합니다.

인내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책 읽고 글 쓰고 이 공간에 머물게 되니 감사합니다.






어제 못다 한 빨랫감을 제자리에 걸고 넣고 널브러진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쿠션과 베개도 한쪽으로 이쁘게 세워 놓는다. 요즘 이불은 가볍고 따뜻한 게 좋아. 이부자리를 정리하며 미세하게 무릎 쪽 통증을 느끼는 지니 씨다.


늦은 아침을 준비하여 복자 씨 방으로 향하는 지니 씨. 오늘 아침은 큰 대접에 밥을 비볐다. 복자 씨가 좋아하는 물김치에서 배추를 건져 잘게 자르고 간장 한 스푼, 참기름 한 바퀴, 통깨 한 스푼을 넣고 비볐다. 오늘 아침 물만 먹을 요량이었는데 안 되겠다를 생각하는 지니 씨. 먹고 싶다 보다는 살려면 먹어야겠구나가 요즘 마음이다. 은근 힘이 많이 들어가는 전업주부 일은 그렇거니와 90세 시어머님을 모시고 살고 있으니 나부터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우리 엄만 그렇게 고봉밥을 드셨나 보다. 노인을 세 분이나 모셨으니.




고소한 내음이 풍겨 나오는 비빔밥과 물김치, 배추와 무를 버무려 만든 김치와 두부를 으깬 배추 된장국을 함께 차려 내었다. 입에 맞은 탓일까 깨끗이 비워내는 복자 씨. 여기까지 쓰고 복자 씨에게 이 글을 읽어주러 가는 지니 씨. 순간 울산에 계신 시이모님이 생각나 전화를 걸어 스피커 폰으로 3자 통화를 했다. 젊은 사람들보다 할매들이 좋다며 너스레를 떠는 지니 씨. 세월을 산 경험이 많기에 누구보다 너그럽게 받아주고 이해해 주시니. 참고로 복자 씨 여동생 되시는 시이모님은 순자 씨다. 복자 씨, 순자 씨는 지니 씨가 지어준 별명이다. 실제로 지니 씨는 복자 씨, 순자 씨라고 부른다. <복자야, 순자야 노래 불러라>라는 노래도 지니 씨가 기존 곡에다 가사를 붙여 만들었다.


<복자야 순자야 노래 불러라>

복자야 복자야 노래 불러라
순자야 순자야 노래 불러라
복자야 순자야 노래 불러라
우리 함께 부르자


순자 씨랑 통화하면서 눈물 찔끔 나 소매로 훔치는 지니 씨. 오늘 아침은 맛있게 먹기 위함이 아닌 힘을 내기 위해 먹은 것 같다. 아침부터 힘을 여러모로 쓰는 주부들은 잘 먹어야 한다. 힘은 밥심에서 나온다는 걸 요즘 들어 더 느낀다. 뭐든 먹겠노라 타 놓았던 커피와 데워 두었던 찹쌀떡도 먹으니 아주 든든하다. 그래 바로 이거였어. 먹어야지 힘이 나지. 아주 단순한 걸 간과하고 살 때가 많다.




집 안 곳곳에 벗어나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제자리로 옮겨놓고 아침 내도록 먹고 쌓여있는 그릇들을 정리한다. 그러다가 찌릿찌릿 아프면 차 한잔 마시며 조금 쉬어가면 되는 거다. 지난 주말엔 형님 쉬시라고 안 오셔도 된다고 했는데 어제 종일 집에 있으면서 그 시간도 꽤 큰 거였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시간만큼은 무엇을 하든 자유롭게 보낼 수 있으니까. 살면서 많이 배운다. 세상 살아가는데 정답이 없다고. 대신 각자들만의 입장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지니 씨는 또 하나 배웠다.




글을 다 적었노라고 복자 씨에게 읽어 드릴까요, 말까요 하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읽어 줘라! 하신다. 순간 웃음이 풋 터져 나왔다. 읽어 봐라도 아니고 읽어 줘라라니. 최고의 독자분이 바로 옆에 있었네...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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